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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 등 韓 기업 수익성 하락 등 실적 부진 SDV 전환 속에 차량 OLED 패널로 활로 모색 LCD 점령한 中 기업, 글로벌 2위 오르며 추격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면서 해당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 기업들도 가파른 성장세 속에 2위에 안착했다. 특히 BOE, 차이나스타, 티엔마 등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 공급망을 기반으로 액정 디스플레이(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OLED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中 기업, 차량용 OLED·LCD 시장에서 2위에 올라
2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차량용 OLED·저온다결정실리콘 LCD) 시장에서 한국 기업(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이 32.5%의 점유율로 일본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 시장 강자였던 일본은 24.4%를 기록하며 3위로 하락한 반면 중국 기업은 점유율 29.8%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급성장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전년 대비 점유율이 1.6%포인트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중국은 10%포인트 증가하며 한국을 바짝 추격했다. 한·중 간 점유율 격차도 11.1%포인트에서 2.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기업별 매출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24.8%를 기록하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샤프와의 격차도 12.1%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중국 기업의 점유율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티엔마는 점유율은 2023년 4.2%에서 2024년 11%까지 늘리며 전체 중국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순위도 7위에서 4위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BOE와 차이나스타의 점유율도 각각 7.6%에서 9.7%, 6.7%에서 7.6%로 확대됐다. 이는 중국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 등에 자국산 OLED를 탑재한 결과로 풀이된다.
韓, IT 기기 수요 악화에 차량용 OLED 시장으로 선회
국내 기업들이 차량용 OLED·LCD 시장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전체 실적 면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33.9% 감소한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도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 악화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판매가 둔화하면서 IT 기기에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이 양분해 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진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부품 회사를 중심으로 자국 내 공급망 구축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2020년 70%포인트에 달하던 한·중 간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상반기 5.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 시장만 떼어놓고 보면 중국이 압도적 1위다. 중국은 2023년 39.8%에서 지난해 46.2%로 6.4%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3.1%에서 16.7%로 3.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차량용 OLED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높지만, 차량용 OLED 부문은 이미 국내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데다 기술력의 격차로 인해 중국이 국내 업체를 쉽게 추격하기 어려운 분야로 평가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 기준 국내 업체의 차량용 OLED 시장 합산 점유율은 74.4%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여기에 차량용 OLED 시장의 공급망 역시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이미 진입한 국내 업체들이 주문을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더욱이 차량용 OLED 패널의 경우 IT용 패널 대비 가격이 5배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차량용 OLE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4억8,175만 달러(약 7,000억원) 수준이던 차량용 OLED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21억7,786만 달러(약 3조1,5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내 공급망 구축한 中, 차량용 OLED에 투자 강화
현재 국내 기업들은 차량용 OLED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으며, BMW그룹 소형차 브랜드 미니에 지난해부터 업계 최초로 원형 OLED 패널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한 퀄컴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차량용 OLED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동차용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2024년 1분기 약 10만 대, 2분기 20만 대에서 3분기에는 50만 대로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일찍부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2005년 처음으로 차량용 패널을 출시한 데 이어 2018년 이후 6년 연속 10인치 이상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OLED 매출의 약 8%를 차량용 패널에서 거뒀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40인치 필러투필러(P2P)' 차량용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하며 초대형 차량 디스플레이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필러투필러는 자동차 운전석 앞 유리 기둥(필러) 왼쪽 끝에서 조수석 오른쪽 끝까지 차지하는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량용 OLED 또한 중국의 추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옴디아는 "BOE를 비롯해 티엔마, CSOT, 비전옥스 등이 차량용 OLED 패널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은 비용과 생산력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시장 확대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업체는 거대한 자동차 내수 시장과 정부의 투자보조금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일례로 BOE는 2022년 상반기부터 자국 기업인 BYD에 차량용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등 자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