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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공습에 캐즘까지 겹쳐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승부수 국내 전기차 시장 기살리기 총력
내수 부진과 전기차 캐즘, 중국 전기차 공습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몸값을 대폭 낮췄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안방 전기차 시장을 지켜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감소에도 차종별 최대 1,000만원 인하
5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9개 차종에 대해 기본가 할인에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해 차종별로 가격을 300만∼500만원 낮춰 판매한다고 밝혔다. 대상 차종은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포터2 일렉트릭, ST1(전기 상용차), 아이오닉5 N,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제네시스는 GV60, G80 전동화 모델을 할인한다. 서울시에서 국고·지자체 보조금에 더해 현대차의 할인까지 적용하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등은 실구매가가 최대 1,000만원 줄어든다.
기아도 주요 전기차 모델에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EV 페스타'를 실시하고 니로 EV와 EV6, EV9 가격을 150만∼250만원 내린다. 상용차인 봉고 EV도 350만원 할인된다. 여기에 더해 기아는 지난해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선 추가 할인까지 진행한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기아 전기차를 구매하면 EV6, EV9, 니로EV 등은 실구매가가 원래 가격보다 800만∼1,000만원 낮아지고, 봉고 EV는 최대 1,900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올해 新 전기차 9종 투입, 中 공세 방어 본격화
현대차그룹이 수익성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차 할인 판매에 돌입한 것은 그만큼 현재 자동차 시장 침체와 전기차 소비 감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출시된 중국 BYD의 아토3가 차급 대비 저렴한 가격(3,190만~3,290만원)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자칫하다간 안방 전기차 시장을 수입차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할인 판매를 결정한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상품군을 늘린 것도 안방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를 확정, 최종 생산 준비에 착수한 신형 전기차는 총 9종으로 파악됐다. 9종의 세부 모델명은 현대차 △아이오닉 9(올해 4분기) △아이오닉 6 부분 변경(내년 2분기) △아이오닉 6 N(내년 3분기), 제네시스 △GV60 부분 변경(내년 1분기) △GV60 마그마(내년 하반기), 기아 △EV4(내년 1분기) △EV5(내년 하반기) △EV2(내년 하반기) △PV5(내년 3분기)다.
가장 먼저 선보일 아이오닉9은 현대차 아이오닉 제품군에서 플래그십 역할을 할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아이오닉9은 5m가 넘는 전장에 99.8㎾h 배터리를 탑재, 주행거리가 50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용 전기차 GV60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년 1분기 양산한다. 4년 만에 모델 변경에 나선 신형 GV60은 배터리를 84㎾h로 강화하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상품성을 높인다. 제네시스 첫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도 내년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美 시장 2위 현대차, IRA 보조금 혜택도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 자동차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테슬라, GM, 포드, 폭스바겐 등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총 11만2,566대 판매했다.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3% 급증한 수치다. 또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대수는 테슬라에 이은 2위다.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상품성을 무기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보조금을 받는 경쟁사 차량과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IRA 보조금 액수와 비슷한 규모로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보조금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법인 리스·렌터카 업체에 전기차를 판매해 왔다"며 "보조금을 받게 되면 인센티브 지급 비용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돼 현대차그룹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