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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주 급증에 설비 재가동
공장 완공에도 고객사 목록 썰렁
美 텍사스 공장도 ‘비용 절감’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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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이르면 올 6월부터 평택캠퍼스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LSI 사업부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관련 물량과 중국 암호화폐 채굴기 수주 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적자 축소를 위해 평택캠퍼스 P2, P3 공장의 설비 전원을 내린 ‘셧다운’도 끝이 보이는 분위기다.
3개월 넘게 멈춘 설비 하나둘 전원 ‘ON’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셧다운을 해제하고 올 6월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 수주가 급증한 만큼 생산 설비를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심각한 파운드리 수주 부진에 시달린 삼성전자는 수조원대 적자를 이기지 못한 채 셧다운을 실시, 원가 절감에 돌입한 바 있다. 평택캠퍼스 P2, P3 공장의 4㎚와 5㎚, 7㎚ 파운드리 생산 설비의 약 50% 수준을 가동 중단한 것이다. 이 같은 셧다운은 이달 들어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스템 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물량이 늘고, 중국발 경기 부양으로 암호화폐 채굴기 수주 또한 확대되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셧다운이 진행됐던 설비의 전원을 전부 다시 켜고, 제품 생산에 한창이다”며 “늦어도 6월에는 생산 설비 전체가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풀캐파’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바이두 제품 생산이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 영향으로 중단된 바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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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 삼성전자 vs. TSMC ‘선수금 확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넘어서겠다는 계획하에 건설됐다. 선단공정에 들어가는 설비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쟁을 포기한 업체가 주를 이루는 만큼, 막강한 현금 동원력과 대규모 설비투자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에서다.
문제는 공장 완공을 눈앞에 둔 2021년까지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 TSMC가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미래 생산 용량을 확정하는 조건으로 선수금을 요청한 것과 대비된다. 제조기업의 흔한 애로사항 중 하나가 생산 과정에 드는 운전자본(원자재, 재고, 인건비 등 매출 발생 전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인데, TSMC는 이 같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는 배경으로 낮은 수율 등 기술력을 꼽는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초창기 아이폰에 삼성전자 AP를 탑재했던 애플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사용된 AP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제조한 칩셋이다. 양사의 협력관계는 아이폰3, 3S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아이폰4에 탑재된 A4 칩셋의 경우 애플 자체 설계를 적용했지만, 생산만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손을 빌렸다.
하지만 아이폰6에 와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제조한 A9 칩셋을 탑재한 아이폰 6S 모델이 고부하 환경에서 TSMC가 제조한 칩셋을 탑재한 동일 모델보다 배터리 소모율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고부하 환경은 사용자의 일반적인 사용 환경을 대변하지 않으며, 내부 조사 결과 제조사간 차이 또한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갔다.
수율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전자는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퀄컴의 동세대 칩셋에 훨씬 못 미치는 성능을 보여줘 논란이 됐다. 탑재 결정을 한 모바일 사업부는 설계 사업부를 탓하고, 설계한 LSI 사업부는 칩을 제조한 파운드리 사업부로 화살을 돌리는 촌극을 빚은 것이다. 심지어 신규 공정의 수율이 너무 낮은 탓에 최신 모델인 S25 모델에는 아예 탑재가 불발되기까지 했다. 기술력 제고가 선행되기 전에는 언제든 셧다운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수율 및 성능 난항에 美 공장도 인력 철수
이와 같은 셧다운 위기는 비단 국내 생산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작년 9월에는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 파견된 인력을 일부 철수시키는 등 인력 재배치 및 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수주 활동의 성과가 저조하면서 적자가 확대될 기미가 보이자, 투자 비용 줄이기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차세대 주력 공정인 SF3에서 수율 및 성능 난항을 겪는 것이 투자 지연과 비용 절감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SF3 라인을 가동할 대규모 수주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갤럭시 S25 등 내부 물량에 탑재할 엑시노스 프로세서마저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게 됐다는 의미다.
한 시스템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TSMC와 경쟁해 수주를 따내려면 납품 이력 확보를 통한 신뢰성이 받쳐줘야 하는데, 내부 물량까지 받쳐주지 못하면서 모바일 비중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GAA(Gate-All-Around) 등 최신 공정이 비용적으로 부담이 커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