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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시장 고사 직전인데" 정부, '벤처 평가 기준 개편'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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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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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생 VC 투자 받아도 인정
ESG 경영 실적도 명시적 평가
VC 시장 상황 급변, 업계 "너무 늦었다"

벤처기업 확인을 위한 평가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 벤처확인기업은 벤처기업법상 특례제도를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세제 혜택, 기술보증기금 보증 한도 확대, 코스닥 상장 심사 기준 완화 등 다양한 정책 사업에서의 가점 및 우대조건을 제공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스타트업들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급변한 만큼, 평가 기준 개편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벤처기업확인요령 개정안 시행

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 평가 기준을 개편하는 내용의 ‘벤처기업 확인 요령(중소벤처기업부고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벤처기업 확인 시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외국 투자회사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한 경우에도 적격 투자 실적으로 인정받는 길이 열린다. 그간 ‘벤처투자유형’의 벤처 신청기업이 해외투자 유치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투자 주체 요건은 한정적으로 열거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해외 신생 벤처캐피털(VC)로부터 받은 투자 실적은 즉각 반영되기 어려웠던 불편함이 있었다.

앞으로는 중기부 장관이 국제적 신인도와 투자 실적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외국 투자회사도 즉시 적격 투자 주체로 인정될 수 있다. 우리 벤처제도가 글로벌 VC 시장 변화 흐름에 발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특히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VC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투자유치 및 상장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들이 벤처기업 제도에 더욱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벤처기업 확인 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도입 실적을 명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연구개발 유형’, ‘혁신성장 유형’의 벤처 신청기업은 사업 성장성에 대한 정량·정성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했는데, 기존 재무 중심의 평가지표로는 ESG 경영 노력 등 비재무 실적을 간접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향후에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14개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ESG 경영 도입의 적절성을 공식적으로 정성 평가하게 된다. 해당 평가 요소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가산점 부여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투자 경색 심화에 폐업사 증가

다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미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한껏 위축된 상태로,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생존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 기관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총 11조9,000억원으로 전년(10조9,000억원)보다 늘었지만, 7년 이상 된 후기 스타트업이 절반 이상(6조3,663억원)을 차지했다.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조2,243억원으로 전체의 18.6%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벤처업계에서 첫 3년은 '데스밸리(Death Valley)'로 불린다. 초기 창업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후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화에 실패하기 쉬운 기간을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투자 경색이 심화하면서 이를 넘지 못하고 폐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벤처기업의 13%(5,021곳)를 차지하던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 수는 지난 1월 기준 11.3%(4,283곳)로 감소했다.

폐업뿐 아니라 새롭게 창업하는 스타트업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창업 기업 수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4.5%(5만5,712개) 감소한 118만2,905개로 집계됐다. 특히 벤처 투자금이 집중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투자가 감소하면서 신규 창업이 부쩍 힘겨워졌다.

성장은커녕 '고사 위기'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과감한 도전과 혁신에 기반한 벤처·스타트업들의 성장을 통해 도약해 왔다. 201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해 금융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토스, 2002년 5억원을 종잣돈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을 대표하며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셀트리온 등 지금은 그 입지가 당연하게 인식되는 수많은 기업이 창업 초기 데스밸리를 뛰어넘고 성장한 곳들이다. 벤처투자는 이 같은 기업들의 등장과 성장을 뒷받침해 경제 전체를 살찌우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그 취지가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분석업체 씨비인사이트(CB Insights)가 집계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 1,200여 곳 중 우리나라 기업은 단 14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소외되며 씁쓸한 한 해를 보냈다. 미국이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에선 고작 한 곳의 AI 유니콘을 배출했다. 벤처투자 시장이 해마다 위축되는 와중에 성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이와 관련해 VC의 한 심사역은 “국내 스타트업도 나름대로 AI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유니콘으로 인정될 정도로 시장에 파급력이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업력 20년 이상의 벤처 기업들도 막대한 자금 투입이 요구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벤처업계에서는 올해 업황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벤처 기업 455개사 중 내년 자금 사정이 올해 대비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 비중은 20.9%에 그친 반면, 악화할 것이란 비중은 47.7%로 훨씬 높았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2025년도 벤처 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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