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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물량 홍수에 기술 자립 가시화,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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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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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장비 수입 55조원 규모 예상
첨단 장비 수입 막힐까 공격적 매입
장비 자립화 속도↑, 기술 격차 좁혀

미국 정부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반도체 장비 수입을 크게 늘려온 중국이 올해부터는 구입 물량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이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장비 ‘사재기’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 온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효과가 가시화하고, 이와 동시에 중국의 자급체제 구축 또한 탄력을 받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2021년 이후 지속된 증가세 꺾이나

13일(현지시각) 기술 분석 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액은 380억 달러(약 55조1,57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구매액 (410억 달러·약 59조6,000억원) 대비 6%가량 감소한 수준이자, 2021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감소세다.

테크인사이츠는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의 수요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하며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미국의 기술 규제 영향으로 중국의 수입이 막히면서 이러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정부 임기에 시작된 대중국 제재 조치가 갈수록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액 감소에도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인사이츠는 “중국은 반도체 성숙 공정에 특화된 생산시설 건설을 지속하면서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C)와 전력관리 집적회로(PMIC) 등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이는 역외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리소그래피 장비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해외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기술 격차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레거시 장비로 수출 통제 확대 우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가 일본, 네덜란드 등으로 확산한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첨단 장비는 물론 중국이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레거시(구형) 분야로도 미국의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그간 동남아, 중동 등 제3국을 통해 장비를 들이거나, 첨단 장비를 레거시라고 속여 미국의 규제를 우회했다”며 “규제가 강화되면 이런 ‘꼼수’마저 막힐 것이라 보고 마구잡이로 장비를 사들인 모양새”라고 전했다.

실제 국제연합(UN) 무역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1분기(1월~3월) 미국, 일본, 네덜란드가 중국으로 수출한 반도체 장비는 134.8% 늘어났다. 금액으로는 56억9,900만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24억2,7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중국 수출액이 2023년 4억6,700만 달러에서 작년 22억5,500만 달러로 1년 사이 383% 뛰었다. 중국이 미세공정에서 가장 애를 먹고 있는 노광 분야 1위 장비회사 ASML이 바로 네덜란드 기업이다.

이 같은 중국의 공격적 사재기는 주요 반도체 제조국들의 장비 구매액이 일제히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액은 7% 줄었고, 북미와 일본 역시 각각 33%, 4% 감소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TSMC 본사가 있는 대만은 66% 급감했다. TSMC는 지난해 실적발표 자리에 파운드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약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상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 구매는 후행 지표로 읽힌다. 산업이 호조를 띠면, 제조사들로서는 회전이 빠른 소재와 부품부터 확보하고 장비는 그 이후에 늘리는 구조다. 전 세계적 반도체 장비 구매액 감소 현상을 산업 침체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아짓 마노차 SEMI 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긍정적이고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태”라며 “국가별 공급망 경쟁과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로 장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장비사 매출 급증,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돌연 속도를 늦춘 배경에는 장비 자립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간 중국 반도체 장비는 미국, 일본이나 한국 장비보다 기술적으로 뒤처졌다고 평가받았으나 최근에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레거시 장비의 경우 사실상 기술 격차가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장비사들의 실적 역시 일제히 상승세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사 북방화창(나우라)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이 약 3조9,41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9.5% 증가했다. 북방화창 관계자는 “장비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을 뿐 아니라 원가율도 하락해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화하이칭커 역시 33.2% 증가한 약 4,74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웨이반도체(AMEC)는 약 1조66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6.3% 성장세를 그렸다. 이 가운데 AMEC이 경우 식각 장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8% 증가했는데, 식각 장비는 미국 반도체 장비사 램리서치가 주력하는 분야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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