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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무너진다" 위기의 애경그룹, '알짜' 애경산업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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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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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애경산업 매각 위해 PEF와 접촉
핵심 계열사들 줄줄이 부진
수년 사이 지주사 부채비율도 치솟아

재계 서열 62위 애경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애경그룹의 모태사업인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격적인 계사 지원으로 인해 지주사의 재무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줄줄이 미끄러지며 그룹 차원의 위기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 시장 매물로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경그룹은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과 물밑에서 접촉해 애경산업 매각 의사를 타진 중이다. ‘빅딜’ 경험이 있는 여러 PEF가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모태사업으로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와 ‘2080’, 화장품 브랜드 ‘루나’ 등을 품고 있다.

애경산업은 업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의 주력 판매 제품인 샴푸, 치약 등이 소비자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실적 역시 탄탄하다. 지난해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6,791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 수준이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에 달했다.

현시점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가격 메리트도 상당하다. 사업 구조가 유사한 LG생활건강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에 달하는 반면, 애경산업의 PER은 8~9배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니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매물이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케라시스’나 ‘2080’ 같은 메가 브랜드 파워는 ‘애경’이라는 제조사의 이름보다 몇 배 강력하다”며 “PEF가 인수 이후에도 사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휘청이는 애경그룹 계열사들

애경그룹이 알짜배기 모태사업을 시장에 내놓은 이유는 그룹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애경그룹의 대다수 계열사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애경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1조6,422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155억원에 그쳤다. 이익 수준이 전년(451억원) 대비 3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중국이 저렴한 범용 석유 화학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무더기로 쏟아내며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한 결과다.

애경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제주항공 역시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증한 해외여행 수요를 흡수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9% 감소했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환율이 뛰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기 임차료, 유류비 등의 지출이 증가하며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도 제주항공에 막대한 악재로 작용했다. 비행기에 탄 승객이 전원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며 고객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향후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 역시 등을 돌렸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8,000~9,000원대를 오가던 제주항공 주가는 최근 6,000원대까지 미끄러졌다.

AK홀딩스 재무 상황 '위태'

위태로운 재무 상황도 문제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최근 수년간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계열사 지원을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어려움을 겪은 제주항공과 유통업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AK플라자 등이 지원 대상이었다. AK플라자에 투입된 자금은 1,600억원 이상이며, 제주항공에도 2020~2022년 2,670억원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됐다.

공격적인 계열사 지원으로 인해 AK홀딩스의 부채 비율은 연결 기준 2020년 233.9%에서 2024년 328.7%로 뛰었다. 지난해 말 기준 AK홀딩스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 차입금(별도 기준)은 3,155억원에 달한다. 반면 보유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은 274억원에 불과하다. 유동성 위기가 가중됐지만, 주요 계열사의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계열사에 기대 차입금을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애경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세 역시 재무 위협을 더하고 있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6%와 제주항공 지분 53.59%은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다. 차후 이들 계열사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채권자들로부터 마진콜(투자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증거금 요구)이 들어올 수 있다. 채권자가 대주주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반대매매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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