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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흑자 이면엔 핵심사업 적자
줄줄이 폐점, 직영점도 예외 없어
치솟는 티켓값에도 경험은 축소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정확히 4년 만의 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 확대와 내수 침체가 맞물린 데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유통 업계에서는 CGV의 사례로 대표되는 영화관 산업의 위기가 단기간 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자회사 실적에 묻어가는 주력 사업?
10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80명가량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으며, 퇴직자들에게는 연차에 따라 월 기본급 100% 이상의 위로금이 차등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정확히 4년 만의 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 확대와 내수 침체가 맞물린 데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CJ CGV의 전체 매출은 1조9,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759억원으로 54.6% 늘며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베트남 등 해외법인 실적(686억원)과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편입 효과(4,833억원)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사업만 보면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보다 145억원(1.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76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사업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OTT 확대로 인한 극장 관객 감소가 꼽힌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하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4개 구독형 OTT의 국내 매출 합계는 2019년 3,049억원에서 2023년 1조4,407억원으로 4년 사이 4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OTT 이용률도 52.0%에서 77%로 치솟았다. 반면 극장 관객 수는 급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1억2,313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텅 빈 객석에 문 닫는 극장 속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한 CGV의 위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CGV는 2021년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2023년에는 큰 폭의 적자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결국 회사는 1조원 규모의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쳤다. 결국 CGV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정리 대상이 된 사업은 온라인 굿즈(특정 인물 또는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파생 상품) 전문점 ‘씨네샵’이다. CGV는 지난해 3월 씨네샵 홈페이지를 통해 “씨네샵 온라인몰의 운영을 오는 31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3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CGV 씨네샵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직접 관객들을 맞이하던 영화관들도 줄줄이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1월에는 원주점이 폐점했고, 같은 해 3월에는 인천논현점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이 가운데 인천논현점은 과거 위탁 운영되던 지점을 2023 CGV가 직영점으로 전환하며 매출 상승을 꾀했으나, 결국 폐점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영화관 업계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국 영화의 성지라 불리는 충무로 또한 마찬가지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극장이었던 대한극장은 66년간 이어져 온 운영을 끝내고 지난해 9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58년 국내 최대 극장으로 문을 열어 2002년에는 250억원을 투입해 11개 상영관을 갖춘 영화관으로 재개관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왔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는 게 폐점의 이유였다.
업계는 이 같은 암울한 분위기가 단기간 내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한 콘텐츠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요즘에는 OTT 콘텐츠로 옮겨가는 추세”라면서 “아이디어와 인력을 흡수한 OTT 콘텐츠의 경쟁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영화관에 걸리는 작품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시청을 넘어선 ‘경험’의 중요성
영화 팬들은 영화표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졌다고 입을 모았다. CGV 일반 2D 영화 기준 주말 요금은 15,000원이다. IMAX 3D 등 특수 상영관은 27,000원에 달한다. 이렇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관객이 누릴 수 있는 건 영화뿐이다.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가 최저 5,5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 한 편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시간과 돈, 에너지를 쏟아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게 영화 팬들의 주된 견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영화관의 쇠퇴가 ‘공간의 힘’을 잃은 데서 초래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관객이 직접 영화관을 방문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종이 티켓과 포스터를 꼽을 수 있다. 환경부가 합성수지 코팅 종이로 만든 광고 선전물 배포를 제한하면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스크랩북에 티켓을 모으고, 눈 닿는 곳에 포스터를 붙여 영화의 여운을 즐기던 경험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 극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GV는 지난해 한국프로야구(KBO) 포스트 시즌과 e스포츠 리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는 상영관을 운영했으며, 메가박스는 ‘씨네 도슨트’라는 미술 강연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스크린으로 예술 체험을 제공했다. 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독립 영화관 무비랜드는 국내 OTT 왓챠와 손잡고 무료로 영화 상영회 ‘왓챠파티’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