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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할인이 불 지핀 중국 내 출혈 경쟁, 부실 리스크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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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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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 업체들, 내수 시장서 가격 경쟁 돌입
'재무 악화' BYD 파격 할인에 지리 등도 가격 인하
수익성 악화 갈수록 커져,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사진=BYD

테슬라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협력사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BYD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차별 할인 정책이 중국 자동차 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1위인 BYD의 할인 정책에 따라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해 중국 전기차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BYD, 재정 위기 속 할인 강행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BYD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하는 22종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두 자릿수의 할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형 전기차인 시걸(Seagull) 가격은 5만5,800위안(약 1,07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번 할인 행사 대상에는 '신의 눈'이라 불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한 최신 모델까지 포함됐다.

BYD가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은 대규모 채무로 부실해진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완성차업계에서는 BYD의 정확한 부채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BYD는 지난해 2분기 기준 순부채 규모를 277억 위안(약 5조2,400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올해 초 블룸버그는 홍콩 회계법인 GMT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BYD의 순부채가 3,230억 위안(약 62조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BYD가 자체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해 부채 규모를 실제보다 크게 줄여 공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YD의 부채 규모가 급증한 것은 협력사에 지급하지 않은 결제 대금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조달한 후 어음을 발행하는데, 만기가 경쟁사보다 훨씬 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평균 2개월, 테슬라는 3개월 안에 대금을 지급하는 반면 BYD는 평균 9개월, 길게는 1년이 지나 대금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86만 대를 기록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BYD는 무려 427만 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BYD 판매량은 불과 5년 만에 판매량이 약 20배로 급증하며 테슬라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급속히 몸집을 불린 BYD는 부채 대신 협력사 대금 지급 지연으로 자금 공백을 메운 것으로 보인다. BYD의 최근 급격한 성장을 두고 어음 돌려막기 효과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中 전기차업체들, 줄줄이 치킨게임 가세

BYD가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면서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 자동차 시장이 포화돼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1위 업체인 BYD가 가격을 낮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가격 인하를 발표한 브랜드는 지리차의 지리갤럭시, 체리차, 광저우자동차의 아이온, 상하이자동차의 롱웨이, 상하이GM, 링파오, 아이엠(IM)의 즈지, 리오토 등이다. 지리갤럭시는 갤럭시 시리즈인 L6와 L7 등을 포함해 7개 모델의 가격을 약 20% 할인하기로 했다. L7의 가격은 할인을 적용받아 9만9,800위안(약 1,900만원)까지 떨어졌다.

체리차는 차량 구매 시 총 100억 위안(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최대 할인 폭은 5만5,000위안(약 1,050만원)에 이른다. 아이온은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3만5,000위안(약 670만원)을 인하했고, 상하이자동차와 알리바바의 합작사인 아이엠의 즈지는 LS6 모델 등에 한해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업체 간 출혈 경쟁, 고스란히 손실로

문제는 배터리 생산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BYD는 원가절감을 통해 출혈 경쟁을 감수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 규모 업체들의 경우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50여 곳 가운데 수익을 낸 곳은 BYD, 리오토, 세레스뿐이며 나머지 업체들은 할인 경쟁까지 겹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신차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은 업체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채무 증가 같은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자동차업계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졌는데 지난해에만 227개의 모델이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경쟁이 극심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에너지차의 평균 가격 인하폭은 9.2%(1만8,000위안·약 345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가격 인하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조사를 보면 지난해 자동차 제조업 이익은 4,623억 위안(약 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업 이익률은 4.3%로 전체 공업 기업의 이익률 5.4%보다 낮다. 올해 1분기 자동차 제조업의 이익률은 3.9%로 더욱 낮아졌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경쟁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 내수 부양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 등의 분야와 함께 미래차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인 BYD가 탄생했지만, 전기차 스타트업이 난립하는 생겨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은 물론 보조금 수령을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편법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2년 이내에 적자를 버티지 못한 중소규모 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 시장에서 퇴출당하거나 더 큰 경쟁사에 인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시노 오토인사이트의 투러 이사는 "지금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무너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소위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BYD가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고 다른 업체들이 뒤따르면서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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