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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시간 경기 분석 데이터 제공
편집 시간 대폭 단축, 비용 절감 효과
성장 둔화 스카이라이프도 스포츠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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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선보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스포츠 중계에 적용한다. 단순히 시합을 중계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 거리 등 소비자들의 경험을 확대해 TV 등 여타 매체와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AI 중계 첫 적용 대상으로는 한국프로축구(K리그)가 낙점됐다.
빅리그 독점 중계권 다수 보유
2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올해 K리그 중계에 처음으로 AI 기술을 도입한다. 이달 15일 개막한 K리그 경기를 중계하면서 AI로 실시간 경기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쿠팡플레이는 향후 AI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면서 해설하는 형태의 첨단 중계 시스템도 도입할 방침이다.
쿠팡플레이는 수년 전부터 스포츠 콘텐츠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특히 축구에서는 해외 유명 리그의 중계권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의 5년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이듬해에는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 ‘분데스리가’ 4년 국내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인 ‘리그앙’ 전 경기도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한다.
이처럼 쟁쟁한 해외 유명 리그의 중계권을 확보하고도 쿠팡플레이가 K리그에 공들이는 것은 최근 K리그를 둘러싼 이용자들의 관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의 지난해 K리그2 시청 시간은 2023년보다 1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부터 3년간 중계한 기록을 통틀어 최대 기록이다. 같은 기간 K리그1 시청 시간도 65%가량 뛰었다.
비인기 종목 활성화 가능성에 스포츠계도 반색
스포츠 중계에 AI를 활용하려는 사례는 여타 플랫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청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기능은 ‘AI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네이버는 2021년 한국프로야구(KBO)에 해당 기술을 도입해 수동으로 30분 넘게 걸리던 편집 시간을 3분으로 단축했다. 적시타와 홈런, 삼진과 호수비 등 주요 장면을 분류하고 리플레이 영상 같은 불필요한 부분은 알아서 삭제하는 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야구, 골프 같은 종목에 특히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스포츠 플랫폼 ‘스포키’에서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득점 후 3분 안에 제작해 보여준다. LG유플러스는 “스코어보드 숫자가 변하면 득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기준으로 장면 전환이나 볼 터치 횟수 같은 데이터를 통해 중요 순간을 찾아 영상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무인 중계 시스템도 확대되는 추세다. AI 기반 무인 카메라가 선수나 공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상황에 따라 줌인·줌아웃을 선택하고, 경기 흐름에 맞춰 화면도 바꾼다. 예컨대 야구 중계의 경우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상황에선 줌인된 화면을 보여주고, 타자가 공을 치면 그라운드 전체를 비추는 줌아웃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미국과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 등 주요국들도 10개 넘는 스포츠 종목에 무인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계에서도 이 같은 무인 중계가 비인기 종목이나 청소년·유소년 스포츠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아일랜드 여자축구협회 리그는 2021년 무인 중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관중 수와 언론 보도가 증가하는 효과를 누린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픽셀롯 기반 AI 중계 서비스를 운영하는 와이에스티가 대한핸드볼협회, 대한배구협회, 한국리틀야구연맹 등과 계약을 맺고 무인 중계를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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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가입자 확대 방안으로 스포츠 주목
국내 최대 위성방송 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도 AI를 통한 아마추어 스포츠 중계의 혁신을 꿈꾸고 있다. 비용 감축을 통해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을 보다 활성화하고, 나아가 스포츠 콘텐츠를 확대해 자사 유료방송 가입자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7월에는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AI 중계 솔루션 전문 기업 ‘호각’과 손을 잡았다.
같은 해 9월 열린 ‘2024 홈리스 월드컵’은 두 회사의 AI 중계 기술 시험대가 됐다. 전 세계 38개국 52개 팀(남성 36개 팀, 여성 16개 팀)이 참가해 일주일 동안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는 약 390경기에 모두 AI 카메라가 투입됐다. 애초 스카이라이프와 호각은 AI 카메라로만 중계를 진행하려 했으나, 주최 측의 요청으로 주요 경기에는 일반 카메라도 함께 활용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 후원한 이번 대회는 OTT ‘FIFA+’를 통해 중계됐고, 전 세계 약 6,000만 명의 FIFA+ 이용자는 AI가 촬영한 경기 영상을 시청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번 대회 중계 경험을 토대로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포츠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매튜 윌리엄스 홈리스 월드컵 마케팅PR 책임자는 “AI를 활용해 홈리스 월드컵 경기를 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스카이라이프와 호각의 AI 기술 덕분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스카이라이프와 호각의 노력 덕분에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스카이라이프는 호각에 68억원을 투자해 경기 분석, 개인 영상 편집, 스포츠 교육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