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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화석연료 시대, 원전 18년 만에 최대 발전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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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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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총 전력 거래량 54만9,387GWh
원전 발전 비중, 2009년 이후 가장 높아
2038년, 원전 비중 35.1%까지 상향 전망
한국형 원자로인 신한울 1·2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전력 거래량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발전원이 ‘원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을 제치고 원전이 1위 발전원으로 등극한 것은 18년 만에 처음이다. 원전 생산 전기가 차지한 비중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원자력, 18년 만에 전기 일등 공신으로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력 거래량 54만9,387기가와트시(GWh) 중 원전이 생산한 전기 비중은 32.5%로 가장 높았다. 액화천연가스(LNG)가 29.8%, 석탄이 29.4%, 신재생이 6.9%로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원전 발전 비중은 2009년(34.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원전이 최대 발전원이 된 것도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지난 2007~2023년 비중 한국의 최대 발전원은 줄곧 석탄이었다.

원전 발전 비중은 2000년대 중반까지 40%대를 유지했다가 LNG와 신재생 발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30%대로 내려왔다. 이후 원전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빠르게 높이는 방향의 에너지 정책을 편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23.7%까지 내려갔다가, ‘탈원전 폐기’를 내건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그 비중이 30%대로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원전 발전 비중이 커진 것은 새 원전 1기가 추가로 투입됐고, 전체 원전의 가동률도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월 신한울 2호기가 새로 상업 운전에 들어가 우리나라의 전체 가동 원전이 총 26기로 늘어난 것이다. 또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조사 결과 작년 원전 이용률 역시 83.8%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원전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했다는 뜻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원전, 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각각 1.0%포인트(p), 1.6%p, 0.7%p 증가했다. 반면 탄소중립 전환 차원에서 사용을 억제하려는 석탄 비중은 3.5%[ 줄어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화력발전에 해당하지만 석탄보다는 탄소 배출이 적어 청정에너지로 구분되기도 하는 LNG 발전 비중은 작년 29.8%로 사상 처음으로 석탄 발전 비중을 추월하기도 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한국의 원전 발전 비중은 순차적인 신규 원전 투입에 따라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반영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안에서 원전 2기 추가 건설을 전제로 2038년 발전량 중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각각 35.1%, 29.2%로 제시했다.

글로벌 원자력 발전, 올해 사상 최대 생산 전망

원자력 발전량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40개국 이상이 에너지 시스템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파티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은 "현재 70GW 이상의 새로운 원자력 발전 용량이 건설 중이며, 이는 지난 3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IEA는 세계 원자력 발전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설비용량은 364GW 를 기록했으며, 2023년 발전량은 2,602테라와트시(TWh)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2020년 9.2%였던 세계 전력 생산 중 원자력 발전 비중도 2024년 10%로 확대됐다. 이어 IEA는 원자력 산업 투자가 2030년까지 연간 750억 달러(약 109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63기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며, 완공 시 70GW의 추가 발전 용량이 확보된다.

IEA는 프랑스와 일본의 원전 재가동, 중국과 인도의 신규 원전 가동이 이러한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매체 세마포(Semafor)는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전력 수요 증가로 민간 기업의 원자력 발전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의 에너지 수요 급증과 인공지능(AI) 시대의 탈탄소화 요구가 원자력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가동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K-원전 르네상스 기대

이 같은 원자력 발전 확대 추세는 우리 기업들에 있어 호재로 인식된다.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서 원전을 수출한 나라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에 우리나라까지 단 6개국뿐인데,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 원전 시장에서 퇴출당한 현실에서 남은 국가는 4개국이고,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를 제외한 국가로 따지면 핵무기가 없는 나라 중 원전을 수출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유일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및 운영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받고 있다. 1978년 원전을 도입한 후 50여 년간 국내외에서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기술력을 축적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정해진 시간에 짓는다는 뜻)’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체코 원전 사업 입찰에 참여한 주요국 원전 기업 중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주사가 정한 일정을 준수한 유일한 입찰 참여사였다. 경쟁사들이 입찰서 제출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한수원만 유일하게 일정대로 입찰서를 제출했다. 한국과 1만㎞ 떨어진 체코와의 지리적인 거리로 인한 변수를 대비해 입찰 마감 사흘 전 담당 직원이 입찰서 원본을, 이틀 전에는 황주호 사장이 복사본을 갖고 따로 체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예상치 못한 만약의 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체코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개적으로 “한국 친구들은 입찰서 제출도 ‘온 타임 온 버짓’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안 멈췄던 국내 기업들의 원전 건설 공사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초 미국 업체와 함께 불가리아 신규 원전 건설 공사를 따냈다. 한국형 원전 수출은 아니지만, 글로벌 원전 시장이 다시 열리면서 끊겼던 일감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원전 건설 사업은 주기기(원자로·스팀발생기·터빈) 부문과 건설 부문으로 나뉘는데, 건설 부문이 통상 50~60% 정도를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넘어 원전 최강국 도약을 위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대형 원전, 원전 설비, 서비스로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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