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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2500 제품 최적화 돌입
하반기 ‘갤럭시 Z폴드7’ 탑재 추진
낮은 수율에 개발·생산 일정 줄줄이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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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의 부활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 하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탑재를 위해 품질을 일부 낮추더라도 양산품 생산율 높이기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경쟁사 퀄컴에 캡티브(내부 고객사)마저 빼앗긴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발목을 잡아 온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품질 고집 내려놓고 수율 향상에 주력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AP 엑시노스2500의 제품 최적화 작업에 돌입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폴드 7에 탑재하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500의 사양을 일부 하향 조정하는, 이른바 ‘다운그레이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낮은 수율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만큼 품질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LSI시스템 사업부가 개발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 엑시노스를 탑재한 갤럭시S22가 발열 등 문제를 일으키자, 이듬해 엑시노스 탑재를 포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P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나,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와 퀄컴 AP를 병용하며 이 같은 소문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S25 탑재가 불발되면서 다시 위기설에 불을 붙였다. 이 같은 굴욕의 배경에는 낮은 수율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3nm 파운드리 공정 양산이 예정돼 있었지만, 수율이 목표치에 미달하면서 스마트폰(MX) 사업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MX는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전량 탑재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nm 공정 수율이 30%대로 올라왔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20%대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제조업에서는 수율이 60% 이상을 유지해야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2500의 경우 수율 제고가 관건”이라고 짚으며 “올해 상반기는 지나야 폴더블폰 탑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쟁사 TSMC는 ‘승승장구’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생산을 자사 파운드리가 아닌 대만 TSMC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IT 팁스터 주칸로스레베(Jukanlosreve)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삼성이 TSMC와 협력해 엑시노스 생산을 고려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주칸로스레베는 삼성전자와 TSMC 3nm 공정에 대한 수율 차이를 줄곧 언급해 왔다. 삼성전자의 3nm 2세대(SF3) 수율이 20% 수준인 반면, TSMC 3nm 2세대(N3E) 공정 수율은 82~86%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고전하는 동안 TSMC는 글로벌 ‘큰손’ 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테슬라는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구동을 위한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도조’에 탑재할 차세대 반도체 칩을 TSMC와 협력해 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오픈AI도 AI 칩 설계를 마치고 TSMC에 생산을 의뢰한 상태다. 오픈AI는 이달 초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 중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과 회동하면서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결국 TSMC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오랜 시간 동행해 온 구글도 TSMC로 돌아섰다. 구글은 지난 2021년부터 삼성전자와 반도체 동맹을 맺고 자사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 탑재하는 ‘텐서’ 칩을 공급받아 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첨단 공정을 적용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출시 예정인 픽셀10에는 TSMC N3E 공정으로 생산한 텐서5를 탑재한다. 최근에는 차기 AP 텐서6까지 TSMC에 위탁하며 새로운 반도체 동맹을 공고히 했다. 삼성 파운드리 위기설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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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율 이슈 반복되며 적자 폭도 확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위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6세대(1c) D램 또한 엑시노스와 마찬가지로 수율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c D램의 굿다이(정상 작동 칩)를 확보하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원하는 수율을 확보하지 못하며 개발 완료 시점을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6월로 수정했다. 1c D램의 생산 일정이 변경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애초 삼성전자는 1c D램을 올해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6세대 HBM4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처럼 위기가 반복되는 동안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공시에 의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약 5조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실적만 따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증권가는 약 4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3년 약 2조원의 영업손실에 비해 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는 엑시노스2500의 성공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캡티브 수주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돌파구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기업들이 구매 문의를 하지 않아 삼성전자가 직접 빅테크들에게 보낼 제안용 샘플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며 “적자 개선을 위해서는 수율 정상화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