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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시대 저무나” 주요 기업들 재택근무 축소·중단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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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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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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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lee@giai.org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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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하이브리드 모델’서 ‘사무실 출근’으로 기조 전환
느슨한 근태·끊긴 협업·성과 저하에 사무실 중심 회귀
“업무 성과와 인력 효율성 높여야할 때”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던 기업들이 다시 업무 강도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사실상 ‘전직원 재택근무’ 정책을 폈던 쿠팡은 이달부터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고 있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아모레퍼시픽 등도 재택근무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춰 업무 성과와 인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느슨한 근무환경과 근태관리 소홀, 유기적 의사소통 단절 등이 생산성 하락을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쿠팡 '사무실 출근' 권장, 아모레도 5월부로 원격근무 중단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부터 각 부서에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쿠팡은 한때 재택근무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재택근무를 장려했다.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다른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종료할 때 ‘주 3일 사무실 출근, 주 2회 재택근무’ 원칙을 고수했다. 팀내 협의에 따라 부서별로 100% 재택근무가 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재택근무 비율이 높아지자 회사 측은 재택근무를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효율적인 공간운영, 부서 간의 협업 등을 위해 주3일 출근(주2일 재택)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당 정책의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내달부터 원격근무제 운영을 중단한다. 글로벌 뷰티시장 경쟁 심화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대표는 최근 임직원에게 발송한 공지를 통해 “팬데믹 이후 몇 년 간의 업무 현황과 근무 형태를 리뷰하며 오랜 시간 고심했다“며 ”5월 1일부로 원격근무제도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임신 중인 직원에 대해서는 주 1회 재택근무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도 오는 7월부터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일주일 중 이틀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근무 제도를 전환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본사 사옥을 잠실로 옮기는 2028년부터는 주 3회 출근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지난 2023년부터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운영했으나, 작년부터 ‘주 1∼2회 사무실 출근 권장’으로 제도를 바꿨다.

IT업계 ‘원격 근무’ 사용자 2년 새 42%↓

업종 특성상 재택근무 비율이 높았던 IT업계도 사무실 복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주요 전자기업 7개사의 원격근무제 사용자 수는 2022년 3만8,606명에서 지난해 2만2,494명으로 4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 회사의 총 직원 수(기간제 포함)는 23만5,608명에서 24만1,146명으로 소폭 늘었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제 사용 직원 비중은 16.3%에서 9.3%로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 원격근무 이용자가 8,063명에서 2,064명으로 빠졌다. 2022년에는 직원의 6.6%가 해당 제도를 활용했지만 작년에는 1.6%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원격근무제를 공식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LG전자에서는 2022년 3,780명이었던 원격근무제 사용 직원이 지난해 2,815명으로 감소했으며, 비중도 10.9%에서 7.8%로 변경됐다. 같은 시기 LG디스플레이 소속 제도 이용자도 1만1,774명에서 7,247명으로 줄었다. LG이노텍 역시 원격근무를 경험한 이가 7,076명에서 2,745명으로 61.2% 급감했다.

카드업계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내 카드사들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대신 회사로 출근은 하되 직원 자신이 출근시간을 조절하는 시차출퇴근제, 소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근무의 시작·종료 시각 및 1일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인 선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JP 모건 등도 재택근무 종료

미국에서도 재택근무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들어 재택근무 정책을 완전히 폐지했다. 아마존은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를 허용했으나 2023년 5월부터 주 3일 이상 출근 체제로 바꿨고, 올해부터는 주 5일 출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대면 근무로 전환하고 있고 스타벅스, 월트디즈니, JP모건 등도 이 같은 추세에 합류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원조격인 IBM 역시 2007년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최근 폐지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사무실 출근으로 회귀하는 건 생산성 향상의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오픈 AI 같은 스타트업에 뒤처진 이유로 재택근무를 지목하며 “스타트업이 잘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지옥에서 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잭 웰치 전 GE 회장도 “일과 삶의 균형 따위는 없다”며 아예 워라밸을 경영의 방해요인으로 봤다. 실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연구한 결과, 사무실 근무와 비교해 18%나 생산성이 낮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재택근무 반대론자다.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재택근무 금지를 선언했다. 그런 그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되면서 공무원 감원수단으로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머스크는 “공무원들을 일주일에 5일 사무실에 나오도록 한다면 많은 수가 그만둘 것”이라며 “세금이 재택근무자에게 쓰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DOGE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에서 130만 명의 공무원이 재택근무를 승인받았고 이들은 근무시간의 40%를 사무실 밖에서 지낸다.

미국 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근로자들은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비즈니스 자문사 FTI컨설팅이 미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격근무자의 74%는 사무실 복귀가 강제될 경우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Z세대의 42%는 '사무실 복귀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사무실 복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률도 33%였다.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자)가 같은 질문에 각각 33%, 25%로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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