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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2'용 반도체 삼성전자 8나노 공정서 제조 IBM·현대차 등도 삼성전자 성숙 공정 찾아 선단 공정 2나노 경쟁력은 아직 '지지부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성숙 공정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닌텐도, IBM,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줄줄이 삼성전자에 5나노·8나노 반도체 양산을 맡긴 결과다.
닌텐도, 삼성전자 8나노 공정 택해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닌텐도의 야심작 ‘스위치2’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테그라 시스템온칩(SoC)을 8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당초 닌텐도는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과 8나노 공정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단가와 수율을 고려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8나노 공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닌텐도는 스위치2의 초기 판매량이 1,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닌텐도가 예상한 판매량은 제품 가격 상승, 관세 부담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책정된 수치”라며 “스위치 2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상당히 큰 만큼, 실질적으론 1~2년 내 2,0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위치2의 흥행은 가동률 하락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장 관계자는 "스위치2용 수주 물량을 확보한 것 자체가 호재일뿐더러, 닌텐도가 스위치2 출시 이후 성능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다른 공정을 사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이번 수주가 게임용 콘솔 시장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한다면 추후 AMD 등 경쟁사의 주문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싸니까' 찾는다?
닌텐도 외에도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삼성전자의 성숙 공정 반도체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IBM이 지난해 8월 반도체 학회 '핫칩스 2024'에서 공개한 메인프레임 칩셋 '텔럼 2' 프로세서와 '스파이어' 인공지능(AI) 가속기 물량을 수주했다. 이 칩은 차세대 기업용 서버 컴퓨터인 IBM Z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 설계된 칩으로 5나노 공정에서 양산된다. 이에 더해 2030년부터는 5나노 공정을 활용해 제네시스 등 현대차 프리미엄 자동차에 탑재되는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용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택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보다 반도체 양산 가격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최첨단 공정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산 비용 부담이 큰 편”이라며 “최첨단 공정이 아닌 5나노·8나노 공정이 필요할 경우 가격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TSMC보단 삼성전자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시장의 2나노 경쟁 구도
문제는 성숙 공정 매출이 확보된다고 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시장 경쟁력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패권 경쟁의 중심축인 2나노 공정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현재 수율은 30~40% 수준으로, 실제 대량 납품이 가능한 '양산 수율 기준선'인 60%를 한참 밑돈다.
반면 파운드리 경쟁사이자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60% 이상의 2나노 공정 수율을 확보하고, 애플·AMD·퀄컴 등을 2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하며 한발 앞서가고 있다. 올해 4분기 대만 신주 바오산에 위치한 팹 20(P1)에서 2나노 양산이 예정돼 있으며, 향후 신주 바오산의 4개 공장과 가오슝 난쯔 소재 3개 공장에서도 2나노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성숙 공정 매출을 발판 삼아 선단 공정 부문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성숙 공정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이상, 삼성전자의 5나노·8나노 시장 내 입지도 점차 좁아질 것"이라며 "일단 확보한 성숙 공정 매출로 기초 체력을 기르고, 이를 기반으로 2나노 시장에서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