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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급증하며 호텔업계 '호황' 랜드마크급 건물 두산타워도 호텔로 변신 "비쌀 때 팔자" 줄줄이 호텔 매각 시도하는 기업들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던 호텔업계가 되살아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숙박 수요가 증가하며 관련 시장에 본격적인 '호황기'가 찾아온 것이다. 호텔이 높은 자산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기업들은 줄줄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호텔을 시장 매물로 내놓는 추세다.
호텔업계, 팬데믹 충격 씻어냈다
20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행객들의 국내 호텔 숙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대적인 수가 늘어나며 호텔업계도 호황을 맞이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객은 387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112만 명), 일본(78만 명), 대만(40만 명), 미국(28만 명), 베트남(13만 명) 순으로 방한객 수가 많았다.
호텔업계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30억2,5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8.2% 증가했다. 매출은 1,219억4,800만원으로 같은 기간 14.8% 늘었다. 파르나스호텔(리모델링 진행 중인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실적 제외)의 1분기 매출은 913억원, 영업이익은 221억원이었다.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파르나스 타워는 매출 164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1.9%에 달한다.
호텔업계의 '봄날'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가 시행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재차 급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야놀자 리서치는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 대비 7%가량 늘어난 1,873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면세점이 호텔로" 과감한 전환 시도
일각에서는 업계 호황에 힘입어 랜드마크급 건물 일부를 호텔로 탈바꿈하는 과감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두산타워 인수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구상에 착수했다. 인수 금액은 약 9,000억원대로 알려졌다.
1998년 준공한 두산타워는 지하 7층~지상 34층, 연면적 12만2,630㎡ 규모의 건물이다. 지하 2층~지상 5층은 종합쇼핑센터인 두타몰, 지상 6층~14층은 현대백화점 면세점, 지상 15~34층은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다. 이 중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은 오는 7월 중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애초 임대차 계약은 2030년까지였지만, 계약 만료까지 5년을 남겨두고 일찌감치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2020년 2월 문을 연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은 시장 기대와 달리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이 사용하던 공간을 호텔로 전환해 동대문 상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명동·광화문이 인접해 있는 동대문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고 숙박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호텔 전환에 성공하면 두산타워의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호텔 매각 릴레이
시장 호황을 틈타 보유한 호텔을 매각하려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DL그룹은 메종글래드제주, 글래드코엑스, 글래드호텔여의도 등 자사가 운영 중인 글래드호텔 3개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선정됐다. 3개 호텔의 합산 매매가는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 위치한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도 올해 1월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코리아를 독점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며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는 2018년 완공된 이후 100%의 상업 시설 임대율을 유지 중이며, 호텔 부문에서도 메리어트 계열의 프랜차이즈 계약하에 94%의 높은 객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호텔롯데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L7 홍대 호텔을 약 2,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KT도 부동산 유동화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명동의 르메르디앙&목시 명동 등 5성급 호텔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 호텔들은 자산가치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포포인츠 조선 명동 호텔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