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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예비인가 신청, 6월 내 본인가
디지털전환 및 수익처 다변화 기대
‘은행 경쟁 촉진’ 당국 구상엔 먹구름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이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디지털전환 효율화,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해 컨소시엄 합류를 추진하는 등 인터넷은행과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겠단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의 탄탄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컨소시엄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비대면 서비스 고도화·기업 대출 확대’ 노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유뱅크, 한국소호은행(KCD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총 6곳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이후 2개월 이내 심사 결과를 발표해 이르면 오는 6월 내 본인가를 마칠 계획이다.
상반기 제4 인뱅 출범이 유력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먼저 NH농협은행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인뱅 사업 진출을 위해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소호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KCD)를 주축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 5월 투자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더존뱅크 컨소시엄 지분 투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IBK기업은행은 유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제4인뱅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는 배경에는 디지털전환 효율화를 앞당기려는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발맞춰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추세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오프라인 영업점 수는 3,231개로 1년 전보다 1.55% 감소했으며, 5년 전과 비교했을 땐 15% 가까이 줄었다.
줄어든 영업점 수만큼 금융업계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늘었지만, 서비스 고도화는 여전히 인뱅 대비 뒤처진다는 평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은행들은 앞으로도 디지털전환에 열심히 드라이브를 걸겠지만, 애초부터 비대면 특화로 탄생한 인뱅에는 구조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확대 또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새롭게 출범할 제4인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특화된 만큼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을 전개해 온 시중은행으로선 새로운 대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 확대는 은행에서 필수”라고 짚으며 “대기업 대출 대비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시장을 선점한다면 수익성 둔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인뱅 도입 이후 시장집중도 안정적으로 유지
제4인뱅의 등장이 은행 산업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 또한 시중은행이 인뱅을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데 일조했다. 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은행 예금 및 대출시장의 시장집중도는 인뱅이 도입된 2017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금시장의 집중도를 살펴보면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1,200대에서 안정적이며, 상위 3개 은행 시장점유율인 CR3도 47%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시장에 대한 집중도 역시 2017년 이후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되지 않으면서 1,200대 HHI를 유지 중이다. 어떤 산업에서 시장 집중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HHI는 그 값이 클수록 특정 기업의 시장 집중도가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지표인 러너지수에서는 2022~2023년 은행의 시장 지배력이 일부 약화했지만, 이는 인뱅의 도입보다 기준금리 인상 및 다양한 은행권 경쟁 촉진 정책의 영향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융연구원의 지적이다. 매출액에서 독점 이윤 비율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러너 지수는 기업이 한계 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이른바 ‘시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연구원은 “지금까지의 인뱅은 은행 산업 집중도 완화에는 다소 기여했지만, 은행산업 경쟁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4인뱅 신규 인가 정책만으로는 은행 산업의 판도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강조해 온 ‘은행 경쟁 촉진’에 제4인뱅 출범이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소호은행-더존뱅크 2파전 유력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제4인뱅 예비인가전이 한국소호은행과 더존뱅크의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이들 컨소시엄이 시중은행의 참여로 제4인뱅 인가 경쟁에서 핵심이 될 자본력 항목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현재까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는 우리은행, 우리카드, 유진투자증권, 아이티센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기에 최근에는 농협은행까지 가세하면서 5대 시중은행 중 2곳이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소호은행은 농협은행의 참여로 서민금융지원과 소외된 지방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소호은행 관계자는 “현재 계속 컨소시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조만간 확정되는 곳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존뱅크도 신한은행과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더존비즈온의 지분 1.97%를 취득하고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에도 재무예측 컨설팅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추진하는 등 긴밀히 협력해 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컨소시엄 합류에 대해 “현재 내부 논의 중이며, 긍정적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제4인뱅 출범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은 추가 인가 등 이미 발표한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시중은행들이 제4인뱅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예비인가 신청 접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금까지 저울질해 온 시중은행 및 다른 기업들의 컨소시엄 참여 여부가 조만간 확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