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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이용자 수 증가세 가팔라 스마트 디바이스·콘텐츠 생성 등 AI 모델 활용도 제고에 박차 시장 선두 주자 오픈AI는 영리화 시도 좌절되며 '휘청'

구글이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투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소비자 친화적인 경영 전략, 품질 높은 서비스 등을 무기 삼아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강화한 결과다. 반면 경쟁사인 오픈AI는 영리화 시도가 좌초됨에 따라 자금난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다.
구글 제미나이의 급성장
23일(이하 현지시각) 글로벌 자산 투자가 A.J. 버튼은 금융 시장 관련 뉴스를 제공하는 크라우드소싱 콘텐츠 채널 시킹알파에 보고서를 게재하고, 구글이 최근 내놓은 AI 구독 서비스가 경쟁 서비스인 '챗GPT 플러스'와 같은 기능을 같은 값에 주면서도 더 많은 혜택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는 구글이 지난달 20일 출시한 '구글 AI 프로'와 '울트라 플랜' 요금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해당 요금제는 '챗GPT 플러스'와 사실상 동일한 혜택을 담고 있으며, 클라우드 저장공간 2테라바이트(TB)와 에이전트 AI 기능을 추가로 제공한다. 구글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대비 소비자 친화적인 전략을 채택하며 본격적인 점유율 확보에 나선 것이다.
구글은 서비스 질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제미나이(Gemini) 2.5 Flash 및 Pro 모델의 정식 출시 소식을 알리고, Flash-Lite 모델의 프리뷰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Pro 모델은 OpenAI의 o3-pro 모델과 함께 주요 벤치마크 순위에서 1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고성능 모델로 출시 이전부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에는 테스트용으로만 제공되던 Gemini 2.5 모델은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 그리고 우수한 성능을 동시에 갖춰 다양한 실시간 응용 분야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글의 적극적인 AI 사업 육성 노력에 힘입어 이용자 수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4월 구글이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제미나이의 전 세계 일간활성사용자(DAU)는 3,500만 명, 월간활성사용자(MAU)는 3억5,000만 명에 달한다. 2024년 10월 약 900만 명에 불과했던 DAU가 불과 6개월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AI 활용 범위 대폭 확대돼
구글 AI 서비스의 이용자 수 증가 추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검색을 넘어 디바이스, 콘텐츠 제작 등으로 AI 기술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혀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구글은 ‘구글 I/O 2025’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새롭게 진화한 검색 기능 ‘AI 모드(AI Mode)’를 공개했다. 이 기능은 지난해 선보인 ‘AI 오버뷰(AI Overview)’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텍스트 외에도 음성, 이미지, 영상까지 다양한 입력을 통합해 이해하고 응답하는 멀티모달 대화형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더해 구글은 연내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의 젠틀몬스터, 미국의 워비 파커와 협력해 XR 기반 스마트 안경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안경은 휴대전화와 연동해 손을 쓰지 않고 앱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카메라 공유 기능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구글은 “도수·비도수 렌즈 모두에 제미나이 기반 멀티모달 AI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개월 안에 웨어 OS 기반 스마트워치, 안드로이드 오토 차량, 구글 TV, 크롬 브라우저 등에도 제미나이 기능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생성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생성형 AI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구글이 오픈AI의 ‘Sora’, ‘DALL·E’ 등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쟁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날 공개된 구글의 영상 생성 AI ‘비오(Veo) 3’는 효과음, 배경음, 대사까지 결합해 영화 수준의 고품질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며, 이미지 생성 AI ‘이마젠(Imagen) 4’는 2K 고해상도 이미지 생성이 가능함은 물론 미세한 질감까지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챗GPT, 자금난 직면할까
구글이 AI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데 반해, 업계 대표 플레이어인 오픈AI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리 법인 전환 계획이 사실상 철회되며 자금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오픈AI는 2015년 '모두를 위한 AI'라는 설립 취지 아래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했으나, 지난 2019년 이후 연구 비용 문제로 인해 비영리 이사회가 통제하는 영리 자회사 ‘오픈AI 글로벌’을 설립했다. 오픈AI 글로벌은 AI 모델 개발 및 사업화를 담당하는 자회사로, ‘이익제한기업’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의사 결정은 모회사인 오픈AI가 내리고, 상한선(투자 원금의 100배)을 초과하는 이익은 비영리법인에 귀속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픈AI는 영리법인 설립 이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AI 개발 비용을 충당하지 못했고, 이후 비영리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기존 영리 자회사 법인을 보통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익법인은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목적을 추구한다고 대중에게 선언할 뿐 이를 강제할 법률적 의무 사항은 없어 일반적인 법인과 큰 차이가 없다. 공익법인 전환 시 기존 이익제한기업 구조에서 적용됐던 수익 상한제 등이 철폐되며 자본 유치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오픈AI의 영리화에 수많은 유력 인사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은 법원과 캘리포니아·델라웨어주 정부에 오픈AI 영리화 반대 서한을 보냈다.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오픈AI가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해 투자자 등과 한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장의 뭇매를 맞은 오픈AI 측은 결국 지난달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구조를 공익법인(PBC)으로 개편해도 비영리 단체가 오픈AI의 경영권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꼬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