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美·英·인도네시아·호주 등 프로젝트 중단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와의 협력도 철회 MS 측 "수요 변화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 차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곳곳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일부 중단하거나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관련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픈AI와 MS와의 관계 변화에 따른 조치
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MS가 인도네시아, 영국, 호주, 미국 등에서 추진하던 데이터센터 사업을 연기하거나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MS는 최근 영국 런던과 케임브리지 사이에 건설 예정이던 최첨단 엔비디아 칩 탑재 데이터센터와 미국 시카고 인근 부지에 대한 협상을 중단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공사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 역시 당분간 보류된다. 해당 프로젝트의 초기 6개월 동안 MS는 약 2억6,2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투입했으며, 이 중 4,000만 달러(약 576억원)는 콘크리트 작업에 사용됐다.
아울러 MS는 AI 클라우드 전문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로부터 추가로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임대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어위브의 마이클 인트라토(Michael Intrator) CEO는 "이 같은 변화가 업계 전반의 흐름이라기보다는 MS에 국한된 사안이며 이는 오픈AI와 MS의 관계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일정 부분 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다. 이에 대해 MS 대변인은 "수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에 대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왔으며, AI 수요 증가와 입지 확장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 가능성 제기
미국 투자은행 TD 코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연기·중단과 관련한 MS의 조치는 오픈AI의 AI 학습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조치와 연관이 있다. MS는 최근 파트너십 조정에 따라 오픈AI가 타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데이터센터 확장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그리고 MS가 유럽에서 철회한 일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구글과 메타가 곧바로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MS가 미국 내 최소 2곳의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취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MS의 데이터센터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MS는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고객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략적으로 인프라를 조정할 것”이라며 AI 투자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 회계연도에는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보다 기존 시설 서버 확충에 집중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AI 인프라 시장의 과잉 투자 가능성, 즉 ‘AI 거품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차이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최근 HSBC 글로벌 투자 정상회담에서 “실제 수요 없이 무분별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버블 가능성을 지적했다. TD 코웬 분석가들도 MS의 데이터센터 계약 취소는 "AI 인프라 시장이 예상 수요보다 과잉 공급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中 중심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과잉 공급 우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컴퓨팅 임대 시장이 붕괴한 것으로 신규 설립을 중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가 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투기적 투자에 비해 수요가 약하고 딥시크 등장으로 트렌드가 바뀌며 데이터센터 붐이 무너지고 있다. KZ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만 중국에서는 5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또 2024년에는 최소 15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부동산 활동이 급격하게 감소하자 AI 데이터센터를 지역 경제 회복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국유 기업과 정부 연계 투자 기금, 민간 기업, 투자자들이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했다. 데이터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시설은 실제 수요나 기술 표준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됐다.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가 많지 않았고, 단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예상을 부풀리는 일이 흔했고 그 결과 상당수 데이터센터는 운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요도 없고 AI 활용도도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AI 학습보다 서비스, 즉 추론 수요가 더 커졌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건설 당시에는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여기에 훈련 비용은 계속 하락, 그나마 정상적으로 건설된 데이터센터도 수익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농촌이나 내륙 지역에 설립된 데이터센터는 일부 무료로 컴퓨팅 바우처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낮다. 이미 일부 데이터센터는 전기요금과 유지 관리비 문제로 시설을 완전히 폐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 사업이 매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등장하고 있다. 조 차이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거품이라고 지적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공급 업체인 코어위브는 신규 주식 공모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