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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복지냐 생산성이냐, 주 4일제를 향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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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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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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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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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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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주 4일제 실험 확산, 복지 효과는 일관되게 긍정적
산업별·국가별로 생산성 변화는 상이, 획일적 도입은 어려워
정책 선택의 핵심은 성장률보다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여부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1월,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주 4일,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 기업에서 직원 스트레스가 평균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생산성 개선을 확인한 기업은 41%에 그쳤다. 복지 효과는 분명했지만, 실적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주 4일제를 검토하면서 마주한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근로 시간 단축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은 확고하다. 하지만 경제적 성과는 불투명하다. 독일의 한 제조업체는 미미한 매출 증가에 그쳤고, 영국의 한 소매업체는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음에도 매출 정체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선택은 명확하다. 복지 향상을 위해 일정 수준의 산출 손실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효율 중심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이다. 주 4일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다시 설정하는 사회적 결정이다.

사진=ChatGPT

기대와 한계의 공존

주 4일제가 가능성을 제시하는 영역은 분명하다. 근무 시간이 줄면 일과 삶의 균형이 나아지고, 스트레스와 만성 질환 위험은 줄어든다. 복지 향상이 이직률과 결근율을 낮추고, 인재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출퇴근 횟수가 줄면서 교통 혼잡과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해 ESG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긴 어렵다. 제조업, 보건의료, 서비스업처럼 물리적 노동이 필수인 분야는 인력 충원 없이 하루를 줄이기 어렵고, 고객 응대 공백도 문제가 된다. 하루 10시간 근무로 주 4일제를 맞추는 방식은 오히려 피로도와 협업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초기 효율 개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단축된 시간 안에 업무를 재설계하고, 성과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달려 있다.

생산성보다 삶의 질에 방점

과거의 근로 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오늘날 주 4일제 논의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영국의 시범사업에서는 직원들의 삶의 만족도가 45% 높아지고, 번아웃은 62% 줄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하루를 줄이되 급여는 그대로 지급했다. 생산성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건강과 조직 충성도를 높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제는 단축 근무제가 국내총생산(GDP)을 높일 해법이 될 수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일정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복지 향상을 추구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서비스업 중심의 고소득국일수록 추가 근로 시간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작아지며, 복지 효과가 오히려 이를 상쇄하거나 능가할 수 있다.

계량화되는 복지 효과

복지 향상은 측정이 어렵지만 무형의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 4일제 전환 후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43분 늘었고, 주당 운동 시간은 24% 증가했다. 이를 만성질환 감소 효과로 환산하고, OECD의 장애보정생명년(DALY) 기준 비용을 적용하면, 직원 500명 규모의 기업은 5년간 약 110만 유로(약 16억원)의 복지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직원 1인당 연간 번아웃 비용을 약 4,700달러(약 640만원)로 추산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면, 시범 사업에서 확인된 62%의 번아웃 감소 효과는 1,000명 규모 서비스업체 기준 연간 약 290만 달러(약 40억원) 절감으로 이어진다. 생산성이 2% 줄더라도 200만 달러(약 28억원) 손실에 그쳐, 복지 개선이 재무적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독일의 실제 근로 시간 및 희망 근로 시간
주: (A)그래프-주당 근로 시간(X축), 누적 비율(Y축), 실제 근로 시간(빨간 선), 희망 근로 시간(파란 선), /(B)그래프 -근로 시간 격차(X축), 누적 비율(Y축)

국가별 온도차

단축 근무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해 왔고, 포르투갈·독일 등은 이미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의 파업을 계기로 논의가 확산됐고,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주 32시간제를 지지하면서 관심이 확대됐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단축 근무제를 비용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7% 수준에 그쳐, 제도 도입이 오히려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18~35세 청년층의 60% 이상이 제도에 찬성하고 있어, 세대 간 인식 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업종 따라 제도 수용성 달라

주 4일제의 효과는 산업에 따라 온도차가 뚜렷하다. 특히 자본 집약적 구조가 강한 제조업은 자동화 등 대체 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당시 업계는 주 32시간제로 전환할 때 생산량이 1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지식 노동 분야는 집중도 향상과 업무 재설계를 통해 생산성과 복지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공부문은 그 중간이다. 영국 사우스케임브리지셔(South Cambridgeshire) 지방정부는 2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이직률을 줄였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악화되기도 했다. 산업별 맞춤형 대응이 필수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론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

주 4일제를 둘러싼 비판은 생산성 저하, 특정 계층 중심의 혜택, 운영상의 어려움, 육아 부담 증가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여러 국가의 시범 사업은 이러한 우려가 반드시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주 4일제가 고소득 화이트칼라에만 유리하다는 비판에 대해 아이슬란드는 정반대의 결과를 냈다. 시범 사업 수혜자의 약 3분의 2가 요양시설 종사자, 경찰 등 블루칼라 직군이었고, 초과근무 수당 절감도 동반됐다. 운영의 복잡성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스페인은 참여 기업에 전환 컨설팅 비용을 지원했다. 인력 조정과 업무 재편에 필요한 실무 부담을 줄이면서, 중소기업도 실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육아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지적에는 미국 농촌지역 학군 사례가 반박 자료로 제시된다. 4일제 학사 운영을 도입한 이후, 학부모의 8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루 통학 횟수가 줄어든 덕에 교통비와 시간 부담이 줄었고, 주중 하루의 유연한 시간 활용이 보육비용 증가보다 더 큰 실질적 혜택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은 완화하거나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존재한다. 각국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보조금 지급, 단계적 도입, 근무시간 최소 기준 설정 등 현실적인 설계를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수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법제화보다 유연한 프레임워크 필요

주 32시간제를 일괄적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각국은 산업 구조와 사회적 선호에 맞춰 유연하고 자발적인 제도 설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인노바워킹(InnovaWorking)’ 로드맵을 따라 입법 실험에 나서고 있고, 미국은 워크셰어링(work sharing) 모델을 응용해 세액공제를 통한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 도쿄시처럼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민간 확산을 유도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정책 효과의 실질 검증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투명성이 필수다. 만족도 조사에 그치지 않고, 매출·성과·건강보험료 청구 등 다양한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성장률, 하루의 여유와 바꿀 수 있는가

근로 시간이 줄면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통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동시에, 주 4일제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낙관도 입증되진 않았다. 단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근무시간 단축은 항상 복지 지표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복지 향상이 경제적 손실을 상쇄하거나 넘어설 수 있는지 여부는 각국의 가치 판단에 달렸다. 이제 선택의 본질은 분명해졌다. 삶의 하루를 더 얻기 위해 1%의 성장률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만이 주 4일제라는 전환의 문을 열 수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순간, 변화의 시계는 이미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Twenty‑Per‑Century Question: Balancing Welfare and Productivity in the Four‑Day Week Debat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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