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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대기업 최초 직무급제 승부수 "핵심인재에 확실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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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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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대기업 최초 핵심 계열사 직무급제 도입
연공서열 탈피, 위기 돌파 위해 임금체계 수술
올해 안에 노조와 단협 진행, 동의 여부 변수로

롯데그룹이 직원이 맡은 업무에 따라 임금을 달리 책정하는 직무급제를 페이퍼컴퍼니 등을 제외한 30여 개 계열사에 도입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직원에게 급여를 더 주는 방식으로 급여체계를 개편해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위기 돌파의 첫걸음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수여서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롯데지주, 계열사에 직무급 도입방안 제출 지시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롯데백화점·케미칼·웰푸드 등 각 계열사별에 직무 기반 인적자원 인사제도(직무급제) 도입 방안을 제출하라고 전달했다. 이들 핵심 계열사는 올해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 뒤 노동조합과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 등이 지난해 직무급제를 도입해 이미 적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계열사도 내년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자는 연구개발(R&D)직, 사무직, 생산관리직, 판매직 등이며, 일반 생산직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롯데는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먼저 도입한 뒤 향후 대부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 희망퇴직 등 임시방편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문화 구축'이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그룹의 체질이 온전히 바뀔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직무급제 도입은 핵심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웰푸드 등부터 시작한다. 각 계열사는 핵심 직무를 레벨5로, 비핵심 직무를 레벨1로 구분하고 레벨에 따라 기본급을 차등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근무 기간에 따라 사원·대리·책임·수석으로 승진하는 직급제도 폐지할 방침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건 롯데그룹이 처음이다. 다만 노조의 동의 여부가 직무급제 도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체계의 변화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사 협의와 근로자 동의가 필수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노조를 중심으로 직무급제 전면 도입에 대한 반대 기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6년 삼성그룹도 직급 체계 단순화, 2021년 성과 기반 승격 등을 도입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직무급제로 이어지진 못한 채 현재는 호봉 승급 주기가 직무 성과 평가와 혼재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임원 인사, 고강도 쇄신에 세대교체 단행

롯데그룹의 인적 쇄신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 발표된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그룹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경영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행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CEO 중 36%가 짐을 쌌다. 1967년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임원진의 퇴임률은 22%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상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의 전체 임원 규모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부사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승계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위탁생산개발(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핵심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1970년대생을 전진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새롭게 대표직을 맡은 1970년대생만 12명에 이른다.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신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반면 60대 이상 임원들은 대거 짐을 쌌다. 60대 이상 임원의 과반이 퇴임했으며, 이 가운데 60대 계열사 대표 8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그룹 위기 진화 노력에 전문가 전망 엇갈려

롯데그룹이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것은 올해 들어 더욱 험난해진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강도 업무 쇄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유통, 화학 등 주력 사업의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신주의·무사안일주의 기업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는 지난해부터 자산 매각, 희망퇴직 등 쇄신안도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롯데면세점 등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일부 계열사에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롯데렌탈 등 사업부 및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롯데그룹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전사 운영 효율화를 3대 전략으로 제시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는 주총에서 "고부가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금 흐름 중심의 엄중한 경영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며 "시장과 고객 관점에서 각 사업을 수시로 재정립하고 적자 사업은 과감하게 운영을 축소하거나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쇄신 노력을 두고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낙관하는 입장에서는 롯데그룹이 충분한 자산과 사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소의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채권단이 적절히 개입해 롯데가 부채를 조정하고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하면,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고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부동산부터 우량 계열사 지분까지 매각 카드가 많고, 금융권도 그냥 망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질서 있는 구조조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롯데의 위기를 심각하게 보는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재벌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저금리 시기에 기업들이 앞다퉈 차입 경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가 고금리 국면에서 일제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롯데그룹은 그 빙산의 일각일 뿐, 근본 처방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하면 제2, 제3의 롯데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너무 낙관적으로 대응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가 커지고, 결국 더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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