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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앤오, 아워홈과 구내식당 재계약 안 했다 한화 편입 앞두고 LG 계열사들과 연결고리 끊겨 '범LG가' LF푸드, 급식사업 진출 시 반사이익 전망

아워홈이 최근 LG그룹 계열사인 LG디앤오(D&O) 구내식당 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범LG가(家)라는 명분하에 유지되던 협력 관계가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LF푸드 등 또 다른 범LG가 기업이 아워홈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워홈, LG디앤오와 계약 종료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LG디앤오는 지난해 12월 아워홈과 구내식당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향후 LG디앤오의 구내식당은 회사 레저사업부의 F&B 사업부를 통해 직접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관계자는 "해당 점포는 최근 (한화그룹과의) 인수 관련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단체 급식 사업의 특성상 장기 운영, 경쟁 입찰 등에 따라 운영 주체가 변경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LG디앤오가 아워홈과의 계약을 종료한 시점에 한화그룹의 인수 작업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미현 아워홈 회장 외 2명의 아워홈 지분 58.62%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등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를 설립했으며, 오는 29일 2,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협력할 '명분' 사라져
업계에서는 앞으로 아워홈과 LG 계열사들의 '단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워홈은 범LG가(家)로 분류되는 기업으로, 지금껏 LG 계열사들과의 유대 관계를 앞세워 거래를 지속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21년 대기업 구내식당 운영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LG 계열사는 이를 따르지 않고 아워홈과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아워홈이 한화그룹에 편입될 경우 LG 계열사들이 아워홈과 협력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한 뒤에는 대다수 LG 계열사가 LG디앤오처럼 자체 운영을 선택하거나 경쟁 입찰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업 구내식당은 보통 2~3년 주기로 운영사를 변경하는 만큼, 조만간 새로운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의 LG 계열사 구내식당 매출은 연간 2,425억원에 달한다. 이는 아워홈 전체 급식 사업 매출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워홈과 LG 계열사들의 계약 종료는 여타 업체들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 관련 시장 전반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LF푸드에 돌아온 기회
일각에서는 기존 급식업체들뿐만 아니라 아워홈과 함께 '범LG가'에 속한 LF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범LG가는 형제간 사업 영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암묵적인 원칙을 두고 있다. LF가 2007년 첫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하고 식품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아워홈의 주력 사업인 급식 사업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다. LF푸드는 현재 식자재 유통과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중심으로 식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워홈이 범LG가를 이탈하면 LF푸드는 제약 없이 급식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사업 영역을 넓힐 명분과 여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LF푸드가 급식 사업에 진출하면 아워홈의 이탈로 생긴 범LG가 급식 사업의 공백을 메우고, 아워홈이 맡았던 LG그룹의 단체 급식을 확보할 수 있다"며 "LG 계열사들의 막대한 급식 수요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체 급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주요 업체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관련 시장의 성장세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업계 지분 1위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매출 3조1,180억원, 영업이익 1,57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진입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성장폭은 각각 11.4%, 22% 수준이다.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매출 역시 3조2,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같은 기간 현대그린푸드도 2조2,0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