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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류 판매 3년째 역성장 골프장 매출도 팬데믹 대비 뚝 MZ세대 이탈·소비 한파 영향

한때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한국 골프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각광을 받았지만, 그린피와 캐디피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면서 이용객들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취미 트렌드가 러닝과 같은 추가 비용이 필요없는 방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용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던 국내 골프 산업이 다시 상류층 중심의 스포츠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골프의류 판매 3년새 40% 급감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골프의류 브랜드의 백화점 매출은 3년 연속 가파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제이린드버그와 파리게이츠, 데상트골프 등 골프의류 전문 브랜드 10개의 백화점 신용카드 결제금액(추정치)은 올해 상반기 총 480억원으로 3년 전 같은 기간 797억원 대비 39.7% 급감했다. 2023년 상반기 671억원, 2024년 같은 기간 6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급격하게 줄었다.
스웨덴 스포츠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입·판매)는 올해 상반기 국내 백화점 결제금액이 약 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크리스에프앤씨가 판매 라이선스를 보유한 파리게이츠와 마스터바니에디션, 세인트앤드류스 결제금액도 같은 기간 각각 39.0%, 10.0%, 33.7% 줄었다.
데상트코리아가 판매하는 데상트골프와 르꼬끄골프의 백화점 결제금액 역시 이 기간 23.8%와 54.4% 급감했다. 이 밖에 PXG 의류 판매회사인 로저나인의 작년 매출은도 890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31.4% 감소했고, 지포어 제품을 유통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 또한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그린피 등 고비용에 MZ세대 외면
업계 전문가들은 골프 인구 감소와 소비 트렌드 변화를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이 쪼그라들면서 사람들은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 없는 러닝이나 등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MZ세대는 골프로 눈을 돌렸었다. 하나를 사더라도 명품을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은 골프장 수요를 폭발적으로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골프 의류와 용품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 탁 트인 골프장 전경과 고급스러운 클럽하우스 등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게재용으로도 제격이다.
그러나 높은 골프장 이용료가 발목을 잡았다. 팬데믹 당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식비부터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까지 오르지 않은 항목이 없다. 특히 골프장마다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카트비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3배나 올랐다. 한 골프장 이용자는 “조식 한끼가 1만5,000원에 달하고 그늘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비용에다 캐디피, 그린피까지 하면 40만원을 쓰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중형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31.8% 올랐고, 주말 요금은 23.1% 인상됐다. 회원제 골프장 역시 비회원 주중 요금이 22.2% 올랐으며 주말 요금도 18.3%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 시절인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골퍼들의 추가 지출액은 1인당 90만4,000원에 달했다. 이 기간 골프장의 전체 추가 영업 이익만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들만의 리그, 요금 낮출 유인 없어
하지만 코로나 특수가 끝난 이후 골프장 내장객 수와 운영 실적을 살펴보면 위기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2023년 7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에서 운영 중인 18홀 이상 정규 골프장 10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절이던 전년 대비 내장객 수와 매출액 증감 등 골프장 운영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국 골프장의 상반기 내장객 수는 514만9,197명으로 2022년 같은 기간(552만1,839명)보다 6.7% 줄었다.
또 2023년 상반기 전국 골프장 매출액은 약 8,519억원으로 전년(약 8,987억 원) 대비 5.2%, 입장 수입은 약 6,370억원으로 전년(약 6,765억원)보다 5.8% 줄었다. 영업 이익 역시 약 2,347억원으로 전년(약 3,109억원)보다 24.5%, 순이익은 약 1,970억원으로 전년(약 2590억원) 대비 23.9% 감소했다.
다만 골프장업계는 팬데믹 시기의 골프 호황은 일시적 '버블 경제'로, 골프 산업이 점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비등하다. 현재 골프 산업이 겪고 있는 하락세는 위기가 아닌 거품이 빠져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업계의 움직임도 미미하다. 실제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린피 등 실질적인 요금 인하가 없는 이유는 골프장 입장에서 요금을 낮춰야 할 유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수도권 골프장의 경우 여전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 속 골프장들이 할인은커녕 그린피와 카트비까지 올리면서 골퍼들의 총지출은 ‘프리미엄’과 ‘부자들만의 리그’란 포장 아래 되레 상승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