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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투자를 역량으로 전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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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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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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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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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가 폭등, ‘미래 투자’ 반영
‘거품 논란’ 거세도 ‘투자’는 현실
‘미래 역량으로의 전환’이 과제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논쟁은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과대평가된 것인지와 앞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무적 관점의 토론 뒤에는 더 긴급한 현안이 놓여있다. 2030년이면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한 전기 수요가 두 배로 증가할 것이고,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5년 후 AI 전력 수요, 일본 연간 소비량에 필적

그런데 기대에 따라 등락하는 주식과 달리 데이터센터는 철강과 배선, 전력망 공사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한정된 연산 능력(compute power)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금을 대고 있다. 정리하면 현재의 AI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이 아니라 자원에 대한 선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미래 수익성에 기반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왔다. 그런데 AI 산업이 이 논리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연산 능력과 전력,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옵션 상품을 사는 셈이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면 가격이 본원적 가치(intrinsic value)를 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 반응은 ‘현금 흐름’ 아닌 ‘미래 가능성’

이것이 챗GPT가 등장하자마자 실제 수익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생성형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알파벳이나 메타와 같은 기술 대기업들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올해 각각 850억 달러(약 118조원)와 660~720억 달러(약 92~100조원)로 예산을 올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생성형 AI 관련 기업 주식의 누적 초과 수익률(2022년 11월 15일 주가 대비) 추이
주: AI 관련성 하위 20%(점선), 상위 20%(적색), 전체 평균(청색)

이를 ‘과대망상’(hype)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하다. 코딩 전문가들이 AI 도구를 사용했을 때 작업 속도가 느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기업들의 AI 프로젝트가 대부분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장이 무작정 비이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AI 플랫폼들이 강력한 이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목도를 잃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은 따라올 것이고, 이에 맞설 경쟁자도 나타나기 어렵다.

직업 기술과 생성형 AI와의 관련성
주: 비일상적·인지적·분석적 기술, 일상적·인지적 기술, 육체적·대인 관계적 기술, 비일상적·인지적·대인 관계적 기술, 일상적·육체적 기술, 육체노동(위부터)

도입은 쉬워도 통합은 어려워

대학과 학교들도 초점은 AI 주식이 과대평가됐는지가 아니다. 기대와 장애 요소들(bottlenecks)이 실제 성과를 결정하는 세계에서 학생들과 교육기관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와 플랫폼 종속(lock-in), 전략적 유연성(option value) 등의 개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연산 능력과 전력 공급에서의 작은 변화가 어떻게 시장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한편 AI의 도입은 신중한 단계적 의사결정에 의거해야 한다. 대기업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기보다는 실험적으로 자문, 일정 관리 등 위험도가 낮은 업무에 활용하면서 신뢰성이 입증되면 입학 및 채점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좋다. 도입은 쉽지만 통합은 어려운 법이다. 대학들도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전력 및 냉방 등을 포함한 지속 가능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지역 간 협력, 클라우드 사용 한도에 대한 협상,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대학의 AI에 대한 열망은 정책을 압도하고 있다. 이제 AI 이용 범위와 데이터 처리, 평가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할 때다. 교수진에 대한 교육도 AI가 인간 교육을 대체하지 않고 강화할 수 있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AI 프로젝트 중 실패하거나 성과가 한참 후에 나타나는 것들이 있을 것이므로 대학들도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널리 검증된 도구에 주로 투자해야겠지만 엄격한 검토를 거친 고위험 실험에까지 시선을 넓혀야 한다.

‘미래 역량으로의 전환’이 핵심

AI가 거품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은 핵심 사안을 빗나갈 위험이 있다. 현재 시장가치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해도 진행되는 투자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규 데이터센터와 그래픽 처리 장치(GPU),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앞으로의 고용시장 전망이 달려 있다.

이는 교육 당국에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 해도 이를 미래의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잘만 된다면 AI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며, 개인 교습 관련 불평등까지 줄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고 학교를 취약한 인프라에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다.

적어도 교육의 영역에서는 AI를 기업 가치 평가의 관점에서만 다루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시장 신호를 해석하는 방법과 성공적인 기술 도입 과정,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 등을 가르칠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Intrinsic Value” Meets a Compute Bidding War: Urgent Lessons for Education Policy in the AI Era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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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