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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산 위기 벤처업계, 자본 규제 푼다고 투자 활성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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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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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자기자본비율 규정 완화
정책금융 공동투자 땐 인센티브
종투사 자산운용 규제도 개편

금융당국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규제를 손본다. 미국 상호관세 조치로 국내 기업 충격이 커지면서 원활한 자금 공급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자기자본 관리에 매여 있는 은행들로선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을 높이는 기업 여신 업무를 꺼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뚜렷이 상승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적 유인만으로 자금이 움직이기에는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산위험가중치 400% → 100%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사가 정책금융기관과 손잡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현재 400%인 자기자본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최대 10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자금이 기업으로 잘 흐를 수 있도록 규정을 개편한다”며 “금융사가 정책금융기관과 공동 투자할 때 위험가중치를 크게 낮춰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분에 대해 4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벤처기업이 상장사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금융사는 비상장 주식(위험가중치 400%)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은 위험도를 져야 한다. 문제는 벤처 투자에 대한 위험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금융사들이 투자를 꺼린다는 점이다. 투자를 늘릴수록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BIS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자본비율은 위험 자산을 가중평가해 총자산을 산출하고,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구한다. 지난해 은행권 총 자본비율은 15.58%로 당국 규제 기준(11.5%)을 웃돈다. 하지만 원화값 급락에 금융회사들이 쥐고 있는 외화 자산 평가액이 줄면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생겼다. 실제 지난해 자본비율은 2023년(15.72%)보다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 벤처투자 문턱까지 높아 돈이 기업으로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에 당국은 벤처기업이 편입한 자산별로도 차등적으로 위험가중치를 매기기로 했다. 종전에는 400%를 적용했지만 앞으로 주식은 정책금융기관 공동 투자나 상장 여부 등에 따라 100~400%, 채권은 신용등급에 따라 20~150%, 부동산은 상업·주거용 등에 따라 20~150% 가중치를 매긴다. 당국은 금융권의 외환 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빡빡한 신용평가 체계도 푼다. 지금까지 신용등급을 받지 못한 기업은 대출·채권 자산에 등급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100% 위험가중치를 매겼지만 해외 기관에서 받은 등급이 있다면 이를 적용해 가중치를 20~100%로 낮춘다.

CVC 규제 완화도 추진

아울러 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 투입하도록 했다. 모험자본 범위는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 또는 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벤처기업·하이일드펀드 투자 등으로 제시했다.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중은 2026년 10%를 시작으로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반대로 부동산 자산 운용 한도는 현행 30%에서 2027년 10%까지 축소된다.

종합투자계좌(IMA)도 발행어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 지난해 말 종투사의 발행어음 조달금액은 41조5,000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내년부터 4조1,500억원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2027년에는 8조3,000억원, 2028년에는 10조3,75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이 기간 종투사의 발행어음, IMA 조달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모험자본 금액은 더 커진다. 경기 악화로 자금이 우량 기업에 쏠리는 상황에서 돈줄이 마른 중소·중견기업 및 VC로선 기대가 커졌다.

당국은 또 민간자금의 벤처투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의 규제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할 수 있게 된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 및 시행 이후인 2022년부터다.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CVC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CVC가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인의 국외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제약을 완화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 실효성 의문

정부와 당국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본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국내 벤처 시장의 혹한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만으로 투자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총 2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 금액도 1조,2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투자 감소는 대부분의 사업 단계에서 나타났다. 특히 초기 단계(시드시리즈 A) 투자 건수는 181건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후기 단계(시리즈 C~프리IPO)의 경우 투자 건수는 20건으로 43% 늘었지만, 투자 금액은 2,290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유일하게 중기 단계(시리즈 B~C)만이 6,0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하며 선방했다.

경기 위축은 벤처기업 체감 지수에도 반영됐다.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78.6으로, 전 분기(85.0)보다 6.4포인트(P) 하락했다. 처음으로 80선이 무너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체감 경기 악화 주요 요인은 '내수 판매 부진'(81.1%)과 '자금 사정 악화'(56.1%)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은 전 분기보다 12.7%P 증가해,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실적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들은 '내수 회복'(73.7%)과 '기술 경쟁력 강화'(23.2%)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업계는 차기 정부 핵심 과제로 벤처투자 시장 회복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글로벌 시장이 위축되면서 향후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모태펀드 확대 등 공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압박은 글로벌 시장을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할 것이며, 이는 대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도 벤처투자 혹한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으로, 정부가 모험시장 내 투자를 확대해 벤처 생태계 자금 경색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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