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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코로나19의 교훈, “지원금은 가능한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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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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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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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시 국가 지원금, “속도가 중요”
영세 기업들 ‘존폐 갈라’
일자리 보전 및 디지털 투자, ‘부가가치 높아’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덮쳤을 때 영세 기업(micro-businesses)들의 생존을 좌우한 것은 시간이었다. 비축 현금이 3주간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인 그들에게 지원이 늦어지는 것은 바로 폐업과 해고를 의미했다. 5년이 지나 진행한 연구 결과도 규모보다 속도가 중요했음을 입증한다.

사진=ChatGPT

코로나19 국가 지원 ‘규모보다 속도’

실제로 400,000개의 소규모 기업을 추적한 연구는 규모와 상관없이 조기에 정부 지원금을 수령한 이들의 생존 확률이 훨씬 높았음을 보여준다. 팬데믹 발생 이후 8개월 이내에 도움을 받은 영세 기업들이 영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7%P 높았고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16%P까지 높았다. 더 큰 기업들은 의미 있는 효과가 관측되지 않았다.

2020년 초,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세 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유동 자산이 한 달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봉쇄가 그 기간을 넘자 현금은 그대로 말라 버렸다.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3,500억 유로(약 554조원)에 달하는 긴급 지원을 시작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6월 이전에 집행됐다. 정책 당국들도 본능적으로 사태의 긴급성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 지원금 집행 현황(단위: 백만 유로)
주: 국가 지원 임시 체계(하늘색), 코로나19 임시 국가 지원 체계(짙은 청색), 기타 국가 지원(청색)

그도 그럴 것이 영세 기업들은 유동성이 부족한 데다 대출도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2분기에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은 제로 금리 상황임에도 다른 일반 기업들에 비해 3배나 빠르게 줄어들었다. 높은 담보와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위험을 감안한 추가 보장 수익률)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정부 지원은 경기 부양책이 아닌 생명줄이었던 셈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지원 속도 따라 결과 갈려

이탈리아는 빠르게 반응했다. 정부는 기존 은행 인프라에 있는 계좌 정보와 기록을 활용해 신속한 대출 보증에 나섰다. 하지만 스페인은 신규 온라인 지원 사이트를 개설하느라 5월 하순까지 시간을 보내 지원금이 도착할 시점에는 이미 수많은 사업체가 중요한 시간을 놓친 후였다.

당연히 결과도 차이를 보였다. 이탈리아 영세 기업들은 비교적 소규모의 지원금에도 여름 매출이 스페인보다 두 배 빠르게 늘어 재기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 4월에 지원한 15,000유로(약 2,376만원)가 10월의 30,000유로(약 4,753만원)보다 효과가 좋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지원금 매출 효과 추이(기업 규모별)
주: 스페인(좌측), 이탈리아(우측), 지급 시기(COVID-19 subsidies), 영세 기업(Micro firms), 소규모 기업(Small firms), 중규모 및 대기업(Medium and large firms)

유럽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은행이 15개 개발도상국을 조사한 결과를 봐도 조기 지원금 수혜자들은 2021년 중반에 팬데믹 이전 매출을 회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재무 상태가 열악한 영세 기업일수록 지원금 수령 시기가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역할을 했다. 지원금이나 대출 말고 기존의 은행 자료에 근거한 보증도 신원 확인과 사기 방지 조치가 필요한 직접 보조금보다 신속한 도움을 주는 데 유용했다.

일자리 보전하고 디지털 전환에 투자

수치로 볼 때 10명 이하 종업원을 가진 기업에 시의적절하게 제공된 10억 유로(약 1조5,800억원)는 30,000개의 일자리를 보전하고 12억 유로(약 1조9천억원)의 총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2년간 걷힌 세수와 복지 비용 절감을 생각하면 충분한 투자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게다가 지원금은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이탈리아 영세 기업들은 지원금의 42%를 기계류와 소프트웨어에 할당해 디지털 전환을 3년이나 앞당겼다. 스페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40%를 이커머스와 재고 관리 시스템에 투자했다.

지원금이 좀비 기업으로 흘러가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원금 수혜 기업 중 좀비 회사의 비중이 평상시보다 살짝 줄어들었다. 유동성 공급이 경쟁력 있는 기업의 파산을 막고 사전 심사를 통해 그렇지 않은 회사를 걸러냈기 때문이다. 결론은 속도가 생명이라는 것이다.

다음 위기가 기후나 지정학 관련이든, 또 다른 의료 대란이든 무조건 신속하게 대응할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영세 기업에는 기존 과세 및 은행 기록을 참고해 ‘72시간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급여일 전에 지원금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투명성 제고다. EU의 최근 감사에 따르면 팬데믹 대응 기간 실시간 보고에서 누락되거나 차이 나는 사항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룩셈부르크는 48시간 이내에 지원금 실행 내역을 익명으로 공개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를 EU 전체에 공식화하면 정책 당국이 정확성과 속도를 모두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두 가지 뿌리 깊은 가정을 뒤집었다. 긴급 구제는 대기업들에 유용하며 속도를 위해서는 정확성을 희생해야 한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

원문의 저자는 줄리아 칸지안(Giulia Canzian) 밀라노 산업 연구 센터(CSIL Milano) 선임 연구원 외 5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tate aid in times of crisis: Lessons from COVID-19 support for firms in Italy and Spai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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