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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퀄컴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 커졌지만 퀄컴, 안정적인 TSMC 택하며 전략 수정 삼성 4나노 검증 마쳤음에도 TSMC 선택

미국 퀄컴이 차세대 프리미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s 4세대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4㎚ 공정의 검증을 이미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이번에도 TSMC를 선택한 것이다.
3㎚ 공정 불안감 작용했나
26일(현지시각) 대만 매체 리버티타임스에 따르면 퀄컴은 플래그십 모델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의 하위 모델로 출시할 예정인 새로운 칩셋 생산을 위해 TSMC와 손을 잡았다. 매체는 퀄컴의 이번 결정 배경에 삼성전자 3㎚ 공정에 대한 고객 신뢰도 하락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 공정에서 TSMC에 주요 고객사를 빼앗기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4㎚ 공정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1년부터 1세대 4㎚ 공정인 SF4E 양산을 시작했다. 이 공정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 구글의 텐서 G3 등 다양한 칩셋 생산에 활용됐으며, 퀄컴 역시 스냅드래곤 8 Gen1과 일부 5G 모뎀에 SF4E 노드를 적용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컴이 TSMC를 선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퀄컴, 삼성에 2026년 AP시제품 개발 의뢰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4㎚ 공정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2023년에는 삼성전자의 4㎚ 수율이 TSMC와 동일한 수준까지 향상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2.5D 및 3D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4세대 4㎚ 칩 양산을 시작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퀄컴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3세대 시제품 개발을 삼성전자에 의뢰하면서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AP칩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커졌었다. 퀄컴은 3세대 칩부터 2㎚ 공정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양산할 예정인데 이를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퀄컴은 TSMC의 2㎚ 테스트에서 60%의 수율에도 불구하고 높은 비용과 제한된 생산량을 이유로 삼성 파운드리로의 전환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2㎚ 공정 생산 가격은 기존보다 5~10%가량 인상됐다. 2㎚ 공정을 사용한 TSMC 반도체 웨이퍼 장당 가격은 4㎚ 공정의 두 배 수준인 3만 달러(약 4,400만원)에 달한다.

반도체 단가 부담에도 TSMC 선택
이에 당시 업계는 퀄컴과의 물밑 협의와 수율 문제를 잘 대응할 경우 삼성전자가 다시 퀄컴 파운드리 물량을 가져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TSMC보다 빠르게 시작한 점이 퀄컴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공정 기술인 'GAA' 3㎚ 공정을 개발했다. GAA를 적용하면 칩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트랜지스터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은 내년 4월부터 2㎚에 GAA를 적용하는데, 삼성전자는 이보다 3년가량 앞서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일찍 GAA 공정 학습을 한 삼성전자가 2㎚ 공정에서는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안정적 수율만 확보한다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퀄컴의 선택은 삼성전자가 아닌 TSMC였다. 이달 초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는 TSMC가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발표를 내놓자 “TSMC의 미국 1,000억 달러(약 146조원) 투자는 좋은 소식”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몬 CEO는 TSMC의 투자가 반도체 공급망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수요 증가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퀄컴 반도체가 이미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제1 반도체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물량을 미국 공장에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1분기 중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의 정식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이를 앞두고 주요 고객사 반도체를 시험 생산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