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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식산업 생산성 ‘급상승’ 코로나 이후 ‘테이크아웃’ 및 ‘배달’ 증가 덕분 고객 행동 변화가 산업 생산성 향상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 외식산업은 수십 년 동안 생산성 정체에 시달려 왔다. 미국에서 고용자가 가장 많은 분야 중 하나지만 외식업체들의 노동 생산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왔다. 이후 수년간 생산성은 15%가 상승했고 산업의 양상을 완전히 바꿨다.

미국 외식산업 생산성, 코로나 이후 15% 향상
최근 미국 내 한 연구는 갑작스러운 생산성 향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고객 휴대폰 데이터와 전국 십만여 개 패스트푸드 및 커피 체인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급격한 생산성 향상은 주방 기술의 개선이나 효율화의 산물이 아니라, 테이크아웃과 배달의 시대를 맞아 변화한 고객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 다음으로 많은 고용 규모를 가진 외식산업은 코로나19 봉쇄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당시로서는 대면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고 이직률도 높아진 이 산업이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측이 빗나갔다.

주: 기간(X축), 매출(Y축), *1992년 매출=100/출처=CEPR
외식산업 생산성 증가, 전통적 기준으로 ‘설명 어려워’
한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설명하는 세 가지 요인이 있는데, 일시적인 수요 변화와 규모의 경제, 시장 지배력이 그것이다. 하지만 미국 외식산업은 이것들로 설명하기 어렵다. 먼저 팬데믹 초기 외식 수요는 실제 감소했지만 이후 외식업체 매출은 계속 증가해 당시보다 20%나 더 높다. 고객이 줄었지만 효율성 증대를 통해 대응했다는 설명은 일단 배제된다.
규모의 경제도 해당하지 않는다. 코로나를 거쳐 생존한 식당들이 대규모화했다면 직원 생산성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에 감소한 직원 1인당 고객 수는 2022년에야 팬데믹 이전으로 복귀했고 생산성 향상은 2021년 초에 일어났다. 산업 내 특정 업체당 직원 수가 증가했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면 가격 인상을 통해 생산성 수치를 올릴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연구진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직원 1인당 고객 방문 수’라는 지표를 생각했다. 가격과 상관없이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해당 지표는 실제로 증가했다.
핵심은 ‘고객 체류 시간’의 단축
중요한 점은 식당이 바뀐 게 아니라 고객이 변했다는 점이다. 팬데믹이 미국인들의 외식 습관을 바꾼 것이다. 실제 식당을 방문해 식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객들은 테이크아웃과 배달에 의존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행동 변화가 산업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고객들이 음식점 내에 머무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주: 기간(X축), 비중(Y축), 10분 이내(청색), 11~20분(적색), 21~60분(연두), 1~4시간(노랑), *음영은 통계 처리 방식 변화 기간/출처=CEPR
모바일 기기를 통해 GPS 데이터를 분석하면 10분에 미치지 못하는 짧은 음식점 방문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커피 구매나 온라인 주문 수령, 배달 기사들의 방문 등에 걸리는 시간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이전 패스트푸드 및 커피 체인점의 절반 정도에 그치던 10분 이내의 방문은 팬데믹 이후 급격히 늘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식당 내 서비스 속도가 빨라져 방문 시간이 줄어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11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식당 방문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바꾼 것은 짧은 방문의 폭발적인 증가였다. 수많은 고객에게 식당은 음식을 수령해서 바로 떠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증거는 코로나 초기 급증해서 현재까지 2020년 이전 수준을 유지하는 배달 앱의 인기다.
‘고객 행동 변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 사례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동일한 수의 직원으로 응대할 수 있는 고객 수가 늘어난 것이다. 조리는 똑같이 해야겠지만 음식을 접대하고 치우고 자리를 안내하는 등의 고객 응대 업무가 줄어들었다.
쉽게 말하면 외식업체들은 주방 기술의 발전이나 직원 교육의 차별화 없이도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어 생산성이 늘어난 것이다. 짧은 방문 시간이라는 하나의 요소가 11%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외식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 일부 식당이 아니라 맥도날드, 칙필레, 타코벨, 웬디스, 버거킹 등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모두 해당한다는 얘기다. 점점 더 많은 고객들이 경험보다는 편리를 택하고 있고 외식업체는 이에 적응했다.
전통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생산 측면의 혁신을 통해 일어난다고 믿어졌다. 새로운 도구와 훈련, 조직화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외식산업의 사례는 또 다른 요소를 제시한다. 바로 고객 행동의 변화다.
코로나는 기업들의 변화만 요구하지 않고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행동 양식을 강요했다. 외식업체들에게 이는 갑작스럽게 시작돼 지속되는 ‘속도와 편리성에 대한 선호’를 의미했다. 업체들이 이러한 선호에 맞춰 영업을 최적화하자 생산성은 향상됐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다른 서비스 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원문의 저자는 채드 시버슨(Chad Syverson)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부스 경영대학원(Booth School of Business)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curious surge of US restaurant productivity: The role of take-out and deliver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