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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초고속 인터넷 사회가 만든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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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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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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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불안정과 의료서비스 이용 변화
정보 확산 속도가 만든 사회적 리스크
판단 없는 공유, 가짜뉴스 확산의 구조적 문제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단 몇 초만의 정보를 얻고 클릭 한 번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의 삶은 분명 이전보다 더 편리해졌다. 정보의 흐름은 막힘없이 이어지고, 의사소통과 소비, 교육, 의료 등 대부분의 활동이 실시간으로 전환됐다.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은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해졌고, 속도는 곧 효율이 됐다. 하지만 속도가 만든 변화는 단지 개인의 삶에 그치지 않는다. 빠른 정보 전파는 사회 전반에 새로운 유형의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사진=ChatGPT

외로움은 줄고, 불안은 늘었다

우루과이에서는 전국적인 광섬유망 도입을 계기로 청소년의 사회 정서적 변화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콜롬보, 파일라체, 케레헤타(2025)는 가정의 인터넷 환경이 구리 기반 DSL에서 기가급 광랜으로 전환된 사례를 분석해, 초고속 인터넷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연구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청소년의 ‘외로움’은 줄어든 반면, ‘걱정’, ‘불안’, ‘슬픔’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걱정’ 항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고, 이는 초고속 연결이 정서적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사람 간 연결은 늘리지만 동시에 비교와 자극의 빈도를 높여 회복 없는 긴장 상태를 유발한다고 해석했다. 외로움 감소라는 긍정적 변화 이면에 불안정성과 감정 피로가 동반됐다는 분석이다.

초고속 인터넷 접근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주: 외로움, 걱정, 불안, 슬픔(좌측부터)

초고속 인터넷 보급은 의료 서비스 이용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일반 의료 방문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전문의 이용률은 유의미한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예약과 의료정보 접근이 쉬워지며 병원 진입 장벽은 낮아졌으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필요성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초고속 인터넷 접근이 의료 서비스 이용에 미치는 영향
주:일반의, 심리상담사, 정신과 전문의(좌측부터)

가짜뉴스가 만든 뱅크런

정보 유통의 속도는 이제 개인감정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고리즘은 ‘관련성’보다 ‘최신성’을 우선하며,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소문을 주도한다. 이에 따라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과장된 불안이 빠르게 퍼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붕괴는 이 같은 위험이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다. 일부 투자자들의 SVB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트위터(현 X)를 비롯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단 몇 시간만의 SVB 전체 예금의 약 20%에 해당하는 400억 달러(약 54조2,600억원)가 인출됐다. “예금을 빨리 찾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라는 과장된 경고가 연쇄 반응을 불러왔고, SVB는 이틀 만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트위터가 촉발한 첫 뱅크런’으로 불린 이 사태는, 정보의 진위 여부보다 전파 속도가 먼저 작동할 때 어떤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빠른 연결이 공포를 증폭시키며 사회적 위기를 촉진하는 구조가 현실화된 것이다.

속도에 대한 새로운 책임

인터넷은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그 도구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디까지 관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빠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하버드케네디스쿨(HKS)의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가 콘텐츠를 공유하기 전 단 몇 초간 멈춰 진위를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가짜뉴스 확산율이 35% 줄어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플랫폼은 이러한 ‘속도 조절 장치’를 설계하지 않는다. 미디어 분야 웹데이터 조사업체인 차트비트(Chartbeat) 분석에 따르면 뉴스 기사에 대한 평균 체류 시간은 15초에 불과하했다. 이는 사용자가 기사 내용을 충분히 읽지 않은 채 제목과 이미지 정도만 확인하고 공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빠른 사회, 감당할 수 있는 구조 필요

빠른 연결은 분명 편리하다. 하지만 그 속도는 외로움을 줄이는 대신 불안을 키우고, 병원은 더 자주 찾지만 정작 심리적 문제는 외면되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 우리는 이제 속도의 이면을 마주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완충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원문의 저자는 카리나 콜롬보(Karina Colombo) 우루과이 공화국대학교 경제연구소(Instituto de Economía Universidad De La República) 연구원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Risks and benefits of high-speed internet for socioemotional wellbeing in adolescence and youth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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