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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지난해 8,900억원대 영업손실 기록 중국發 저가 물량 공급이 업황 악화에 영향 미쳐 시장은 LG화학-롯데케미칼 '빅딜' 가능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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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시장 '다운사이클(침체기)'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한 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며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투자 축소, 법인 매각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지난해 실적 '침체'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7일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0조4,304억원, 영업손실이 8,94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사업 전반 업황이 악화하고, 회복 시점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 전략 역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조 원 이상 축소하고, 신규 투자는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내에서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무산됐던 파키스탄 법인 매각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파키스탄 법인 매각과 관련해 잠재적 매수인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 논의가 지지부진한 자산에 대한 주가수익스왑(PRS) 등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모노에틸렌글리콜(MEG) 공장 관련 PRS 계약을 체결했으며,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에 대해서도 PRS 계약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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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악화 원인은 중국?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를 견인한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중국발 저가 물량 공급 과잉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수출한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이 재가공하는 구조였지만, 중국이 자급력을 갖추게 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이 현저히 감소했다"며 “여기에 중국의 저가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며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이후 줄곧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약 43만5,800원)를 밑돌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 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글로벌 에틸렌 증설 규모가 올해 약 870만 톤, 내년 1,000만 톤 수준으로 증가하며 공급 물량이 수요를 소폭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운임 하락과 환율 강세, 중국 내수 수요 증가 등 요인에 따라 스프레드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곽기섭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경영전략무분장 상무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4분기 소폭 개선이 됐고, 올해 1, 2분기에도 점진적인 시황 개선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나 스프레드 개선이 있기보다는 원료가 하향과 운반비 부담 완화, 환율 강세 등의 요인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빅딜' 다시 고개 들까
석유화학업계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어지며 롯데케미칼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간 ‘빅딜’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4월 일부 언론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범용 나프타분해설비(NCC) 부문을 통합하는 방안과 관련해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두 회사는 모두 "NCC 부문 통합 또는 합작사(JV) 설립 방안 등을 검토한 바 없다"며 빅딜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업계에서는 대형 석유화학 기업들의 빅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고정비 비중이 큰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기업들이 중복 사업 부문에서 인수합병(M&A)을 실시할 경우, 사업 규모가 확대되며 경제성을 유의미하게 제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금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는 NCC를 가동할수록 손실만 불어나고, 단기적으로 업황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