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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BP 매각설, WSJ “석유공룡 쉘, BP와 인수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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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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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엑손모빌 이후 최대 거래
BP,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 후 고전
친환경 에너지 개발 확대도 악수로 작용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이 경쟁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를 인수하기 위한 초기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각종 사건과 실적 저하를 겪고 있는 BP가 경쟁사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받아든 상황까지 직면한 것이다. 시장은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1998년 미국의 석유 메이저 기업 엑손과 모빌의 합병 이후 가장 큰 에너지 기업 합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시 엑손모빌 등과 경쟁할 확고한 입지 확보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쉘이 BP 인수를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협상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거래 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성사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번 보도에 대해 쉘 대변인은 “우리는 성과, 원칙, 간소화에 집중하며 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BP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쉘의 BP 인수가 성사될 경우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된다. 쉘의 시가총액은 2,080억 달러(약 282조원)로 국영 석유 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BP의 시총은 840억 달러(약 114조원) 규모다. 또한 유럽에서 최초로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론과 같은 업계 선두주자에 맞설 수 있는 ‘슈퍼 메이저’ 석유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업스트림(석유 탐사 및 생산) 통합 생산량은 하루 500만 배럴 석유환산량(boe)에 달할 전망이며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도 지배적인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쉘이 BP의 시가총액에 약 20%의 프리미엄을 더해야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큰 부채규모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BP는 순부채가 270억 달러(약 36조6,000억원)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380억 달러의 추가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IB) RBC는 "BP의 부채 상황은 인수자에게 독이 든 성배와 같다"고 말했다. 800억 달러로 평가받는 기업가치에 비해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도 작년에 BP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부채 규모 때문에 결국 포기한 바 있다.

사진=BP 홈페이지

친환경 외치다 회사 휘청

BP와 쉘은 한때 규모나 사업 범위, 글로벌 영향력 면에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몇 년 전부터 BP가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멕시코만에서 작업 중이던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로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건의 영향이 컸다. 이후 지정학적 불안으로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 인수까지 실패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는 동시에 실적 급감을 경험해야 했다.

또 쉘이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업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힘쓴 사이 BP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이 뒤처지게 됐다.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 전 최고경영자(CEO)가 저탄소 에너지전환 전략을 너무 빨리 시행해 BP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루니 전 CEO는 팬데믹이 도래한 2020년 당시 석유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판단해 친환경 사업을 늘려 '2050년 넷제로 달성'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을 10여 년 전보타 40% 감축하는 방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BP와 쉘의 시가총액은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에 대해 생키 리서치의 폴 생키 애널리스츠 총괄은 “석유 기업을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BP의 시도는 확실히 중대 실수였다"며 “두 사업 간 자본 비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절대 (재생에너지에) 접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2023년 9월 루니 전 CEO는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은 머리 오친클로스 CEO는 이라크 화석연료 프로젝트 재개발을 위한 협상, 재생에너지 자산 매각, 직원 5% 감원 등 변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역부족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英 블루수소 철수 초읽기, 파장 불가피

이런 가운데 BP가 2021년 발표한 12억 파운드(약 2조2,300억원) 규모의 블루수소 프로젝트마저 전면 철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영국의 대표적 블루수소 프로젝트인 H2티사이드(H2Teesside)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수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영국 정부의 2030년 수소 생산 목표치 중 10% 이상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최근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은 직접적인 이유는 주요 수요처로 계획됐던 사우디 아람코 계열 석유화학사 사빅(Sabic)의 수소 활용 공장 업그레이드 중단 및 폐쇄 검토 때문이다. 사빅이 철수할 경우 안정적인 수소 수요 기반이 붕괴돼 BP 입장에선 투자 타당성이 크게 악화된다. BP는 현재 영국 정부에 수소 생산뿐 아니라 수요처에 대한 보조금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위기는 BP가 이미 그린수소 기반의 하이그린 티사이드(HyGreen Teesside)를 철회한 데 이은 두 번째 대형 프로젝트 축소다. 이로써 루니 전 CEO가 2021년 공언했던 지역 수소 프로젝트 20억 파운드(약 3조7,000억원) 투자 계획도 전면 재검토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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