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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게임사들 R&D 규모 축소, 업계 불황 속 R&D 투자도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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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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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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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엔씨소프트, 3년 연속 R&D 투자 감소
컴투스·넷마블도 전년比 집행 금액 축소
넥슨게임즈 등은 매출 성장에 R&D 비용 ↑
엔씨소프트 '리니지2' 혹한의 마녀/사진=엔씨소프트

게임 시장이 불황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세를 보인 게임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신작 게임 출시에 중요 역할을 하는 만큼 비용을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반면 실적 부진에 빠진 게임사의 경우 R&D 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실적 부진에 일부 게임사 R&D 축소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6년 만에 적자를 낸 엔씨소프트는 작년 R&D에 약 4,218억원(2023년은 4,671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3년 연속 감소세다. 매출 대비 비중은 27%로 전년(26%)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절대 금액이 줄면서 신작 개발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해 차세대 캐릭터 스캔·모션 기술 등을 연구 중이지만, 당분간 과감한 투자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넷마블 역시 지난해 R&D에 6,347억원(2023년 6,708억원)을 투입, 전년 대비 금액이 줄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도 26.81%에서 23.83%로 낮아졌다. 넷마블은 신작 부재로 실적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캐릭터 IP나 인기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컴투스도 지난해 R&D에 1,190억원(2023년 1,388억원)을 집행, 투자액과 매출 대비 비중(17.1%)이 줄었다. 대표 IP인 ‘서머너즈 워’ 시리즈의 장기 흥행에 집중하며, 신작 개발에는 선택적으로 리소스(자원)를 배분하는 모습이다. 웹젠도 지난해 169억원(2023년 181억원)을 R&D에 투입, 매출 대비 비중이 7.9%로 전년(9.3%) 대비 하락했다. ‘뮤’ 시리즈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도, 신작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다.

데브시스터즈도 지난해 33억원(2023년 37억원)을 R&D에 투자, 전년 대비 금액과 매출 대비 비중(약 1.40%)이 함께 줄었다. ‘쿠키런’ IP를 활용한 후속작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대규모 투자는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크래프톤의 신작 게임 '인조이'에서 CPC '스마트 조이(Smart Zoi)'가 적용된 모습/사진=크래프톤

'역대 최대 실적' 크래프톤은 연구개발비 4,248억원

모든 국내 게임사가 R&D 투자를 줄인 것은 아니다. 넥슨의 게임 개발 자회사인 넥슨게임즈의 지난해 R&D 비용은 721억원으로 전년보다 15.9% 증가했다. 2년 전인 2022년(488억원)과 비교해선 47.7%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R&D에 1,688억원을 투입해 전년(1,492억원)보다 금액을 늘렸으며, 매출 대비 비중도 20.6%에서 26.9%로 뛰었다. 네오위즈도 대형 콘솔 타이틀인 ‘P의 거짓’ 성공 이후 456억원(2023년 41억원)을 배정해 그동안 부족했던 개발 역량을 강화 중이다. 콘솔·PC 시장을 겨냥한 대형 신작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R&D에 4,248억원(2023년 3,792억원)을 집행해, 투자 규모를 늘렸다. 다만 매출 대비 비중은 15.7%로 2년 전(19.8%)에 비해 낮아졌다. 크래프톤은 ‘PUBG(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공략과 AI·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 투자에 힘쓰고 있지만,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신작 출시는 예상보다 지연됐다는 평가다.

위메이드도 지난해 547억원(2023년 545억원)을 R&D에 투입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매출 대비 비중은 7.69%로 2023년(9.01%)보다 내려간 상태다. 블록체인 및 미르 IP 확장 등 신규 사업에 관심을 두면서도,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대형 신작 투자는 선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경쟁력 격차 커질 것"

업계에서는 R&D 투자 규모가 게임사들의 매출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2조9,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모바일게임은 13조6,118억원(4.1% 증가), PC 게임은 5조8,888억원(1.4% 증가)에 그쳐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던 시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다 보니,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콘솔·PC 기반 AAA급 프로젝트 등을 서둘러 선보이기보다는 검증된 IP에 개발력을 집중하거나 출시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연구개발비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라며 "실적이 좋으면 프로젝트가 많아질 확률이 높고 자연스레 개발자 충원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원을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R&D 비용 축소가 오히려 정상화 수순이라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기간 호황을 누린 게임사들이 몸집을 불렸는데, 거품을 빼는 단계라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그간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활황을 기대한 게임 사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인재 유입을 명목으로 무리하게 연봉을 인상하거나 인력을 확충해 왔다"며 "일상 회복 단계에 돌입하면서 과도한 인력 충원이 오히려 실적에 걸림돌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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