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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신세계, 멤버십·콘텐츠 등 분야서 동맹 강화 '업계 1위' 쿠팡 영향력에 밀려나는 전통 유통기업들 CJ는 중국 자본, 신세계는 사업 매각으로 살길 모색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멤버십·문화 콘텐츠 사업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한다. 그간 유통·물류·식품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온 두 그룹이 재차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양 사의 협력이 쿠팡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 '지각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이 나온다.
신세계와 CJ의 '동맹'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CJ와 신세계는 양 사의 멤버십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이 CJ와 신세계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상대 쪽의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아울러 문화·콘텐츠 사업도 차세대 협업 분야로 거론되고 있다. 티빙·CGV 등 CJ의 콘텐츠 사업과 스타필드 등 신세계의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하는 사업 방식이다.
CJ와 신세계의 협력 구도는 지난해 6월 ‘CJ-신세계 사업제휴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당시 두 그룹은 유통·물류·식품 등 사업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SSG닷컴 물류센터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단계적으로 SSG닷컴이 보유한 경기도 김포 네오센터 두 곳, 오포 첨단물류센터 한 곳의 운영권을 CJ대한통운으로 이관한다. 올해 상반기 내로 한 곳의 이관을 확정짓고, 이른 시일 내에 매각을 순차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식품 분야에서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상품을 신세계 유통 채널에 선출시하거나, 상품을 공동 기획하는 형태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8월 ‘비비고 납작교자’, ‘햇반 냉장컵반’, ‘비비고 상온떡볶이’ 등 신제품 13종을 신세계를 통해 먼저 출시했다. 지난해 8월 양 사가 공동 기획해 선보인 ‘햇반 강화섬쌀밥’도 신세계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 알리와도 맞손
양사가 적극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들어 유통 시장이 업계 1위 쿠팡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 모델 △멤버십 서비스 △자체 물류 서비스(쿠팡풀필먼트) 등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을 휩쓸었으며, 콘텐츠(쿠팡플레이), 식품(쿠팡이츠) 등의 분야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 유통기업이자 쿠팡과 사업 분야가 다수 겹치는 신세계와 CJ의 입지가 나란히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위기를 감지한 신세계와 CJ는 다방면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신세계의 경우, 중국 자본과 손을 잡고 시장 입지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신세계는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출자 비율은 5대 5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통해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를 현물로 출자하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한다. 합작 법인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신세계는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지마켓의 부담을 덜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마켓의 시장 영향력은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양분한 이후 꾸준히 약화해 왔다. 2021년 43억원의 흑자를 냈던 지마켓은 2022년 655억원, 2023년 321억원, 2024년 67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 '핵심 사업' 매물로
CJ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핵심 사업 매각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을 추진해 왔다. 당시 사모펀드와 중국 내 전략적투자자(SI)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매각 중단을 검토했으나, 지난달 MBK파트너스가 인수 가격을 제출하면서 매각 절차가 재개됐다.
문제는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른 MBK가 현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여파로 인해 발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MBK 측의 사정으로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이 지연되자, CJ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오는 10월 중 도래하는 총 1,250억원 규모의 만기 채무, 기업어음 잔존 만기 물량(6,700억원)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공모채 시장을 통해 총 3,000억원 규모의 3년물과 5년물 회사채를 발행, 총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제시된 희망 금리는 민간 채권 평가사 평가 금리 대비 -30bp에서 +30bp 수준이며,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주관사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