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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세먼지 조기 사망자 ‘239,000명’ 공기 오염에도 여전한 ‘화석연료 보조금’ 독일 생태세 도입 사례 ‘참고해야’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럽에서 공기 질에 관한 숫자로 탄소 가격보다 많이 언급되는 것이 사망자 수다. 2022년 유럽연합(EU) 환경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넘는 PM2.5(직경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239,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 숫자는 유럽의 가장 큰 건강 위협으로 남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도 공기 오염과 기후 피해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보조금이 2022년 7조 달러(약 9,69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 ‘9,699조 원’
여기서 독일의 1999년 생태세 개혁(ecological tax reform, 이후 ETR)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TR은 1,000억 유로(약 162조원)에 달하는 외부효과(external damage)를 줄인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중 2/3는 공기 오염 감소로 인한 것이다. 수십 년간 납세자들은 병원비와 지자체의 청소 비용, 줄어든 수명 등을 통해 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 왔는데, 생태세는 이러한 공식을 뒤집어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물론 중요한 점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정당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낮은 에너지 비용은 오랜 기간 낮은 물품 가격과 수출 증대, 고용 안정의 토대라고 인식됐다. 하지만 동시에 공공 및 가구 건강 피해를 불러 숨겨진 보조금(implicit subsidy)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낮게 책정된 화석연료 가격으로 오염 기업들이 일으키는 책임을 면제해 준 셈이다. 잘 설계된 탄소세 및 화석연료세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탄소배출로 인한 실질 비용을 고려하도록 해 해당 보조금을 제거할 수 있다.
독일 생태세, 오염 줄이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
독일의 ETR은 그러한 원칙을 살리고 수익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장치다. 근로소득세를 할인해 비임금 노동 비용(non-wage labour costs, 직접 임금 외에 고용주가 부담하는 비용)을 줄여 주는 것이다. 즉 연간 200억 유로(약 32조원)의 생태세 수입으로 추가 부담 없이 사회보장 분담금을 낮추고 연금 지급액과 고용을 늘릴 수 있다.
생태세를 도입하지 않은 가상의 독일과 실제 독일을 비교하면 해당 사실이 또렷해진다. 독일의 ETR은 운송수단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및 오염을 연간 10% 이상 줄였다. 저소득 지역을 중심으로 한 건강 효과도 1,000억 유로(약 162조원)에 달해 불평등 해소 효과까지 입증했다.

주: 연도(X축), 연료세(좌측 Y축), 생태세(우측 Y축), 독일(생태세 도입, 검정 실선), 독일(생태세 미도입 가정, 회색 실선), OECD 평균(점선), 생태세(단위: 이산화탄소 1톤당 달러, 막대그래프)
산업 보호 조치도 ‘함께 가야’
하지만 독일 산업의 생산력은 에너지 가격과 수요 위축, 무역 분쟁으로 팬데믹 수준의 저점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오염 가격 책정(pollution pricing)을 전면적으로 되돌리기보다는 선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맞춰 EU의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탄소 발생 수입품에 매겨지는 관세 및 부담금)이 오염세를 피해 이전하는 기업들을 막기 위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EU 탄소세 정책하에 도입된 탄소세 면제 한도가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수출업체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ETR을 통한 근로소득세 인하는 고용시장을 안정화해 세금 부담을 노동(labour)에서 오염(pollution)으로 옮기는 공공 재정의 원칙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도 선별적인 세금 감면이 균일한 환급보다 효과적이라고 입증한다. 저소득 가구들은 추가적인 정부 지출을 통해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느끼는 전기요금 부담은 엄청나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독일이 2023년에 도입한 전력 가격 패키지는 전기세를 EU 최저 수준까지 낮춰 오염자 부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 비용 부담을 줄여준 바 있다.
불황에도 ‘오염자 부담 원칙’은 ‘유지’
하지만 2022년에 산정된 PM2.5로 인한 239,000명의 조기 사망자는 ‘통계적 생명 가치’(Value of a Statistical Life, 사회가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로 인당 2~3백만 유로(약 32억~49억원)에 해당해 연간으로는 수천억 유로에 달한다. 독일에서 ETR로 인한 효과는 전체적인 기후 효과를 넘기도 했다. 저소득 지역에서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생태세 일부를 에너지 시설 개선과 근로자 지원에 활용한다면 공정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주: 최소, 평균, 최대(좌측부터) / 이산화탄소 감소(녹색), PM2.5 감소(주황), 질소 산화물 감소(짙은 청색)
나무를 심는 것도 공기 정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교통이나 난방, 산업 생산으로 인한 근원적인 오염 원인을 막을 수는 없다. 유해한 활동에 가격을 매기고, 기준을 설정하며, 자연 친화적 해결 방법을 도입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대중적 저항이 오염 방치 원칙보다는 환급 여부에서 비롯되는 만큼, 생태세 수입을 근로소득세 인하와 환급, 청정에너지 투자 등에 활용해야 한다.
값싼 에너지와 질 나쁜 공기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독일의 ETR은 현명한 설계를 통한 생태세가 오염을 막고, 생명을 살리며, 1,000억 유로(약 162조원) 이상을 조성해 고용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공기를 오염시키는 이웃이 정화 비용을 부담하되 문은 닫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o Should Pay to Clean the Air? Eco-Taxes, Fairness, and the Future of German Manufacturing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