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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노화와 인지 능력에 대한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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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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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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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 “자연 현상 아냐”
문해력, 수리력은 중년까지 발달
문제는 ‘얼마나 사용하느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의 인지 능력이 빠르면 30대부터 퇴화하기 시작한다는 믿음을 공유해 왔다. 이는 인구 노령화가 가속화되는 국가들에는 크나큰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적응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희망을 준다. 이에 따르면 문해력이나 수리력과 같은 인지적 기술은 중년의 나이까지 발전할 수 있으며 쇠퇴는 시간이 한참 더 흐른 후에 그것도 일정한 조건이 갖춰질 때만 시작된다고 한다.

사진=CEPR

인지 능력, ‘30대부터 퇴화’는 “잘못된 믿음”

그간 대부분의 노화 관련 연구는 일정 시기에 각각의 연령 집단을 비교 분석(cross-sectional data)하는 방법에 의존해 왔다. 해당 접근 방식도 물론 유용할 때가 있지만 집단 간의 차이가 노화로 인한 것인지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 집단 간 다른 성장 환경 및 교육 체제로 인한 차이) 때문인지 분명하게 가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즉 노화로 인한 퇴화로 보이는 것이 양육 및 교육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령 집단 비교 분석에 의한 인지 능력 변화
주: 문해력(좌측), 수리력(우측), 연령(X축)/출처=CEPR

따라서 해당 연구는 한 개인을 시간 흐름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종단 데이터(longitudinal data)에 주목했는데 마침 독일의 사례가 귀중한 도움을 제공했다. 독일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실시한 국제 성인 역량 평가 프로그램(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PIAAC)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3년 6개월 후에 추가 연구를 시행한 것이다. 이 자료를 통해 연구자들은 실제 노화로 인한 인지 능력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측정 오류까지 바로잡을 수 있었다.

문해력은 40대 중반, 수리력은 40대 초반 ‘정점’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30대 이후 퇴화한다는 믿음과 달리 인간의 문해력은 40대 중반까지 발달하며 46세 정도에 정점에 이른다. 수리력도 조금 이른 41세에 최고를 기록한다. 물론 이후에 퇴화하지만 65세까지도 해당 인지 능력은 20대 초반보다 우월한 수준에 머문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뇌 발달이 정점에 이른다는 생각은 현실과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종단 데이터에 의한 인지 능력 변화(누적)
주: 문해력(좌측), 수리력(우측), 연령(X축), 인지 능력(Y축)/출처=CEPR
중단 데이터에 의한 인지 능력 변화(연간)
주: 문해력(좌측), 수리력(우측), 연령(X축), 인지 능력(Y축)/출처=CEPR

물론 이는 평균에 대한 것이고 뇌의 노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뇌를 얼마나 사용하느냐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일상적으로 읽고 계산하는 사람들은 인지 능력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50대까지 발전을 지속했다. 하지만 뇌를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빠르면 30대 중반부터 인지 능력이 퇴화를 시작했다.

‘자주 사용하면 퇴화하지 않아’

해당 사실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얼마나 자주 이메일을 읽거나 비용을 계산하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활동을 해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활동을 자주 하는 참여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 인지 활동을 활발히 해온 이들은 연구 대상 연령인 16세에서 65세 사이에 전혀 퇴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반면 그렇지 못한 참여자들은 빠르고 현격한 쇠퇴를 보였다.

인지 활동 수준에 따른 인지 능력 변화(누적)
주: 문해력(좌측), 수리력(우측), 연령(X축), 인지 능력(Y축), 인지 활동 수준 낮음(청색), 인지 활동 수준 높음(적색)/출처=CEPR
인지 활동 수준에 따른 인지 능력 변화(연간)
주: 문해력(좌측), 수리력(우측), 연령(X축), 인지 능력(Y축), 인지 활동 수준 낮음(청색), 인지 활동 수준 높음(적색)/출처=CEPR

연구 결과는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문해력과 수리력을 포함한 인지 능력은 개인 소득과 국가 전체의 생산성에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이다. 인구 노화에 직면한 국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노동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로 기술 수준이 저하되고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것이다.

교육 및 노동 정책 반영 필요

하지만 이는 기정사실이 아니고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 평생교육을 진작하고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을 권장하며 문해력 및 수리력과 관련된 취미나 일상생활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말이다. 또한 연구 결과는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지 능력 퇴화는 노화의 한 과정이라는 운명론적 관념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새로운 결과를 앞에 놓고 지금까지의 교육 및 노동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교육 정책은 초중등 및 대학 교육을 포함해 직업 교육까지 청년기 인구에 집중해 온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성인들이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을 얼마나 사용하고 강화하는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들 역시 중장년층에게 더 많은 기술력 향상과 도전적 과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능력이든 기술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사실은 노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인이 인지 능력의 퇴화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또한 정부와 기업이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의 운명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에릭 하누섹(Eric Hanushek)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 선임 연구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e it or lose it: How cognitive skills change with ag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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