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反머스크 움직임 속 테슬라 홍보나선 트럼프, “위대한 머스크 신뢰·지지”
Picture

Member for

4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트럼프 대통령, 테슬라 '띄우기' 나서
테슬라 직접 시승·구매 퍼포먼스
트럼프 "애국자란 이유로 불이익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11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사비로 구매한 빨간색 테슬라 모델S 차량을 시승하고 있다/사진=백악관 공식 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시승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전날 테슬라 주가가 15% 넘게 떨어진 데다 테슬라 매장이 공격받는 등 '반(反) 머스크' 정서가 심화하자, 머스크와 정부효율부(DOGE)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 전시회

1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잔디밭에서 개인 비용으로 새로 구매한 빨간색 테슬라 ‘모델 S’ 운전석에 앉으며 “와우,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취재진들에게 모델 S를 선보인 뒤 “8만 달러(약 1억1,600만원)에 판매되는 이 차량을 수표로 구매했다”며 “백악관에 두고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구매가 판매 부진과 주가 하락에 시달리는 테슬라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델 S에 시승할 때 조수석에 같이 올라탄 뒤, 모델 S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시속 약 100km)까지 몇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지 등 차량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내가 (테슬라 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첫째로 이 제품이 정말 훌륭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이 사람(머스크)이 이 일에 자신의 에너지와 인생을 바쳤기 때문”이라며 “아주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그를 매우 부당하게 대했는데, 나는 사람들이 애국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사기와 낭비, 모든 종류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곧 우리나라는 매우 강해질 것”이라며 “세상에 이런 사람이 없다. 그가 벌(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 반대여야 한다. 사람들은 열광해야 하고, (테슬라) 제품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구매한 모델 S 외에도 사이버트럭 등 테슬라 차량 5대를 백악관 경내 잔디밭에 전시했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백악관을 테슬라 임시 전시장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테슬라 차량들 앞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사진=백악관 공식 X(옛 트위터)

테슬라 주가, 15% 역대급 급락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난관에 빠진 머스크를 돕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 전역에서는 트럼프 2기 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를 급진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반머스크 정서로 최근 테슬라 주가는 그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10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15.43% 내린 222.15달러에 마감했는데, 이는 하루 만에 주가가 21.06% 떨어졌던 2020년 9월 8일 이후 약 4년 만의 '역대급' 폭락이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7,146억 달러(약 1,042조원)로, 전장의 약 8,449억 달러(약 1,232조원) 대비 1,303억 달러(약 190조원)가량 증발했다. 이로 인해 머스크의 자산도 전날 3,300억 달러(약 480조원)에서 3,010억 달러(약 438조원)로 하루 만에 290억 달러(약 42조원)가 날아갔다.

테슬라 주가 하락의 첫 번째 원인으론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꼽힌다. 테슬라는 이번 관세 전쟁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미국 기업 중 하나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테슬라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또 미 상무부 통계에 의하면 이번에 각각 25%의 관세 폭탄을 맞은 멕시코와 캐나다는 테슬라가 전체 자동차 부품 중 각각 27%와 12%를 조달받는 국가다.

판매량 급감도 주가 하락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월가의 로버트 W. 베어드 앤드 컴퍼니 등이 테슬라의 1분기 판매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역대급 주가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지난 1∼2월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약 70% 급감했고 지난달 중국 상하이 공장의 테슬라 출하량도 49%나 감소했다"며 "202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실적을 기록한 상황이 월가 분석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머스크 혐오 확산, "그가 미치기 전에 산 차" 스티커까지

테슬라의 위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테슬라 차량과 충전소 등에 대한 총격·방화 사태가 이어지는 등 증오 범죄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9일 밤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차량 보관소에서 테슬라 사이버 트럭 4대가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불타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7일엔 오리건주 포틀랜드 외곽의 한 테슬라 매장을 겨냥한 총격이 발생했고, 3일 보스턴 외곽에선 테슬라 충전소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테슬라 관련 시설에 대한 최소 12건의 폭력 사태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 곳곳의 테슬라 매장 앞에선 안티-머스크 시위대가 테슬라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테슬라 매장 앞에선 지난 9일 ‘일론 추방’, ‘테슬라를 보이콧(불매)하라’ 같은 팻말을 든 시위대가 머스크를 비난하는 집회를 했고, 앞서 3일엔 조지아주 디칸투어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도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가 머스크의 독선적 ‘톱질’ 행태를 비난했다. BBC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 탓에 미 전역의 테슬라 매장과 (전기차 충전) 시설이 시위 및 기물 파손 위험에 직면했다"며 "일부 테슬라 소유자는 머스크에게 분노해 자신의 차량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구매한 테슬라엔 ‘일론이 미쳐버리기 전에 산 겁니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란 범퍼 스티커를 붙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일부 구매자들은 ‘테슬라 타도(#TeslaTakedown)’란 해시태그를 내건 온라인 시위도 조직 중이다. 이를 두고 머스크는 차량 방화 사건이 민주당 관련 단체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X에 공유하고 “이건 미친 짓”이라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혁신 기업가’라는 머스크의 기존 이미지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골수 지지자를 제외하면 실물 전동톱을 휘두르며 “정부의 비효율을 다 잘라버리겠다”는 머스크의 행태에 거북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상장한 기업의 CEO가 과도한 정치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선 ‘오너 리스크’의 표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