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머스크 역작 ‘로보택시’ 첫날부터 삐걱, 과속·차선진입 오류 등 기대 못미쳐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차선 착오·과속 등 일부 문제 드러나
"정차 버튼 눌렀더니 도로 한복판에 멈춰"
美도로교통안전국(NHTSA) 정보 수집 중
테슬라 로보택시/사진=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 ‘로보택시(ROBOTAXI)’가 시범 운행 첫날부터 교통법규를 잇따라 위반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머스크 CEO의 정치 외도 복귀와 로보택시 출시 기대로 테슬라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불안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인플루언서들, 시범운행 문제 영상 잇따라 게시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로보택시는 21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차량 10대 규모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출시 행사는 소규모로 진행됐고, 서비스는 일부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들에게만 제공됐다. 로보택시는 테슬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65조원)를 뒷받침하는 핵심 성장동력 중 하나로, 머스크 CEO는 이 서비스가 우버를 대체할 차세대 모빌리티의 혁신이 될 것이라 공언해 왔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4월 초 저점을 기록한 후 약 50% 상승했는데 투자자들은 로보택시가 최근 판매 부진과 머스크 CEO의 정치 활동으로 타격 입은 회사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로보택시 차량은 오스틴 시내의 복잡한 교차로를 피해 정해진 구역 내에서만 운행됐다. 또 안전 요원이 조수석에 동승했는데, 이는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와의 차이점으로 부각됐다. 뿐만 아니라 과속, 금지 차선 진입 등의 문제도 나타났다. 이는 출시 행사에 참석한 인플루언서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롭 모어러(Rob Maurer)가 올린 영상에서는 로보택시 차량이 좌회전 전용 차선으로 교차로에 진입하려다 갑자기 오른쪽 차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진입이 금지된 반대 방향 대기 차선으로 들어갔다가 노란색 중앙선을 넘고 경적 소리를 내며 제대로 된 차선에 들어갔다. 다행히 차선이 비어 있었기에 충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용자인 소이어 메리트(Sawyer Merritt)는 차량이 시속 30마일(48㎞) 속도 제한 표지판을 통과한 직후 시속 35마일(56㎞)에 도달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12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허버트 옹(Herbert Ong)도 시속 35마일 제한 구역에서 차량이 더 빨리 달렸다고 언급했다. 유튜버 비어드 테슬라 가이(Bearded Tesla Guy)는 탑승자들이 원하는 지점에 가기 위해 로보택시를 도로변에 세우게 하는 명령 단추를 놀렀더니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서 멈추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해당 로보택시 차량은 탑승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격 조종 직원과 통화한 뒤에도 정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美 교통당국 사실 확인 착수

로보택시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오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의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 앞서 NHTSA는 2023년 2월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이 지역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 있다고 판단해 36만2,000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했는데, 당시에도 NHTSA는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ull Self Driving·FSD)’ 시스템이 교차로 회전·신호 위반·정지선 무시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NHTSA에 따르면 지난달 도로 가시성이 낮은 조건에서 로보택시 운영의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하라는 질의에 테슬라는 ‘기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측은 NHTSA에 제출하는 정보가 경쟁사의 주행보조·자율주행 시스템 개선에 이용될 수 있어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경우 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연방법을 근거로 들었다.

텍사스 오스틴시 당국은 현재까지 해당 로보택시에 대한 사고나 안전 관련 공식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NHTSA 대변인은 "해당 사건을 알고 있으며, 제조사와 접촉해 추가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기술이나 차량 시스템에 대해 사전승인을 하지 않는다”며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안전 기준을 충족했음을 인증하고 이후 결함 의심 사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안드레이 카르파티 전 테슬라 AI 책임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테슬라

“완전 자율주행, 아직 멀었다”

머스크 CEO의 공언과 달리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테슬라 전 직원의 발언이 주목 받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었던 안드레이 카르파티 전 인공지능(AI) 책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주최한 ‘AI 스타트업 스쿨’ 행사에 참석해 “완전 자율주행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라며 “자율주행 시대가 곧 온다는 믿음은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당시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현재 웨이모)를 체험했는데 팔로알토 시내를 약 30분간 완벽히 주행했다”며 “당시엔 자율주행이 곧 실현될 줄 알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모 차량이 마치 사람 없이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원격 통제가 빈번하게 개입되고 있고 사람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렉트렉은 “머스크 CEO는 완전 자율주행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핵심 기술자가 전혀 다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일렉트렉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첫 출시에 대해 “실제로는 운전석 대신 조수석에 테슬라 직원이 앉아 있고 차량 통제를 위한 원격 조작 요원도 대기 중인 상태”라며 “이는 ‘완전 자율주행’이라기보다는 감시자의 위치만 바뀐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렉트렉은 또 “테슬라가 10년 넘게 반복해온 약속과 출시 지연,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로보택시 상용화’를 외치는 모습은 단지 홍보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테슬라의 FSD는 중대한 시스템 개입 전까지 수백마일 주행이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진정한 레벨4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수만 마일의 무개입 주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