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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충성고객 증가, 月 카드 결제액도 2배 껑충 소비자·자영업자·라이더 모두에서 입지 확대 배민은 결제 금액·앱 사용자 감소, 시장 구조 변화 조짐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과 3위 요기요의 지난달 결제금액이 역대 최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쿠팡이츠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점유율을 잠식한 결과다. 2021년 출범한 쿠팡이츠는 업계에서도 한참 늦은 후발주자지만, 운영 4년 만에 시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리더격 존재로 떠올랐고, 지난해 한 해에만 사용자가 400만 명 이상 늘어 이제는 월 1,000만 명이 사용하는 배달 앱이 됐다. 업계는 쿠팡이츠가 지난해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배민의 턱밑까지 따라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 결제금액 106.9% 급증, 배민은 16.8% 뚝
24일 대체 데이터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배민의 신용카드 결제금액(보정치)은 지난달 8,22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8% 급감했다. 이는 201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요기요의 지난달 결제금액은 지난해 2월보다 42.7% 줄었다. 이 역시 역대 최대폭의 감소다.
배민과 요기요의 급격한 위축은 쿠팡이츠의 가파른 성장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츠 결제금액은 지난달 5,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6.9% 급증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37.0%로, 1년 전 19.0%에서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배민 점유율은 같은 기간 71.5%에서 57.8%로 줄었고, 요기요 역시 9.5%에서 5.2%로 쪼그라들었다.
재이용률도 매년 상승 중이다. 작년 1월 쿠팡이츠 이용자가 이후 6개월 뒤에 서비스를 다시 이용한 비율은 57.1%로 나타났다. 이용자 10명 중 6명가량이 이탈하지 않고 서비스를 한 차례 이상 재이용했다는 의미다. 고객의 충성도를 반영하는 이 비율은 2022년 1월 41.1%, 2023년 1월 54.1%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반해 배민과 요기요의 재이용률은 낮아졌다. 배민 서비스의 6개월 뒤 재이용률은 2024년 1월 이용자 기준 57.9%다. 쿠팡을 근소하게 앞서는 수치지만 1년 전 61.2%보다는 낮아졌다. 요기요 역시 같은 기간 50.4%에서 42.2%로 크게 떨어지며 많은 충성고객이 이탈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월 이용자 1,000만 명 돌파
전문가들은 쿠팡이츠 충성고객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 무료배달 등 과감한 회원 할인 서비스를 꼽는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부터 와우멤버십 회원에 한해 최소금액 이상 주문 시 배달비를 전액 면제하는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어 같은 해 5월부터는 무료배달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무료배달 도입 후 쿠팡이츠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2023년에는 음식 가격을 최대 10% 할인해 주기도 했다. 1,400만 명에 달하는 온라인쇼핑몰 회원을 최대한 자체 배달앱 이용자로 끌어와 지배력 강화 발판으로 삼으려는 전략이었다.
적자를 감수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2022년 2조838억원이던 결제추정액이 2023년 2조3,225억원으로 11.4% 증가했고, 다시 지난해 4조8,377억원으로 1년 사이 무려 2배 넘게 뛰었다. 반면 배민의 2022년과 2023년 결제추정금액은 각각 13조2,512억원, 12조7,117억원에서 지난해 11조5,371억원으로 2년 새 13%가량 줄었다. 올해 1월에도 배민은 결제추정액이 9,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하며 1조원대가 무너진 데 반해, 쿠팡이츠는 전년(2,700억원)보다 113.3% 신장한 5,759억원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 격차도 빠르게 좁혀가는 중이다. 앱 통계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무료배달을 도입한 작년 3월 626만 명에서 지난달 1,026만 명으로 불어났다. 쿠팡 측은 “작년 5월 무료배달 전국 확대 시행 전후 일주일 주문량을 비교해보면 지방 매장 주문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민 이용자는 2,243만 명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크게 낮아졌다.
적자 감수한 '선투자' 기조 올해도 이어질 것
향후 펼쳐질 마케팅 전쟁에서도 쿠팡이츠가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 배민은 오는 4월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간 배달업계는 앱을 통해 주문한 이용자가 직접 가게로 방문해 음식을 가져갈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 왔다. 이에 배달앱이 받는 수수료는 대부분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수수료였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 포장 주문 역시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앱 운영·개발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배민이 총대를 멨다.
다만 이 같은 결정엔 올해 4월부터 도입되는 배달 수수료 상생안에 따른 수익 악화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성은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에만 4,000억원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다. 결국 배민은 정부의 압박에 배달 수수료를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또 다른 수수료를 도입한 셈이다.
반면 쿠팡이츠 모기업인 쿠팡Inc의 기조는 영업이익보다는 점유율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쿠팡은 매출 41조원을 벌어들이면서도 영업이익 규모는 6,023억원에 그쳤다. 우아한형제들과 비교하면 매출은 10배 이상 많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00억원 가까이 적다. 당장 곳간을 채우기보단 추가 투자로 곳간 자체를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경영 방침 때문이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쿠팡이츠에도 이 같은 '선투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