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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테일러 공장 사실상 완공, 2026년 양산 목표 반도체 품목 관세 가능성에 장비 도입 시기 고심 지난해 파운드리 적자 4조원, 올해도 적자 전망

미 행정부가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도 품목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공장에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장비에 대한 관세 부과로 현지 투자 비용이 증가하는 데다 인력 채용과 운영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TSMC의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역시 생산설비 반입부터 고객 확보, 수율 제고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적자 우려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전략 품목에 최소 25% 관세 부과 시사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의 건설 진행률이 99.6%로 사실상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때 일부 언론에서 테일러 공장의 가동이 2027년으로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내년 말 본격적인 가동과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계에서는 반도체 시황과 수주 상황 등에 따라 실제 양산 물량이나 가동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장비 반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테일러 공장의 주요 구조물이 모두 완공돼, 평소대로라면 장비 반입이 본격화될 시점이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발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 공장에는 4나노·2나노급 파운드리 생산설비와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시설이 들어서는데,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 일본 도쿄일렉트론의 전공정 장비 등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반도체 등 전략 품목에 최소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반도체 장비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루 전인 14일부터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 행정부가 반도체를 안보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는 만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부담도 고민 중 하나다. 국내 숙련 인력을 미국으로 파견하기 어려운 만큼, 현지 채용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일례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의 평균 연봉은 22만4,000달러로, 미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7만7,643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여기에 인텔, TSMC 등과의 고급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우수 인재 이탈을 막고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는 물론 주택, 교육 등 복지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관세로 투자 압박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 내에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라는 조직을 구성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직은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기업의 인허가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미국 투자를 촉진하는데 반도체지원법 집행부(CPO)를 총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더 나은 협상을 이끌어내는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이 반도체 보조금 계약의 재협상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가 기업에 추가 투자를 요구하거나, 반대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527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달 4일 열린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는 “보조금 없이 관세만 부과해도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지난달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미국에 생산시설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웨이저자 TSMC 회장과의 면담 직후 직접 공개했는데 당시 그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TSMC는 트럼프 대통령 1기였던 2020년 애리조나주에 첫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당초 400억 달러였던 투자 계획을 650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번 추가 투자까지 포함하면 미국 내 총투자 규모는 1,650억 달러에 이른다.

TSMC, 美 공장 비롯해 해외 거점의 적자 이어져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대규모 투자가 기대만큼의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TSMC의 경우, 미국 공장 운영이 채산성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 본사에 비해 인건비와 유지비가 높고,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설비 투자도 예정돼 있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은 142억9,800만 대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일본 구마모토와 독일 드레스덴 등 해외 주요 거점에서도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아직 수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테일러 공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테일러 공장에 파견됐던 한국 본사 직원들이 대거 철수했다. 그동안 고객 확보를 비롯해 현지 건설·인프라·제조 기술 관련한 인력 수십 명이 주재원으로 나갔는데, 4나노와 2나노 공정의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파견됐던 인력이 순차적으로 복귀한 것이다. 장비 셋업을 위해 함께 미국으로 갔던 협력업체 인력들도 잇달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도 저조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4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해도 약 3조원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맡은 이후 설비투자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 계획은 당초 40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줄었다. 주력 생산라인인 평택캠퍼스의 신규 라인도 장비 반입이 미뤄진 상황에서 비용 리스크가 큰 미국 공장 투자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