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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AI PC 시작으로 딥시크와 협력 본격화 통신·로봇·자동차 등 中 산업계 전반에서 딥시크 도입 "각국 이용 제한 조치 영향 제한적" 오픈소스 전략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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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으로 떠오른 가운데, PC 기업 레노버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자체 제품에 딥시크 AI 모델을 도입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향후 딥시크가 '오픈소스'의 강점을 앞세워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레노버, 자사 제품에 '딥시크' 탑재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노버는 이달 초부터 딥시크의 AI 모델을 자사 AI PC에 탑재하고 있다. 레노버의 AI 어시스턴트 ‘샤오텐’에 딥시크를 통합, 인터넷 연결 없이도 PC에서 딥시크 AI 서비스를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레노버는 지난 7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레노버 AI PC를 사용하는 가족 여러분을 위해 가장 먼저 개인 AI 비서 샤오텐을 딥시크와 연동했다”며 “딥시크에 질문할 때는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조건을 설정하면 더욱 효과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향후 레노버는 딥시크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PC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거대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딥시크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의 PC 수요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전자제품 구매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라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레노버가 AI PC를 앞세워 자국 내 수요를 흡수할 기회가 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中 기업 다수가 딥시크 모델 활용
주목할 만한 부분은 레노버 외에도 다수의 중국 제조업체가 딥시크의 AI 모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세계 3위 전기차 기업인 중국 지리홀딩그룹은 딥시크 R1을 자체 AI 모델에 통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자의 요구를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는 통합 AI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중국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인 유비테크도 딥시크 모델을 활용해 자사 로봇의 지시 이해·업무 이행과 관련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 3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도 최근 자사 서비스에 딥시크의 오픈소스 모델을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공업정보화부는 “세 회사가 딥시크 모델을 다양한 앱과 서비스에 내장하고, 전용 컴퓨팅 파워 솔루션과 딥시크 모델을 최적화하기 위한 맞춤형 인프라를 통해 역량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 사이에 불어든 딥시크 열풍이 '애국소비'의 일환이라는 평이 나온다. 기업들이 자사 제품·서비스에 딥시크 AI 모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자국 AI 산업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과거 중국에서는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조치가 내려질 때마다 자국 제품 구매 운동이 일곤 했다"며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견제받는 딥시크를 중심축 삼아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기업들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고 딥시크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빅시크 AI 모델의 소요 비용이 오픈AI 등 여타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대비 압도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AI 모델 R1에는 100만 개의 출력 토큰당 2.19달러의 비용이 투입된다. 이는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유사한 성능의 추론 AI 모델 'o1'(100만 개 출력 토큰당 60달러) 대비 약 96% 저렴한 수준이다.
![](/sites/default/files/styles/large/public/image/2025/02/prohibition_DeepSeek_TE_20250210.jpg.webp?itok=SVV20Kg6)
'오픈소스' 앞세워 영향력 확대 전망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영향력이 향후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 미국, 일본 등 다수의 주요국이 딥시크에 대한 이용 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텐센트뉴스 산하 텐센트테크놀로지는 '딥시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각국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대상은 딥시크 앱이며,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채택하는 딥시크의 오픈소스는 별도라고 주장했다. 각국의 제재는 어디까지나 딥시크 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어떤 정부도 오픈소스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딥시크 이용 제한 조치가 발표된 이후에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고객들이 자사의 오픈소스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님(NIM) 마이크로서비스'에서 딥시크 R1 모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NIM(NVIDIA Microservice Infrastructure)은 엔비디아가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 모델을 쉽고 효율적으로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AI 파운드리'와 개발자 도구 '깃허브'를 통해 딥시크 R1 모델 지원에 나섰다. 아마존도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 내에서 딥시크 R1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관련 서비스 제공 사실을 알렸다. '구글의 대항마'로 불리는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역시 고객들에게 딥시크 R1의 검색 결과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