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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 中 심혈관 치료제 후보 물질 독점 계약 노보 노디스크, 차세대 비만약 후보물질 인수 中, 바이오 핵심 기술 분야 연구도 美에 앞서

최근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기술을 수출하고,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는 등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의 절반 이상에서 미국을 앞서며 글로벌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미국은 중국이 바이오산업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자, 중국 기업의 미국 현지 사업을 규제하는 ‘바이오보안법’ 발의하며 견제에 나섰다.
글로벌 제약회사와 中 기업 간 거래 이어져
25일(현지 시각) 미국 머크(MSD)는 중국 항서제약의 심혈관질환 치료 후보물질인 'HRS-5346'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2억 달러(약 2,900억원)를 포함해 총 19억7,000만 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으로 MSD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HRS-5346을 개발·제조·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했다. MSD 측은 "HRS-5346은 회사의 심장·대사 질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군)을 확장하고 보완해 줄 중요한 후보물질"이라고 밝혔다.
전날 덴마크의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도 중국 유나이티드 래버러토리스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UBT251'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돌풍을 일으킨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계약으로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한 국가에서 UBT251의 개발·제조·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2억 달러(약 3,000억원)를 포함해 최대 18억 달러(약 2조6,000억원)다. 노보 노디스크는 "UBT251가 기존 비만 치료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중국 기업 간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다국적 바이오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중국 CSPC제약그룹과 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19억2,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MSD가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중국 한소제약과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는 사례도 나왔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국 제약사 베이진의 면역항암제 '테빔브라(티슬리주맙)'를 HER2 양성 위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中·美, 바이오 기술 패권 두고 치열한 경쟁
중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 스티펠(Stifel)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의 라이선스 계약 중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2%, 2023년 29%, 2024년 31%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 CAR-T 세포 치료제 등 첨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신약 후보 물질의 23%를 개발해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주요 시장에서 신약 개발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 성과도 두드러진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5년간 64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연구 우위를 점한 국가를 분석한 결과, 바이오 분야 7개 핵심 기술(합성생물학, 바이오제조, 신규 항생제·항바이러스제, 유전공학, 유전체시퀀싱·분석, 핵산·방사선의약품, 백신·의료대응기술) 중 중국이 4개 기술에서 1위를 차지해 3개 기술에서 1위를 기록한 미국을 제쳤다. 특히 합성생물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관 10곳을 모두를 보유하고, 영향력 있는 논문 중 57.7%의 비중을 차지해 2위 미국(13.1%)을 크게 앞섰다.
또 바이오 제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관 10곳 중 9곳, 영향력 있는 논문 점유율 28.5%로 2위 인도와 3위 미국을 3배 가까이 앞섰다. 신규 항생제 및 항바이러스제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관 6곳, 영향력 있는 논문 점유율 29.7%를 기록했고, 유전체시퀀싱 및 분석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기관 9곳, 영향력 있는 논문 점유율 35.6%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면 미국은 유전공학, 핵산 및 방사선 의약품, 백신 및 의료대응기술 분야에서 1위에 올랐으며 해당 3개 분야 모두 중국이 2위를 기록하며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美, 中 기업 견제 위해 '바이오보안법' 추진
중국 기업의 가파른 성장세에 미국도 견제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미국 연방 하원은 중국의 간판 바이오 기업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바이오보안법(Bio secure Act)을 가결했다. 지난해 초 발의된 이 법안은 중국의 대표 바이오 기업을 안보에 우려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해당 기업과 미국 연방 기관 간의 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다. 제재 목록에는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인 BGI그룹,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인 우시앱텍, BGI 자회사인 M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등이 포함됐다.
바이오보안법에 따르면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기업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도 연방 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들이 미국인의 민감한 바이오·유전자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법안의 주요 지지자인 공화당 브래드 웬스트럽(오하이오) 하원의원은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들은 공산당과 연계돼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바이오 기술 산업을 지배하려 한다"며 "이들로 인해 미국인 수백만 명의 데이터가 잠재적인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도체, 통신, 친환경 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둘러싸고 미·중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바이오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한편 규제 대상에 포함된 중국 기업과 이들의 협력 업체들은 해당 법안이 거짓 주장에 근거해 만들어졌으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보안법은 상원에 계류 중인데 상원과 하원 모두로부터 강한 초당적 지지를 받는 만큼 상원 심사를 통과해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70% 수준이라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