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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로 ‘노동 공급’ 문제 겪어 EU 노동자 감소로 ‘일자리-노동력 불일치’ 심각 ‘노동자 이동성 제한’이 ‘산업 구조 변화’로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영국이 유럽 단일 시장(EU single market)을 탈퇴한 지 5년이 되면서 경제적 영향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언론 보도나 정치권의 해석을 걷고 보면 영국 경제가 겪고 있는 현상은 ‘중간 기술 노동자’(mid-skill labor)의 부족으로 인한 경제 구조의 변화로 요약된다. 일자리와 노동자 간 불일치로 산업 생산성이 떨어지자 스스로 단절했던 해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노동 공급 불균형’
EU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노동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영국이 겪는 경제 구조의 변화는 전통적 무역 이론의 내용을 현실에서 보여준다. 헤커-올린 정리(Heckscher-Ohlin theorem, 국가는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수출하고 그렇지 않은 상품을 수입)가 밝힌 것처럼 영국은 부족한 노동 공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본(capital) 집약적 산업 위주로 구조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주: 연도(X축), 고용(로그값)(Y축), 고영향 기업(High exposure), 저영향 기업(Low exposure), 브렉시트 국민투표(Brexit referendum), 브렉시트 발효(Brexit in effect), 북아일랜드 의정서 철회(Northern Ireland Protocol withdrawal)
실제로 국내 수요에 기반을 둔 농업, 건설, 요양 시설 분야의 중소기업은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영국 남서부의 주)의 한 농가는 EU 노동자가 줄고 대체 인력을 시간당 12.5유로(약 2만원)의 임금으로도 찾기 어려워지자 80에이커(약 32만㎡)에 달하는 상추 수확을 포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현상이 단지 일시적인 노동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 및 산업 분야별 ‘노동 공급 양극화’
대기업이나 해외에 기반을 둔 회사들은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용이하다. 런던에 있는 기업들은 리스본이나 빌뉴스(Vilnius,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수도) 등 유럽 지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들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을 강타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비교적 용이하게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 실업률과 일자리 간의 관계를 나타냄)을 봐도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2022년 이후 기업들의 채용이 줄고 실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현상은 일자리 자체의 부족보다는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이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이러한 불일치를 25% 증가시켜 구조적인 노동시장의 변화를 촉발했다고 진단한다. 기업들도 고용의 어려움이 재정 압박보다는 노동력 부족에 있다고 답했다. 자본은 있는데 적합한 인적자원이 시장에 없다는 것이다.

주: 고숙련 EU 노동자 채용(Skilled EU labor recruitment), 저숙련 EU 노동자 채용(Unskilled EU labor recruitment), 자금 조달 어려움(Obstacles in obtaining finance), *점과 선은 상관계수 및 90%, 95% 신뢰구간
건설, 농업 부문 ‘타격’, 기술, 정보 부문 ‘굳건’
노동력 부족의 영향은 산업마다 큰 차이를 보여 전통적으로 EU 노동력에 의존해 온 건설과 농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도 건설 부문은 최근 ‘결원율’(vacancy rate)이 26.7%나 감소했지만 여전히 농업 부문에서는 여전히 많은 농가가 노동력 부족으로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
그나마 원격 근무를 통해 재외 근로자를 영입할 수 있는 기술 및 정보 산업 부분은 상황이 훨씬 낫다. 영국 및 EU 지역 기반으로 원격 근무자를 찾는 구인 광고가 급증했고 바르샤바나 포르투(Porto, 포르투갈 서북부)까지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영국 경제의 산업 간 불평등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견디는 반면 육체노동이 필요한 농촌 및 저생산성 분야는 뒤처지고 있다.
‘노동자 이동성’ 제한, ‘산업 구조’에 영향
작년 영국은 EU 노동자들의 순유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이민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상대적 저임금 분야인 숙박업 및 돌봄 부문이 EU 노동자 감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결국 높은 기술을 가진 전문 인력의 유입은 지속되고 있지만 핵심 산업을 지탱할 중간 기술 노동력이 심각하게 줄어든 것이다.
새롭게 도입된 영국의 비자 제도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도입한 점수 기반 비자 시스템(points-based visa system, 교육, 경력, 언어, 채용을 기준으로 적립한 최소 점수를 기준으로 비자를 발급)은 높은 기술을 요하는 고임금 분야에는 도움을 주지만 저임금 육체노동자들을 밀어내고 있다.
계절 비자(seasonal visas)는 수확 철 농가에는 유용하지만 낙농업이나 육류 가공처럼 연중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를 지원하지는 못한다. 교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건설 부문은 결원율이 여전히 높은데도 수습(apprenticeship) 채용자가 작년에 12%나 감소했다. 기업들은 과거 EU 노동자들은 도착 즉시 업무 투입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벽돌공 하나를 기르는 데 수년이 걸린다고 탄식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인력(social care aides)에 대한 특별 비자 제도와 산업별 임금 규정의 개정, 전문 자격증 인정을 위한 EU와의 새로운 협정 등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기술, 건축, 법률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회복이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영국의 문제는 이동성(mobility)을 제한하는 조치가 단순한 이민자 감소만이 아니라, 오프쇼어링(offshoring, 생산 기지 해외 이전)과 노동집약적 산업 붕괴 등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확인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 이동성을 도로나 인터넷 접근성과 같은 사회 간접 자본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자세와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항도(Hang Do) 사우샘프턴 대학교(University Of Southampton)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real effects of Brexit on labour demand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