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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지분 100% 확보한 SK이노, SK온 살리기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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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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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SK엔무브 지분 100% 손에 넣는다
SK온-SK엔무브 합병 추진 가능성 커져
일각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SK그룹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의 합병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의 재무적 투자자(FI)인 IMM크레딧앤솔루션의 지분을 되사면서 양 사의 합병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결과다.

SK이노, SK엔무브 완전히 품어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오후 SK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SK엔무브 지분 30%를 재매입하는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1년 IMM크레딧앤솔루션에 SK엔무브 40%를 매각했으며, 지난해 콜옵션을 행사해 10%를 먼저 되사왔다. 이번 지분 재매입이 마무리되면 기존 SK엔무브 지분을 70% 보유하고 있던 SK이노베이션은 다시 100% 지분율을 회복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재매입에 나선 것은 IMM과의 계약 조건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IMM과 체결한 투자 계약에는 SK엔무브를 오는 2026년 말까지 연간 내부수익률(IRR) 5.7% 이상으로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SK엔무브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에 돌입했다. 하지만 5월 상장예비심사 사전 협의 과정에서 SK엔무브의 중복상장 문제가 불거졌고, 상장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정부의 주주 보호 의지에 맞춰 다시 증시 입성을 타진하는 대신 ICS 측 지분을 되사와 주주 간 계약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재매입이 단순한 회수 작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재매입 이후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을 추진, 계열사 간 구조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한 차례 적자가 심각한 SK온을 구제하기 위해 SK엔무브와 합병을 추진하다가 IMM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다. IMM이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나면 합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SK엔무브, 왜 구원투수인가

SK엔무브가 SK온을 살릴 '핵심 카드'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탄탄한 실적과 현금 창출력이 있다. SK엔무브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851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 당기순이익 1,0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6%, 44.8%, 26%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호실적이다. 같은 기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82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SK온의 NCF는 마이너스(-) 591억원이었다. 회사의 영업 활동에서 현금이 유입되기는커녕 오히려 수백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1분기 부채비율은 251.7%(전년 동기 188.2%)에 달하며, 설상가상으로 당분간 설비투자(CAPEX)를 위한 지출도 이어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합병을 비롯한 추가적인 자구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양 사가 이전부터 기술 교류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진행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는 차세대 액침냉각 기술을 함께 전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액침냉각은 절연성 냉각 플루이드(Thermal Fluids)를 배터리 팩 내부에 순환시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시스템이다. SK엔무브는 원재료 경쟁력과 액침냉각 솔루션별로 최적화된 냉각 플루이드 기술력을 활용해 개발 과정에 기여했다. SK온은 독자적 무선 BMS(배터리 전압·전류·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셀간 충/방전 성능을 조율하는 제어 시스템) 기술을 접목해 액침냉각의 성능을 극대화했다.

'누더기 합병'의 한계

다만 양 사의 합병만으로 SK온의 불안정한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SK그룹이 합병을 앞세워 추진한 '구제 전략'이 실패한 전례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SK그룹은 SK온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시키며 재무적 개선을 이뤘으나,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의 석유 제품 수출 및 원유 수입을 담당하는 알짜 회사였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역시 합병 이후 1분기 매출이 10개 분기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업 시너지가 사실상 크게 없는 SK그룹 계열사들의 반복적인 합병과 분리가 사실상 무의미한 행위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합병을 통해 단기적으로 분기 실적을 개선한다고 해도, 실적 악화 및 투자 확대 기조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 신용등급 하향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합병으로 개선된 재무 안정성은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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