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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영아 발달 환경을 바꾸는 AI, 상호작용 강화 기준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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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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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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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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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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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성장 환경에 인공지능 기기와 커넥티드 장난감 확산
핵심은 데이터 남용 차단과 상호작용 촉진 설계 기준 마련
정책·교육·가정 차원의 제도화와 형평성 확보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아의 성장 환경에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만 12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많은 가정은 집안 곳곳에 기기를 설치해 아기가 잠들거나 옹알이하고 놀 때도 노출되는 상황이다. ‘커넥티드 장난감(connected toys)’ 시장도 급성장해 향후 10년 안에 수백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영아 발달의 현장 속에 자리 잡았다.

관건은 방향이다. 데이터를 수집해 인간적 상호작용을 약화시키는 기기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부모와 아이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규제와 기준을 마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생후 1,000일 동안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즉각적 대화와 접촉이다.

사진=ChatGPT

AI 장난감의 평가 기준

쟁점은 단순히 기기가 인공지능인지 여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부모의 역할을 대체하는가, 아니면 상호작용을 촉진하는가다. 영유아기의 언어와 인지 발달은 ‘서브 앤드 리턴(serve-and-return)’이라 불리는 짧은 대화의 주고받음에 달려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많은 단어를 듣는 것보다 부모와 주고받는 대화 횟수가 언어 발달과 이후 성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음성 녹음 관찰과 뇌 영상 연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관되게 입증됐다. 따라서 정책적 초점은 아기와 직접 대화하는 AI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늘려주는 도구에 맞춰져야 한다.

이 원칙은 영상 시청이 영아 발달에 여전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도 설명한다. 소아청소년과 권고에 따르면 18개월 미만 아동은 화상 통화를 제외하고 영상 시청을 삼가야 하며, 유아 역시 어른과 함께 보는 고품질 콘텐츠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경 생리학 연구도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아기는 자신의 소리에 반응하는 목소리, 표정에 맞춰 움직이는 얼굴, 함께 물체를 다루는 손길을 통해 가장 잘 배운다. 아무리 정교한 영상이라도 이런 상호 반응을 제공할 수는 없다. 반응적 인간 상호작용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기기는 영아의 일상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2024년 미국 가정의 스마트 스피커 보급 현황
주: 미국 인구(12세 이상) 중 스마트 스피커 보유율(34%), 보유자 중 3대 이상 보유한 비율(43%)

필요한 안전장치

AI 장난감을 둘러싼 논의는 허용이냐, 금지냐의 문제가 아니다. 바람직한 설계와 문제적 설계를 구분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부모, 교육자, 제조사, 정책 당국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우선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 일부 스마트 장난감은 아동의 행동 데이터를 암호화 없이 기업 서버로 전송해 왔다. 영아용 제품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미국은 아동 개인정보 규제를 강화해 부모 동의 없는 데이터 상업화를 제한했고, 유럽은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를 금지했다.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됐다. 데이터 무단 수집, 불분명한 사용자 프로필 작성, 사용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기기는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

효과 검증 절차도 필수다. 언어 발달 향상을 내세우려면 이를 입증할 독립적 연구가 필요하다. 부모와 아이의 대화 횟수, 표준화된 발달 검사 결과, 수면이나 스트레스 지표 등 객관적 기준으로 확인돼야 한다. 연구는 충분한 규모와 신뢰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갖춰야 한다.

장난감의 설계 방향은 공동 놀이에 맞춰져야 한다. 영아용 AI 장난감은 아이의 소리에 반응해 부모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구조여야 하며, 보호자가 없으면 자동으로 꺼져야 한다. 데이터는 기기 내부에서 처리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수집 목적과 보관 기간은 명확히 밝혀야 한다. 평가 기준은 사용 시간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통하는가에 두어야 한다.

형평성 역시 고려돼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은 교육 장난감과 언어 치료, 부모 교육에 쉽게 접근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 장난감이 고가품으로만 남거나, 무료 제품이 데이터를 대가로 삼는 구조라면 격차는 더 커진다. 공공 도서관이나 보건소 같은 공간에서 검증된 제품과 부모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2018~2024년 미국 스마트 스피커 보유 가구당 평균 보유 대수(단위: 대)
주: 연도(X축), 평균 보유 대수(Y축)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

앞으로의 AI 장난감은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장치여야 한다. 핵심은 성인과 아동이 더 자주 대화하고 함께 놀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면이 없는 인형에 센서와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아기가 블록을 잡고 소리를 내면 장치는 곁에 있는 보호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보호자가 반응하면 장치는 작동을 멈추고 대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후 부모는 앱을 통해 상호작용 패턴과 연구에 기반한 조언을 확인할 수 있다.

유아 교육 현장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 책 읽기 시간에 소형 장치가 특정 단어를 인식해 교사에게 질문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장치는 책을 대신 읽지 않고 교사가 아동과 더 깊이 대화하도록 돕는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장치가 유아의 질문과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확인됐다.

정책과 실천

교육 현장은 단순한 기기 도입을 넘어 활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보육 프로그램은 교사 교육 과정에 언어 중심 상호작용을 포함해 AI 장치가 교사의 소통을 보완하는 도구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장치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부모에게도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은 신뢰할 수 없으며, 별도의 가입 절차나 과도한 데이터 권한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장치도 아동의 이익을 고려한 설계라고 보기 어렵다. 영아에게 최신 기능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언어와 교감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바람직한 AI는 배경에 머물고 부모의 목소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

정책은 이러한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은 아동 프라이버시 규정을 강화해 부모 동의 없는 데이터 상업화를 제한했다. 유럽과 영국의 규제 역시 아동의 최선 이익과 데이터 최소화를 강조한다. 집행 당국은 커넥티드 장난감과 영아용 모니터를 우선 검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형식적 점검을 넘어 실제 기술 검토와 데이터 분석까지 포함해야 한다. 기업이 주장과 데이터를 검증할 때 제품은 공동 놀이와 안전을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다.

향후 과제

음성 기반 기기는 라디오나 스마트폰처럼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어떤 역할을 맡길지에 대한 사회적 결정이다. 프라이버시 규제를 강화해 데이터 수집을 차단하고, 제품의 발달 효과를 주장하려면 반드시 근거를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촉진하는 장치가 개발돼야 하며, 형평성을 확보해 도움이 필요한 가정부터 지원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적 선택의 목표는 분명하다. 영아기의 대화와 접촉, 그리고 신뢰를 풍부하게 하는 기술을 마련하고 확산하는 일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Not Guinea Pigs, Not Glass Domes: How to Design AI Toys That Help Babies Lear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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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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