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마귀상어' 울릉분지 추가 매장 가능성, 최대 51억 배럴 전망
Picture

Member for

3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울릉분지, 최대 51억7,000만 배럴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
'마귀상어' 유망구조에 최대 12억9,000만 배럴 매장 추정
매장량 등 구체적인 정보 확인하에 6개월 이상 소요 예정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이 진행 중인 울릉분지에 최대 51억7,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추가 매장돼 있다는 내용의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탐사 결과에 대한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검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동해 심해저의 석유·가스 매장량은 최대 190억 배럴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최대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1차 시추가 마무리된 상태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액트지오, 울릉분지 추가 유망 평가 보고서 제출

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는 지난해 12월 '울릉분지 추가 유망성 평가' 용역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울릉분지 일대에서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14개의 새로운 유망구조가 발견됐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액트지오는 지난해 6월 정부가 동해 최대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을 발표할 때도 물리 탐사 자료를 제공한 업체로 이번 분석은 2023년 대왕고래 프로젝트 이후 추가 유망성을 평가하는 후속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롭게 발견된 14개 유망구조의 예상 매장량은 최소 6억8,000만 배럴에서 최대 51억7,000만 배럴로 추정된다. 이는 시추 없이 물리탐사와 지질 분석을 통해 측정한 탐사 자원량으로 가스는 최소 7,000만 톤(t)에서 최대 4억7,000만 톤, 원유는 최소 1억4,000만 배럴에서 최대 13억3,000만 배럴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많은 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구조는 '마귀상어(Goblin shark)'로 최대 12억9,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탐사 성공률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비슷한 20% 수준으로 전망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탐사 결과를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신중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검증 절차는 앞서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유사한 방식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우 2023년 12월 탐사 결과 제출 후, 석유공사의 자체 평가와 국내외 자문단의 교차 검증에 약 6개월이 소요됐다. 2023년 5월에는 글로벌 석유회사 1곳과 비밀준수 계약을 체결해 탐사 데이터 일부를 제공하며 추가 검증을 진행했고, 같은 해 7월부터는 해외의 지질·지구물리 전문가 그룹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대면회의와 서면 의견서를 통해 분석 자료를 검토했다.

국내 대륙붕 광구 및 분지도/출처=한국석유공사

대왕고래 탐사 시추 돌입, 올해 상반기 결과 발표

전문가 검증을 마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20일 탐사시추 단계에 돌입했다. 포항 영일만으로부터 38~100km 떨어진 해역으로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에서 서로 길게 형성됐다. 시추 작업은 4일 마무리돼 석유공사는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후 올해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1차 시추가 실패하더라도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차례의 추가 시추를 계획하고 있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정국이 불안하고 예산 상황이 좋지 않아 1차 시추 결과가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업 선정 절차부터 타당성, 경제성 등을 놓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의 낮은 탐사 성공률을 두고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는 새로운 지역을 대상으로 탐사 시추를 진행할 때 유망한 후보지로 평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수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신규 유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추 성공률을 해석하는 데 활용하는 '오티스-슈나이더만 척도'를 기준으로 보면 12.5%~25%는 '보통의 리스크'에 해당한다.

설사 시추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향후 탐사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추가 탐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간의 탐사 기록을 살펴보면 동해 지역에 대한 탐사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1년 만에 경제성을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1998년 발견한 가스전의 매장량은 4,500만 배럴에 그쳤고, 2004년부터 가동한 가스전은 2021년 가동을 멈췄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이러한 오랜 탐사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석유공사는 그동안 동해의 대륙붕과 천해 지역을 집중 조사해 왔다. 20년간 27개 시추공을 시도했고, 심해 탐사 비용도 3억7,000만 달러(약 5,100억원)에 달한다. 비록 시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데이터는 계속 쌓였다. 2023년 2월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축적된 탐사 자료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고 같은 해 12월 액트지오는 지진파 분석, 해저 지형 2D·3D 분석 등을 거쳐 동해 심해저에 대규모 가스·석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석유공사 측에 전달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 안정적 원유 공급원 확보 가능성

2023년과 2024년 액트지오가 분석한 두 번의 탐사는 오랜 기간 쌓아온 탐사와 시추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로 산업부 등에 따르면 동해에는 총 190억 배럴 이상의 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탐사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한 예측으로 실제 시추 없이 분석된 자료로 추가 검증 및 시추 과정을 거치면서 매장량 추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심해 탐사 시추의 높은 난도를 극복하고 성공률 20%의 벽을 넘어 석유나 가스가 발견되더라도 기술적인 평가와 경제성에 대한 검토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약 상업 생산에 성공한다면 해외 원유 도입 비용 절감, 무역수지 개선, 유류세 인하 여력 추가 확보 등을 통해 국내 기름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연 10억 배럴의 원유를 100% 수입하는데 이 중 일정량을 국산 원유로 대체할 수 있다.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면 3~4주가 걸리지만, 동해에서는 3일 내 운송할 수 있어 그만큼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를 아낄 수 있고 원유 수입 관세(약 3%)도 면제된다.

가스공사와 도시가스 사업자, LNG를 활용하는 발전 사업자(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 GS에너지 등)도 원료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부 발전용을 제외하고 모든 원료를 가스공사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모두 해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통해 해상으로 들여오는 구조다. 동해 가스전은 국내 터미널과 가까워 해저 파이프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사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LNG 운반선으로 들여오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돼 전력 및 도시가스 생산원가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탐사 시추 단계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한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추후 절차를 통해 구체적 정보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군다나 탐사 및 시추 이후 실제 대규모 상업 생산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은 국내 정유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또한 최근에는 탄소중립 이슈에 따라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현 상황에서 정유업계 영향을 거론하기에는 시장의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Picture

Member for

3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