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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인도 항공 수요, 기회는 많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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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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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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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발 ‘항공 특수’ 선점 경쟁
경제성장·인구 증가·여행 수요 급증
외자 투자 제한 등 제도 장벽 높아
사진=에어인디아

인도 항공시장이 급성장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항공사와 항공기 제작사들의 격전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에어인디아와 인디고 등 현지 항공사들은 대규모 항공기 주문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 확대를 알렸고, 국제 연구기관은 인도 항공 시장이 2043년까지 연평균 7%의 성장세를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시장이라는 평가 또한 나오면서 인도는 항공 산업의 ‘기회의 땅’인 동시에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항공사는 노선 확대 전략, 정부는 인프라 확보 총력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타타그룹 산하 항공사 에어인디아(Air India)는 기내 통로가 1열인 협동체 여객기 약 200대를 주문하기 위해 보잉, 에어버스 등 복수의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와 협상 중이다. 에어 인디아는 2023년 에어버스에 250대, 보잉에 220대 등 총 470대의 항공기를 주문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추가로 주문한 바 있다.

인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저비용 항공사 인디고(IndiGo)도 에어버스에 기내 통로가 2열 이상인 광동체 여객기 ‘A350-900’ 30기를 추가 주문했다. 지난 2023년 에어버스 협동체 여객기 500대를 주문하면서 민간 항공 역사상 최대 물량 계약을 체결한 인디고는 지난해에 A350-900 30기를 주문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수준의 주문량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항공사들의 성장에 발맞춰 인도 정부도 빠르게 공항 수를 늘리고 있다. 2014년 74개에 불과했던 인도 내 공항 수는 지난해 157개까지 확대됐으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100주년이 되는 2047년에는 최대 4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발 관세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 새로운 생산기지로 인도를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공 여행 수요 또한 꾸준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인도 정부의 판단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으며 성장세 박차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항공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1인당 연간 항공 여행 횟수는 0.12로 중국(0.46)의 4분의 1 수준이다. 유럽연합(EU) 영토의 약 4분의 3 수준에 달하는 국토를 자랑함에도 오랜 시간 철도 교통망에 의존해 온 결과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항공 사업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연구에 의하면 인도 항공 시장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기도 했다.

이 같은 기대치에 대한 근거로는 경제 전반의 성장과 인구 증가세, 여행 수요의 급증 등이 꼽힌다. 인도는 IT와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산층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내수 시장과 여행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많이 움직이고, 더 멀리 가고 싶어 하는 인구’는 항공업계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는 게 IATA의 설명이다.

글로벌 항공사·제작사 모두 ‘장기 투자’ 각오 필요

다만 이러한 잠재력이 단기간 내 전면적으로 실현되리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직 인도 항공 시장은 고성장 예측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인프라 미비다. 외국 자본의 항공사 투자 제한, 복잡한 노선 배분 정책,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이 글로벌 항공사의 인도 진입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항공기 도입과 수요 확대에도 이를 실제 운항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의 부족은 인도 항공산업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방 공항의 현대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관제 시스템 역시 옛 방식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항 슬롯과 정비 시설 등으로 인해 실제 운항 효율성마저 떨어진다는 게 현지 업계의 일관된 견해다. 항공사들이 열심히 기재를 들여와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공항 운영 혼잡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는 이유다.

현지 노동 규정이나 안전 규제도 국제 기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외국계 항공사들이 직면하는 실무상의 리스크 또한 크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정비 인력의 기술 표준, 공항 보안 규정, 조종사 인증 제도 등이 국가마다 상이하고 일관성이 부족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익숙한 항공사들은 운영 초기부터 적지 않은 ‘적응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기 제작사들이 제품 인도 이후 유지보수나 기술 지원 체계를 현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인도 항공시장의 실질적인 산업 기반 강화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과제로 남는다. 투자 규모와 수요 예측이 아무리 크다 해도, 즉각적인 수익성이나 안정적인 운영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IATA는 인도 시장 보고서에서 “글로벌 항공사들과 제작사들이 인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며 “인도의 항공산업이 세계적인 성장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제도와 인프라라는 두 가지 열쇠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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