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글로벌 테크
  • ‘중국 기술 쇼핑’ 나선 독일 자동차 거인들, 글로벌 전기차 ‘DNA 재설계’

‘중국 기술 쇼핑’ 나선 독일 자동차 거인들, 글로벌 전기차 ‘DNA 재설계’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아우디·폭스바겐, 中 파트너와 공동 개발
르노·포드, 中 EV 플랫폼 활용 '글로벌 모델' 모색
"수십억 달러·수년 개발 시간 절약"
중국 SAIC와 공동으로 개발한 아우디 전기차(EV)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인 '아우디 E5 스포츠백'/사진=아우디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과의 제휴를 강화하며 신차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신차 경쟁을 관통하는 ‘차이나 인사이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 협업의 이점과 달리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의 기술 자립성과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우디, 中 파트너와 공동 개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 등 전통 강자들은 중국 전기차의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이식받아 신차 개발 속도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판도 변화의 시작은 2021년 아우디 경영진이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지커(Zeekr)'가 내놓은 '001' 모델을 마주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특유의 세련된 미학과 압도적인 주행거리를 갖춘 지커 001의 등장은 독일 고급차 브랜드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졌다.

위기감을 느낀 아우디의 선택은 중국과의 협업이었다. 아우디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공동 개발한 ADP(어드밴스드 디지털 플랫폼, Advanced Digitized Platform)를 바탕으로 'E5 스포츠백'을 포함한 전기차 3종을 기획해 올해 중국 시장에 내놨다. 부품·배터리·인포테인먼트·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SAIC에서 제공받아, 기존 독일 생산 모델보다 출시 시간을 30% 이상 단축했다. 아우디는 외관·실내 디자인과 고급 설계에 집중하고, SAIC가 소프트웨어·구동계(전기모터, 배터리관리 등)·연결성·하드웨어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아우디뿐 아니라 토요타도 광저우자동차(GAC)와 손잡고 중국 전용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르노와 포드는 중국 전기차 기업의 플랫폼을 세계 신 모델 개발에 직접 도입하거나 사용권 계약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르노는 중국 둥펑의 플랫폼으로 유럽 소형 전기차 '다치아 스프링'을 생산했으며, 포드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닝더스다이, 寧德時代)의 배터리 기술을 북미 생산 라인에 적용했다.

허샤오펑 샤오펑 CEO가 2024년 11월 6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24 AI 데이' 행사에서 자사 자율주행용 AI칩 '튜링'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샤오펑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국 기술에 의존 심화

폭스바겐도 중국 샤오펑(Xpeng)과 손잡고 '차이나 온리(China Only)' 전기차 모델을 공동 개발하며, 세계 시장 출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4.99%의 지분을 확보하는 대가로 샤오펑에 7억 달러(약 9,712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웠던 스마트카 소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샤오펑은 재정적 이익과 함께 글로벌 확장 기회를 얻게 됐다.

양사는 최근 인공지능(AI)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샤오펑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허샤오펑은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자사가 설계한 '튜링'(Turing) AI 칩을 내년에 중국 시장에 출시 예정인 일부 폭스바겐 차량 모델에 통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허 CEO는 지난 11일 신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7' 출시 행사에서 "우리의 튜링 AI 칩의 실질적인 연산 성능은 미국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 '오린X'보다 3배 더 뛰어나다"고 주장한 바 있다.

FT는 "샤오펑은 엔비디아, 퀄컴 등 서방 반도체 업체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 자동차 기업 중 하나"라며 "샤오펑의 자율주행용 칩 개발은 수년간 외국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 한 중국의 칩 설계 역량 진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어 "샤오펑이 폭스바겐과 같은 경쟁 자동차 업체에 자사의 칩 기술을 판매하기로 한 것은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 속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밀려 추락하는 독일 車업계, '차이나 인사이드' 선택

독일 대표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손 잡는 것은 중국 수렁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풀린 돈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생산 비용 부담은 커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었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독일 자동차 3사의 작년 실적을 보면, BMW(-37.7%)·벤츠(-30.8%)·폭스바겐그룹(-15.1%) 등 독일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최고 30%대 급감했다. 현대차그룹(+0.6%), 일본 혼다(+16.4%), 미국 제너럴모터스(+20.2%)와 대비된다. 지난해 주요 완성차 기업 중에선 중국 1·2위 업체인 BYD와 지리그룹만 판매량이 늘고 나머지는 대부분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가운데, 수익성 면에서 독일차의 부진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런 상황 속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중국을 향한 러브콜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에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국 내 출혈 경쟁과 심화하는 무역 갈등 속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제조사들은 개발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고 신차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지름길을 얻는다. 이 같은 전략은 1990년대 PC 시장을 휩쓸었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캠페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인텔이 최첨단 부품 공급을 통해 PC를 고급 제품으로 격상시켰듯, 이제는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장기적으로 봐도 상생 모델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우려는 세계 브랜드가 중국 기술에 종속돼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앤디 파머 전 애스턴마틴 CEO는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제3자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유통업체로 전락해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