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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유커 줄고 환율급등 부담 면세점 4사 작년 2,776억 손실 희망퇴직 등 고강도 체질 개선

현대백화점 계열 면세업체인 현대면세점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와 중국 고객 이탈로 업계가 존폐 위기에 몰리면서 고육책을 꺼내 드는 면세점 사례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폐점·무역센터점 축소
2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전날 종속회사인 현대디에프가 운영하는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의 영업을 7월 31일 부로 중단하고 무역센터점 규모를 기존 3개층에서 2개층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현대면세점이 운영하던 인천공항 1터미널점과 2터미널점, 서울 동대문점, 무역센터점 등 총 4곳 가운데 2곳을 폐점 및 축소하는 것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중국 시장 및 소비 트렌드 변화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았다”며 “많은 고민 끝에 경영 상황 개선과 적자 해소를 위해 효율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대문점은 지난해 매출액 2,238억원을 올리며 현대면세점 전체 매출액(9,721억원)의 23%를 차지한 점포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동대문점의 면세 특허권을 5년 연장했지만 5개월 만에 폐점을 결정했다. 당시 면세 특허권을 연장하면서 입점해 있는 동대문 두산타워 임차 계약도 5년 연장한 만큼 임차료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 임차료는 연간 1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대면세점은 인력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7월 문을 닫는 동대문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현대면세점은 조직 및 인력 운용 구조를 변화시켜 고객 접점 직무로 직원들을 전환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위기 상황 속에서 사업을 정상화하고 미래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투명하고 안정적인 사업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점포 축소, 롯데면세점 쇼룸도 철수
현대면세점에 앞서 신세계면세점도 올해 초 부산점의 문을 닫으면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나우인명동(구 LDF하우스)의 영업을 종료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작년 6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전체 면적 중 35%에 달하는 타워동도 없앴다. 롯데월드타워점은 국내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이자 롯데면세점의 핵심 점포란 점에서, 이 조치는 '매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업계는 최근 '롯데그룹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동하 대표가 새로 선임된 만큼, 롯데면세점의 점포 효율화 작업이 올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지주도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면세점 중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10월 부산점의 점포 면적을 일부 축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지하 1층 매장을 전부 사용했으나, 임대차 계약 변경을 통해 일부 매장을 반납했다. 반납한 공간은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스포츠 슈즈 전문관으로 리뉴얼 공사 중이다.
당장 매장 구조조정보다 자금 수혈에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호텔신라(신라면세점)도 작년 7월 자사주를 담보로 1,32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소비 트렌드 변화 및 中 고객 이탈 영향
면세점업계가 잇달아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것은 핵심 고객인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와 따이궁(보따리상)의 부재 영향이 크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깊은 불황에 빠진 상태다. 자국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중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고환율에 따른 판매 부진도 겹치고 있다. 따이궁에게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 인천국제공항 임차료 부담 등도 악재다. 공항이 아닌 시내 면세점은 관광객 발길이 줄어 더 고전하고 있다. 주요 면세점 4사의 작년 영업손실액만 2,776억원에 이른다.
이에 각 면세점은 이들의 부재를 개별 관광객(FIT)으로 메우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객단가 차이가 심해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는 257만 명으로 전년보다 19% 늘었음에도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줄었다. 올해도 면세점업계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중국 내수 부진으로 올해도 중국인 관광객 유입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3분기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국내 입국 무비자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으나, 이마저도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변화로 면세업계가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처럼 한국을 찾는 큰 손 중국인들의 숫자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 면세업계는 매출보다 손익개선을 통해 살아남는 게 우선인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