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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쇼핑몰·이커머스에 치이는 이랜드리테일 지방 백화점 이어 중견 아울렛도 생존 위기 외형 정체에 재무 부담까지 가중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이 뉴코아 인천논현점 폐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리테일이 2010년 6월 아웃렛 31호점으로 해당 점포를 연 지 15년 만이다. 소비 양극화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인한 사업 경쟁력 약화, 지속적인 자본적 지출로 인한 과도한 재무 부담에 따라 폐점 수순에 이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아울렛·할인마트, 구조적 부진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뉴코아 인천논현점 입점 업체들에 오는 6월 폐점한다고 알렸다. 이랜드리테일은 인천시 논현동 푸르지오시티 1~3층(영업 면적 7,600㎡)을 임대해 써왔는데, 이번에 재계약을 하지 않고 영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점포는 지하철 수인분당선 인천논현역 인근에 있으며, 반경 3km 이내 논현지구와 한화지구 총 3만2,000세대를 배후상권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 및 온라인 소비로의 이동 등의 영향으로 부진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리테일은 현재 NC백화점과 뉴코아, 2001아울렛, 동아 등의 브랜드로 총 43개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실적 부진을 겪는 이랜드리테일이 임대 계약이 끝나는 실적 부진 점포의 영업을 종료하려 한다는 분석이 비등하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649억원으로 전년보다 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감소한 30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1,679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확대됐다.
늘어나는 이자부담
재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3분기 순이자비용으로 총 824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0% 늘어난 수치로, 이는 이랜드리테일의 순차입금이 작년 3분기 말 기준 2조2,741억원에 달한 영향이다. 리스부채를 제외해도 1조9,557억원이나 된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2조3,308억원)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568억원)을 뺀 수치다. 회사의 자산 대비 순차입금 규모를 나타내는 순차입금의존도는 무려 43.1%에 달한다. 이랜드리테일은 2019년 기업공개(IPO)에 실패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4,853억원에 매입했고,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재무부담을 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리테일은 올해부터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12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2023년만 해도 BBB+(안정적)였으나, 지난해 6월 BBB+(부정적) 전망에 이어 12월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낮아졌다. 비슷한 시기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낮췄다.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차입금 중 올해 만기를 맞는 금액은 5,746억원이다. 회사는 현금은 부족하지만 인지도가 높고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넉넉히 보유하고 있어 이를 차환(롤오버)할 수 있으나, 신용등급이 하락해 그 과정에서 이자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3년 만기 회사채로 보면 BBB+ 이자율은 6.58%, BBB는 7.61%로 무려 1%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
이미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들어 수익성 대비 이자비용이 과도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의 올 1~3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은 1.2배에 불과하다. 이랜드리테일이 실제로 벌어들이고 있는 현금의 80% 이상을 이자 등으로 지급한단 의미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기간인 2020~2021년 1.5~1.6배보다 더 낮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이자보상배율은 이미 수년째 1배를 밑돌고 있다.

'킴스편의점' 가맹사업 본격화, 돌파구 될까
이에 이랜드리테일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운영 효율이 낮은 점포를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동시에 팩토리아울렛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팩토리아울렛은 회사가 브랜드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운영하는 구조다. 입점 수수료를 받는 기존 아울렛 방식과 달라 회사는 중간 마진을 더 낮추고 할인 정책을 능동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업계 최초로 기존 아울렛 중 3곳을 통째로 팩토리로 전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와 함께 편의점 사업에도 역량을 끌어모으고 있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등 기존 판매채널의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최근 근거리 마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상반기까지 '킴스편의점' 직영점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마무리한 후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국내 편의점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5만5,200개로 인구 950명당 1개꼴이다. 이는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더해 기업형슈퍼마켓(SSM)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GS더프레시는 지난 7월 500호점을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520개까지 확장했다. 롯데슈퍼는 기존 매장을 식료품 전문 형태로 리뉴얼 오픈하는 등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편의점 점포가 신선식품을 늘려 SSM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GS더프레시를 중심으로 SSM 매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킴스편의점이 내세운 편의점과 SSM 중간 형태라는 전략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