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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박차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잇따라 잠정 중단 기술적 한계 및 고가의 개발 비용 발목

중국의 정보통신(IT)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대중화’를 외치며 기술 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당장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뤄보콰이파오’와 택시업계 간 밥그릇 분쟁만 봐도 글로벌 확대 단계로 나아가기엔 시장 수용도가 떨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기술 한계와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바이두, 로보택시 주문 1,000만 건 돌파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바이두는 우한시에서만 400대가 넘는 뤄보콰이파오를 운행 중이다. 우한시는 서울(약 600㎢)의 5배 면적인 3,000㎢(약 9억 평)의 자율주행 시범구를 보유해 중국 최대 자율주행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바이두는 우한시를 포함해 중국 10여 개 도시에서 뤄보콰이파오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총 주문건수 1,000만 건, 총 주행거리 1억5,000만㎞를 돌파했다.
바이두는 차량 단가가 이전보다 절반가량 낮아진 뤄보콰이파오 6세대(RT6)를 앞세워 올해부터 자율주행 대중화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다양한 통신, 자동차 기업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들의 숨 가쁜 경쟁 덕에 중국의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이두 측은 뤄보콰이파오 6세대의 경우 안전에 특히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뤄보콰이파오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더 안전하다”며 “특히 중국의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뤄보콰이파오의 실제 사고 발생률은 인간 운전자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6세대 차량 문에도 ‘뤄보콰이파오는 더 안전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中 자율주행, 올해 시장 규모 100조원
자율주행 분야에서 질주하는 중국 기업은 바이두 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기업인 중국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이 “2025년은 전 국민 지능형 운전(자율주행)의 원년”이라고 말할 만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개인 자가용 부문에서 중국 자율주행 기술은 대부분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2까지 상용화돼 있는데, 올해 중 긴급 상황 외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3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두처럼 시스템을 개발해 자동차 제조기업과 협업하는 기업으로는 화웨이가 있다. 위청둥 화웨이 스마트카솔루션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7월 중국 국영차 치루이와 함께 만든 전기차 ‘즈제(智界)’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 훙멍즈싱 ADS가 레벨3 수준인 4.0으로 업그레이드된다고 지난달 밝혔다. 전기차 기업 중에선 BYD가 지난 2월 내놓은 ‘신의 눈(天神之眼)’이 대중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7만 위안(약 1,40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다고 밝히면서다. 이 외 전기차 기업 지커는 이달 중 레벨3 기술을 공개하기로 했고, 리오토와 샤오펑은 올해 중 레벨3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BYD는 지난해 541억6,000만 위안(약 10조9,00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왕 회장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자율주행에만 1,000억 위안(약 19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분야에만 매년 1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뤄보콰이파오 관계자는 “바이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분야에 2013년부터 지금까지 누적 1,800억 위안(약 36조6,000억원)에 달하는 R&D 투자를 집행했다”고 했다.

택시업계 “일자리 위협” 반발, 기술적 한계도 여전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자율주행의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레벨4까지 장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적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자연히 안전성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악천후나, 복잡한 도로 환경, 예상치 못한 상황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결정적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간혹 발생하는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는 이런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3년 8월 발생한 샌프란시스코의 크루즈 택시는 자율주행운행 허가를 받은 뒤 크고 작은 사고를 연달아 일으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의 발을 찧는다거나, 심지어는 한 여성이 크루즈에 깔려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해결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의사 결정 과정과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그 책임 소재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프로젝트의 속도를 조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애플은 ‘애플카’를 포기하며 자율주행차 사업을 아예 접었고, 폭스바겐과 포드, GM도 자율주행업체 투자를 중단했다. 향후 다시 이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기아도 당초 목표했던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개발과 상용화 계획을 연기했다.
택시업계와의 분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우한시 택시기사들은 하나같이 우려 또는 불만 등 쓴소리들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뤄보콰이파오의 생태계 파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한의 한 택시기사는 “디디(중국 차량공유 서비스)와 뤄보콰이파오의 기본요금은 각각 13위안(약 2,600원), 15위안(약 3,000원)으로 디디가 더 저렴하지만, 뤄보콰이파오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요금을 대폭 깎아주고 있어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뤄보콰이파오는 거리에 따라 적게는 60%대, 많게는 70%대까지 할인을 해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뤄보콰이파오 때문에 당장 승객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불만이다. 뤄보콰이파오와 같은 로보택시는 이론상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차량을 정확히 제어해 에너지 소비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로보택시는 휴식도 필요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로보택시 운영 비용이 1㎞당 1달러(약 1,500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