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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산업 ‘마지막 보루’ 편의점도 ‘휘청’, 외형 성장·매출 모두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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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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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편의점 매출 전년 동월比 4.6%↓
943명당 편의점 1개, 시장 포화 진단도
GS25·CU 강세 ‘2강 2약’ 구도 뚜렷

지난 2월 편의점 매출이 작년 같은 때와 비교해 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여 온 편의점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 이후 처음이다. 당시 모든 유통 업계가 매출 급감으로 시름했던 특수성을 고려하면, 작금의 역성장은 국내 편의점 산업이 맞이한 사상 초유의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접근성’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편의점 ‘주춤’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 산업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6.7% 늘어난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7% 감소했다. 그중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 폭이 18.8%로 가장 컸고, 편의점이 4.6%로 뒤를 이었다. 백화점은 3.6%, 준대규모점포(SSM·기업형슈퍼마켓)는 1.2% 각각 줄었다.

편의점의 경우 식품(-5.4%)과 비식품(-3.6%) 분야 모두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산업부에서 2015년 매출 조사를 실시한 이후 줄곧 성장세를 이어 온 편의점 매출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행된 2020년 2월(-2,7%)과 3월(-1.9%) 이후 처음이다.

팬데믹 당시 모든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마비되면서 일시적 충격을 피하지 못했던 편의점은 근거리 소비 채널로 부상하며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극한으로 치달았던 2021년과 2022년 편의점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6.8%, 10.8% 증가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닫힌 지난해에도 성장 폭이 줄어들긴 했어도 역성장만은 면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타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상승세를 키운 지난 1월 편의점의 매출 증가 폭은 2%에 미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는 1년 전보다 16.1%, 백화점은 10.3%, SSM은 4.8% 각각 매출이 늘었는데 편의점은 1.7% 성장에 그쳤다. 결국 2월엔 역성장에 직면했고, 그 감소 폭 또한 팬데믹 때보다 커졌다.

이례적인 위기에 일각에선 국내 편의점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소비력에 비해 시장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5만4,852개로 일본의 편의점 수(5만7,019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023년 기준 일본의 인구가 1억2,375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은 2,170명당 1개의 편의점이 있는 반면 한국엔 943명당 1개의 편의점이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업계가 위기를 타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높은 채널 특성상 온라인 채널에 대적할 유일한 오프라인 유통업태”라면서도 “새로운 제품군을 갖추고 매장 면적을 늘린다면 여전히 성장 동력이 있다고 보지만, 품목을 확대할 경우 SSM 규제를 받을 수 있어 한계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야심 찬 퀵커머스 도전기도 빛바랠 위기

시장에서도 편의점 업계의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 온라인 채널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점포 출점을 통한 성장이 제한된 편의점으로서는 이중고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뒷걸음질 친 편의점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말 전국 편의점 수는 5만4,880개에서 1년 사이 28개 줄었다. 국내에 편의점 영업이 시작된 1988년 이후 매장 수가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외형적 성장마저 멈췄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퀵커머스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문한 뒤 1~2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하는 퀵커머스는 고물가로 소비가 침체한 와중에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집밥용 장을 보거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외식 소비나 사치재 구매와 비교해 경기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우리동네GS’를 비롯해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 각종 플랫폼에 입점해 편의점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GS리테일의 퀵커머스 매출은 2022년 255.9%, 2023년 85%, 지난해 87.2% 등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 중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수령만 하는 픽업 서비스 또한 매년 150%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는 대형마트의 참전으로 한풀 꺾일 전망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들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배송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시간 내로 즉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추진 중이며, 롯데마트는 다음 달 ‘제타’ 앱을 출시하는 등 온라인 배송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편의점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 역할을 했던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이마트24

‘상품 경쟁력 하락-매출 감소-점포 감소’ 악순환 사이클

과거 국내 편의점 업계의 ‘빅3’ 구도를 형성했던 세븐일레븐의 역성장 또한 가파르다. 2022년 1만4,265개였던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지난해 1만2,152개로 줄었다. 2년간 2,113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이 사이 경쟁 업체인 CU, GS25 매장 수는 3,600여 곳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실적도 내림세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븐일레븐은 2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선 2022년 미니스톱 인수가 패착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당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약 3,100억원에 미니스톱을 인수했다. 당시 CU·GS25의 매장 수가 각각 1만6,000여 개, 세븐일레븐이 1만1,000여 개일 때였다. 미니스톱 인수로 몸집을 키운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이 1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에 편의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줄어든 매장 수에서 볼 수 있듯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다. 여기에 미니스톱 인수로 곳간이 비면서 투자 동력도 떨어졌다. 2022년 7,165억원을 기록한 코리아세븐 자본은 2023년 5,086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금 역시 2,178억원에서 1,261억원으로 줄었으며, 지난해는 절반 수준인 600억원 선까지 내려왔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도 상황이 비슷하다. 2003년 선보인 ‘위드미’를 전신으로 하는 이마트24는 매년 순증 점포 수가 줄더니 지난해엔 500개 가까이 줄었다. 세븐일레븐과 마찬가지로 2022년 이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양사의 점포가 줄면서 이제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점포를 모두 더해도 CU(1만4,854개)보다 적다. 점포 수가 곧 경쟁력과도 같은 편의점 업계에서 이 정도 격차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는 이와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편의점은 일반적으로 5년 주기로 재계약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점주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따라 소비자들이 이동하면서 가맹 전환 역시 다양한 PB 상품군을 갖춘 브랜드로 집중된 것이다. PB 상품 경쟁에서 밀려 매출이 감소하고, 이는 점포 감소로 이어져 다시 파급력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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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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