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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 생산 확대 시사한 LVMH, 묘수인가 독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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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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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미국 내 루이비통 생산 시설 확대하겠다"
美 관세 장벽·프랑스 증세 등 명분 뚜렷해
변수는 명품 시장의 '흐름 변화'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일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장벽, 프랑스 정부의 증세 등 악재가 누적되자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차후 미국 생산 역량을 확대해도 LVMH를 둘러싼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LVHM, 美 현지 투자 늘린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세실 카바니스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루이비통 생산 시설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루이비통은 미국 내 세 곳의 공장에서 전체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으며, 티파니앤코 역시 대부분의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고 있다.

카바니스 CFO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일부 물량을 옮길 수 있는 여유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생산 확대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채용과 교육, 숙련 인력 확보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생산 기지 이전보다는 점진적인 물량 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LVMH의 미국 생산 확대가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은 LVMH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중 하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며 LVMH의 실적에도 타격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달 9일 발효 예정이었던 상호 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U산 제품에 대한 20% 관세 부과 조치는 당분간 보류됐지만, 장기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대기업 증세'

프랑스 현지의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역시 LVMH의 미국 투자 확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재정 적자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대로 낮추기 위해 공공 지출을 줄이고, 대기업 증세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 매출액이 10억 유로(약 1조6,180억원) 이상∼30억 유로(약 4조4,000억원) 미만인 기업의 법인세를 20.6%, 매출액이 30억 유로 이상인 기업의 법인세를 41.2% 할증한다는 구상이다. 프랑스 정부는 해당 조치를 통해 약 80억 유로(약 12조9,46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행보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 2월 LVMH 전년도 실적 발표 자리에서 "미국에서는 낙관주의의 바람을 목격했는데, 프랑스에 돌아오니 찬 바람이 불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법인세가 15%로 내려가고 있고, 여러 주에서 공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통령(트럼프)도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40%나 인상할 예정이라는데, 정말 놀랍다"며 "이는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는 '메이드 인 프랑스'에 대한 과세"라며 "한 번 40% 올린 세금을 다시 낮출 거라고 누가 믿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사진=세포라코리아

시장 상황, LVMH에 비우호적?

다만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LVMH에 있어 무조건적인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미국 뷰티·패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LVMH는 총매출 231억 달러(약 32조9,77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수치다. 매출 역성장 배경과 관련해 카바니스 CFO는 “아마존이 가격 면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고, 우리는 그런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 내 세포라(LVMH 산하 미국 화장품 편집숍)의 온라인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인해 세포라가 미국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 아마존은 세포라 대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뷰티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양 사의 실제 제품 판매가를 살펴보면 아마존의 가격 경쟁력이 뚜렷이 드러난다. 일례로 케라스타즈(Kérastase)의 ‘글로스 압솔뤼’(Gloss Absolu) 헤어 제품 1.52온스(약 45ml) 용량은 세포라에서 36달러(약 5만1,000원)에, 아마존에서 26달러(약 3만7,0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명품 시장의 성장 둔화 흐름도 LVMH 입장에서는 악재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은 올해 전 세계 럭셔리 부문 매출이 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전의 '5% 성장'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번스타인의 분석가 루카 솔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겨냥해 "변덕스러운 정책 발표로 인해 금융 시장과 경제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번스타인의 전망대로 명품 시장의 불황이 본격화할 경우, LVMH의 생산 기지 이전 전략은 향후 별다른 실적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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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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